주장 기성용, 기대와 우려 사이

Posted by Soccerplus
2015. 1. 9. 08:00 대표팀/월드컵 이야기

결국 폼저하로 인하여 대표팀의 주전 입지가 어려워진 구자철을 대신하여 다른 선수가 주장에 선정되었다. 바로 기성용이다. 2008년 남아공 월드컵부터 대표팀에 주전이었던 기성용이 7년만에 대표팀의 주장이 된 것이다. 만 25살, 아직은 어린 나이지만 국가대표팀과 소속팀에서 주축 역할을 하고 있다. 특히 우리나라는 기성용이 있을 때와 없을 때의 차이가 매우 컸었다. 어느 상황에서도 반드시 팀의 주전을 차지하는 핵심중 핵심 선수다. 

슈틸리케 감독이 아니었다면 국내 사정을 고려해 기성용을 주장으로 선정하지 않았을 것이다. 물론 슈틸리케도 전후사정을 알고 있을 것이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기성용을 선택했다. 기성용이 오만전부터 국가대표팀의 정식 주장으로 활약하게 된다. 4년전 박지성, 이후 박주영, 구자철을 거쳐 기성용에게 주장 완장이 넘어왔다. 

많은 안티가 있고, 과거 행적이 아직도 잊혀진 것은 아니지만 그 모든 것을 실력으로 잠재운 선수다. 그리고 그의 플레이 스타일은 국가대표팀에서 대체불가능이다. 많은 선수들이 기성용을 대신하여 도전했고, 심지어 슈틸리케 감독은 기성용이 없는 평가전을 치르기도 했지만 결과는 변하지 않았다. 중원에서 기성용을 거치지 않으면 경기가 제대로 되지 않았다. 작년 코스타리카와의 평가전에서는 기성용을 중앙 수비수, 공격형 미드필더, 최전방 공격수로 투입하기도 했다. 

하지만 한편으로는 우려스러운 것도 사실이다. 과거의 기억을 지우기 힘들기 때문이다. 또한 해외파 논란이 터졌을 때, 홍명보호에서도 해외파의 대표적인 인물로 떠올랐다. 홍명보호내에서는 런던올림픽 출신 선수들과 그렇지 않은 선수들간의 벽이 있었다는 이야기가 많이 나왔다. 물론 모든 일들을 기사만으로 확정지을 수는 없겠지만 지금껏 대표팀에 올랐던 선수들가운데 적지않은 잡음을 낸 선수 중 한 명이다.

경기중에도 흥분을 하여 심판과 언쟁을 벌이는 일이 적지 않다. 승부본능이 있는 선수지만 주장의 위치에서는 조금 더 성숙한 마음으로 경기에 임해야 한다. 경기 전체를 아우르고 다른 선수들을 독려해야하는 위치다. 기량으로는 의심할 필요가 없는 선수지만 주장으로의 자질에는 어느정도 우려가 뒤따른다. 

이 주장이라는 경력이 하나의 반환점이 되길 바란다. 기량으로는 의심할 수 없는 선수기에 우려보단 기대를 더 하고 싶다. 주장으로 아시안컵 우승을 이끌고, 특히 우승을 하는 과정에서 더 많은 선수들과 스태프를 아우를 수 있는 포용력을 갖게 되었으면 좋겠다. 늘 영리한 모습을 보여준 선수기에 주장으로의 역할도 누구보다 잘 해낼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 본인이 가장 가까이 지내는 런던 올림픽 출신 선수들과도 좋지만, 국가대표팀에 오르내리는 다른 선수들과도 좋은 모습을 보여주었으면 좋겠다. 

얼마전 인터뷰에서 4년전 남아공 월드컵보다 훨씬 더 성장했다는 것을 브라질 월드컵에서 느꼈다는 말을 했다. 남아공때는 그냥 순간 순간에 최선을 다했다면 브라질에서는 경기 전체를 읽고 있는 자신을 발견했다는 말이 상당히 반가웠다. 올시즌에는 수비력을 갖춘 딥라잉플레이메이커가 되었고, 이제 대표팀에선 리더가 되어 선수들을 이끌게 된다. 늘 성장하는 선수다. 경기를 보며 성장세가 눈에 보이는 선수가 그리 많지 않다. 특히 성인 무대에서 최고의 경지에 오른 선수들은 더욱 그렇다. 하지만 기성용은 영리하게 스타일을 조금씩 바꾸어가며 지금의 위치에 서게 됐다. 

늘 성장하는 기성용에게 주장이란 위치가 또 어떠한 동력으로 자리하게 될까. 이번 아시안컵, 캡틴 키의 맹활약을 기대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