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안컵 우승, 흥민-쌍용 비중 줄여야 가능하다

Posted by Soccerplus
2015. 1. 12. 08:00 대표팀/월드컵 이야기

김진현이 기성용에게 공을 던져줍니다. 기성용은 박주호에게, 박주호는 다시 기성용. 기성용은 김주영에게 백패스, 다시 기성용에게 패스해줍니다. 손흥민 전방에 뜁니다. 하지만 공간이 부족합니다. 이청용에게 가는 볼, 이청용 공몰고 뜁니다. 압박을 피해 다시 기성용에게, 다시 이청용, 손흥민에게 줍니다. 손흥민! 손흥민! 

지난 오만전에서 분명히 들어봤을만한 멘트다. 우리나라의 공격상황에서 충분히 나왔을만하다. 다른 선수들도 경기에 뛰었지만, 이청용, 기성용, 손흥민의 비중은 정말 엄청났다. 비중이 큰 만큼 이들의 실력은 다른 선수들에 비해 압도적이다. 기성용은 지난 경기에서 양팀을 통틀어 가장 볼을 많이 잡은 선수였고, 손흥민은 가장 많은 슛을(수비에게 막히기는 했지만), 이청용은 좁은 공간에서 가장 많은 돌파를 성공한 선수였다. 

하지만 우리 나라는 1골을 넣는데 그쳤다. 분명히 이런 경기에서 우리가 생각한 이들의 이름값보다는, 이들에 대한 기대치보다는 못한 결과였다. 골은 구자철의 발에서 시작해 조영철의 발에서 끝났지만, 경기 내내 우리가 기대를 가졌던 선수는 손흥민과 쌍용이었을 것이다. 지금 이 상황에서 이들이 우리 나라의 가장 핵심 전력이며, 에이스 라는것에 대해서는 아무도 부정하지 못한다. 

우리뿐만 아니라, 다른 팀도 다 알고 있다. 이미 대회 최고의 스타인 이들이다. 그래서 이들에 대한 견제도 심하다. 손흥민의 공간 창출 능력을 알기에 르갱 감독은 4백 뒤에 한명의 센터백을 더 마련하여 이를 저지했다. 기성용은 경기 내내 상대의 압박에 시달려야 했다. 기성용이 상대 진영 하프라인 안쪽에만 들어오면 상대는 그를 대인마크했다. 한 명이 아니라 2~3 명이 그를 잡을 때도 많았다. 이청용은 약한 피지컬이 상대의 공략포인트였다. 이청용에게 유독 강한 태클이 들어갔고, 결국 그는 타박상으로 경기에서 중도 교체되고 말았다. 

오만이 잘했다. 우리 나라의 핵심 전력을 잘 알고 있다는 것이다. 그리고 이 전략은 다른 팀에게 좋은 교본이 될 것이다. 특히 우리가 다음에 만날 쿠웨이트나 8강에서 만날 (중국 혹은 우즈벡이 유력한) 우리보다 약한 팀을 상대에겐 더더욱 그러하다. 이 에이스 세 명을 막아낸다면 상대에겐 우리와의 경기를 좋은 쪽으로 끌고갈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오만, 쿠웨이트, 중국, 우즈벡 등 우리나라보다 약한 상대에겐 무승부도 만족스러운 결과이기에 뒷공간을 걸어잠그고 수비에 집중하는게 전혀 이해되지 않는 전략은 아니다. 토너먼트라면 승부차기를 기대하면 되는 것이고, 조별리그라면 그러다가 한번의 역습으로 골을 노리면 되는 것이다. 

역습에 최적화된 중동팀들의 전술에 우리는 좋은 기억이 많지 않다. 처음부터 힘으로 눌러서 2골 이상을 넣은 경기도 있지만, 그렇지 못해서 무승부를 기록하거나 상대의 침대축구에 말려 패배를 기록한 경기도 있다. 공격 전술보다 쌍용, 흥민을 막아내는 수비전술에 치중한다면 이런 결과가 다시 나오지 않으라는 법도 없다. 센터 포워드가 약한 우리나라가 상대의 압박을 무시하고 롱볼위주로 경기를 할 수도 없다. 

결국은 이들이 뚫리지 않을 때, 이들의 압박을 이용하여 기회를 만들어낼 선수들이 필요하다. 조영철과 구자철이 골을 만들어 낸 것처럼, 우리나라엔 다른 선수들이 해결해줘야 한다. 단순히 이정협, 남태희, 구자철, 조영철 등을 말하는 것은 아니다. 공격 루트를 다양화시킬 필요가 있다. 차두리와 김진수가 오버래핑을 이용해 상대의 측면을 노리는 모습도 있었고, 박주호가 전진해 구자철에게 택배 크로스를 날리는 장면도 있었다. 이런 장면들이 더욱 더 필요하다. 에이스들에게 집중된 포화도를 우리가 스스로 풀어나가는 것이 필요하다. 

지난 대회도 4강에서 일본에게 져 탈락했지만 경기력만으로는 역대급의 대회였다. 박지성과 이청용에게 몰린 상대의 수비를 구자철과 지동원이 뚫었다. 기성용에게 몰린 상대의 압박은 이용래라는 새로운 활력소가 풀어줬다. 이영표라는 대한민국 역사상 최고의 풀백도 있었다. 수비의 실수로 날렸던 골이 아니었더라면 8강에서 이란을 피해 결승행을 쉽게 가져갈 수도 있었던 대회였다. 2011년 구자철, 지동원, 이용래, 윤빛가람같은 선수들이 해결해주었 듯, 이번 대회에서도 다른 선수들이 가세해주지 않는다면 우승은 쉽지 않다. 

이청용, 기성용, 손흥민에 대한 의존도를 너무 크게 가져가지는 않았으면 싶다. 다른 선수들도 기회가 오면 자신이 처리한다, 자신이 기회를 만든다라는 생각으로 좀 더 적극적인 기회 창출을 해야한다. 오만전은 그런점에서 실망스럽기도 했지만, 다른 선수들에 의해 골이 터졌다는 점에서 희망을 본 경기이기도 하다. 박지성이 없이 지동원과 구자철의 스타 탄생이 가능했을까? 에이스들도 자신에게 쏠리는 상대의 마크를 다른 선수들의 기회 창출로 이어질 수 있는 영리한 플레이를 해야한다. 

슈틸리케 감독이 했던 5:0보다 나은 1:0이라는 말은 이런점에서 고무적이다. 코칭스태프도 우리가 노출한 문제점을 알고 있을 것이다. 상대방의 마크를 기회로 활용하게 된다면 쿠웨이트 이후에 상대하게 될 다른 팀들도 압박감을 느낄 것이다. 아직 우승을 위해선 5경기가 남았다. 한 두 경기의 승리가 아닌 우승을 노리는 우리에겐 제4, 제5의 에이스의 등장이 절실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