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찔했던 승리, 오만전 만족스럽지 못했다 (아시안컵 대한민국 오만)

Posted by Soccerplus
2015. 1. 10. 17:30 대표팀/월드컵 이야기

오만과의 아시안컵 첫 경기가 1시간전에 끝났다. 결과는 1:0 승리, 가장 중요한 승점 3점을 얻기는 했으나, 완전히 만족하긴 어려운 결과다. 아니 오히려 불만족스러운 결과라고 말하는 것이 나을수도 있을 것 같다. 호주와의 경기에서 승리를 장담할 수 없기때문에 다득점을 해줘야 하는 경기였다. 쿠웨이트가 최약체라고 생각했을 때, 오만과의 경기에서 2골 정도의 승리는 필수적이었다. 이번 경기에선 승점 3점이라는 명분을 빼놓고는 많은 것을 얻긴 힘든 경기였다. 

후반전 막판 우리나라가 수세에 몰렸다. 결정적인 헤딩슛을 허용했고 김진현이 아니었더라면 동점으로 끝날수도 있는 경기였다. 물론 상대 골키퍼인 알리 알 합시의 선방이 있긴 했지만, 우리나라는 전반전 패널티킥을 허용할 실수를 했지만 이를 심판이 눈감았다. 운이 따라준 경기이기도 했다. 후반전 막판 엔드라인에서 볼을 끌면서 더이상 득점을 할 생각을 하지 못했다. 일단은 승점 3점이 중요했기에 내렸던 판단이지만 동시에 우리나라의 현실을 보여주는 판단이기도 했다. 중동의 약체로 생각했던 팀을 상대로 볼을 끌며 승점 3점에 만족한다는 것은 조금 부끄럽기도 했다. 

가장 걱정스러운 부분은 대회가 시작했음에도 아직 전술이 100%는 아니라는 생각이 드는 것이다. 특히 기성용과 박주호의 조합은 기대이하였다. 두 선수가 공을 주고 받으며 힘을 내기보다는 두 선수는 독립적으로 움직였다. 기성용이 볼을 잡으로 움직이는 공간을 박주호가 메꿨어야 했는데 그렇게 하지 못했다. '기성용의 파트너'로의 박주호는 기대 이하였다. 물론 왼발을 이용한 전진 패스나 후반전에 보여준 크로스는 다른 중앙 미드필더 후보들은 할 수 없는 것이었지만 박주호의 제1임무는 기성용을 보좌하는 것이다. 

조영철과 구자철은 비록 골을 만들어내긴 했지만 이들의 주전 기용에는 의구심이 든다. 여기에 손흥민의 컨디션이 좋지 못한 경기에서 다른 선수들이 보여줄 수 있는 호흡을 기대하기 힘들었다. 상대는 5백을 쓰면서 손흥민을 고립시켰다. 거친 플레이로 우리나라 선수들에게 위협을 주었고, 이 과정에서 이청용이 부상을 당했다. 후반전 이청용이 교체된 이후 우리가 급격하게 수세로 몰렸다. 공을 잡고 상대를 달고 다닐 수 있는 선수인 이청용과 그런 역할을 하기엔 아직 역부족인 한교원의 차이가 만들어낸 것이 아닌가 싶다. 

황태자로 불리우며 큰 기대를 모았던 이정협도 만족스럽지 못했다. 마치 한국 축구의 구원자가 등장한 듯 이야기를 만들어냈지만 아직 검증이 많이 필요한 선수다. 후반전 1:1 찬스가 난 상황에서도 성숙하지 못한 대처로 아쉬운 찬스를 날리고 말았다. 슛팅도 아니고 패스도 아닌 마무리를 하며 후반전 가장 결정적인 찬스 중 하나를 날리고 말았다. 

기성용, 이청용, 손흥민에게 쏠리는 상대의 수비가 두터웠다. 그리고 이 선수들은 모두가 알고 있는 한국의 에이스다. 그렇다면 이들이 두세명에게 둘러쌓일 때 이들을 이용할 수 있는 플레이를 해야 했다. 하지만 다른 선수들이 이들의 도움이 될 정도로 좋은 컨디션을 보여주지 못했다. 골장면을 제외하면 조영철은 거의 보이지 않았다. 부상으로 예상했던 조커카드를 꺼내들지 못했다는 아쉬움도 있지만, 오만이라는 팀에게 위협을 느낄 정도의 전력으로는 우승을 생각하기 힘들다. 

이번 경기에서 칭찬할 선수들도 있다. 일단 메이저대회 데뷔경기였던 김진현이다. 개인적으로 김진현이 보여주는 안정감은 대단했다. 후반 막판 한 골을 막아내며 팀에게 승점 3점을 안겼다. 그에게 공이 돌아갈 때 안정적으로 볼을 피딩해주며 골키퍼로써 할 일을 다했다. 김주영도 팀을 여러 차례 구했다. 아직 장현수와의 호흡은 생각만큼 좋지않지만 김주영은 상대방의 결정적인 찬스를 두세차례 막아냈다. 김주영 역시도 이번 대회가 첫 메이저대회라는 점이 고무적이다. 

역시나 기성용은 기성용이었다. 기성용이 공을 잡을 때 주는 안정감은 다른 선수들과는 달랐다. 특히 2차례 롱패스를 성공시키며 상대의 간담을 서늘케 만들었다. 전반 7분 기성용의 발에서 시작된 공격에서 손흥민의 로빙슛이 골로 들어갔다면 경기의 양상은 아마 매우 달라졌을지도 모른다. 또한 이청용도 좋았다. 오른쪽에서 공격뿐 아니라 수비를 도와주는 움직임이 좋았다고 생각한다. 그의 후방에 있던 김창수가 교체되면서 불안한 상황을 이청용이 잘 끊어내며 수비에 앞장섰다. 

슈틸리케 감독은 5:0으로 완승을 해서 우승후보로 거론되는 것보다 1:0으로 승리하여 문제점을 고쳐나가는 것이 낫다는 인터뷰를 남겼다. 다음 경기를 기대하게 만드는 부분이다. 휴식 기간이 3일도 되지 않아 선수들의 체력문제가 염려스럽다. 선수들이 체력적으로 준비를 잘해서 90분내내 몰아치며 대승하는 쿠웨이트전을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