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안컵 4강진출, 강한자가 이기는게 아니라 이기는자가 강한 것이다

Posted by Soccerplus
2015. 1. 23. 12:11 대표팀/월드컵 이야기


지난 조별 예선 마지막 경기에서 구자철은 오른쪽 팔목 인대 부상을 당했다. 부상 부위를 움직이지 않도록 보호하는 보호대를 차고 락커룸을 빠져나가는 길에 구자철은 이런 말을 남겼다. "강한자가 이기는 것이 아니라, 이기는 자가 강한거에요"라고 웃으면서 락커룸을 빠져나갔고, 그는 부상으로 이번 대회를 끝냈다. 마지막까지 밝은 모습을 남기고 떠났다. 그리고 우리 나라는 우즈벡전에서 진짜로 "강한" 팀이 되었다. 우즈벡에게 찬스를 허용하고 연장 전반 13분까지 골을 넣지 못했지만, 우리 나라는 상대의 공격을 차단하며 다시 한 번 늪으로 끌어들였다. 손흥민의 두 골이 터진 이번 경기는 선수들에게 자신감을 심어줄 수 있는 경기였다. 

슈틸리케 감독의 첫 메이저 대회다. 그리고 주변 상황은 좋지 못하다. 김신욱, 이동국은 대회 시작 전에 낙마를 했고, 이청용과 구자철은 토너먼트에 올라가 보지도 못하고 짐을 싸서 돌아갔다. 설상가상 호주의 잔디와 날씨가 좋지 않았고 매경기마다 체력의 한계를 느끼며 싸워왔다. 경기력에 대한 논란도 있었지만 이번 경기에서도 다시 한 번 승리를 거두며 4경기 전승을 기록했다. 여러 어려움 속에도 불구하고 우리의 강함을 아시아 전역에 보여주고 있다. 

이번 대회는 선수들이 돌아가면서 활약을 해주고 있다. 지난 조별 예선에서는 김진현, 이정협이 에이스 손흥민, 기성용의 도움이 되었다면 우즈벡 전에선 김진수가 그 주인공이었다. 김진수는 조별 예선에서 다소 불안한 모습을 보였지만, 우즈벡 전에선 이영표 해설 위원의 말대로 벽이었다. 보이지 않는 에이스라고 봐도 무방할 것 같다. 김진수가 연장 전반 13분 상대에게 빼앗긴 볼을 포기하고 수비로 돌아갔다면 손흥민의 선제골은 나오지 않았을 것이다. 김진수는 왕성한 체력을 자랑하며 상대를 압박하여 볼을 따냈고, 손흥민에게 완벽한 밥상을 차려줬다. 

쿠웨이트전에서 우리나라를 살렸던 차두리도 다시 한 번 빛났다. 수비도 수비고, 공격도 공격이지만 차두리가 오른쪽을 완벽하게 뚫어버리고 3명을 제쳤던 연장 후반 14분의 장면은 아마 우리나라 축구사에 남을 장면이 아닐까 싶다. 팀내 최고참이지만 여전히 최고의 스피드와 피지컬을 자랑하며 발이 묶여버린 우즈벡의 희망을 꺾어버렸다. 손흥민의 마무리도 좋았다. 시드니행을 결정짓는 정말 멋진 골이었다. 

전날 인터뷰에서 손흥민에게 슈틸리케의 축구가 어떤 축구냐고 묻자 손흥민은 "이기는 축구다"라고 말했다. 그리고 우리는 보란듯이 이기고 있다. 그리고 강해지고 있다. 선수들을 운용하는 슈틸리케에게 믿음이 생기고 있으며, 이를 따르는 선수들의 사기도 좋아보인다. 기성용과 박주호를 중심으로 한 중앙 라인은 이제 안정권에 들어선 모습이고 차두리와 김진수의 양쪽 풀백은 이번 대회 최고의 살림꾼이다. 골키퍼 김진현은 이번 대회 우리가 나은 최고의 스타다. 아직 최고의 조합을 찾지 못한 것으로 보이는 센터백 라인, 그리고 공격의 활로를 찾아내야 할 공격진들은 대한민국의 우승을 위한 마지막 키워드다. 

Step by Step이다. 일본이나 호주가 지난 대표팀 감독들의 유산을 갖고 시작을 한 팀이라면 우리는 하나도 남겨진 것이 없는 상황에서 만든 팀이다. 여전히 런던 올림픽 세대가 주를 이루지만 선수들의 입지도 바뀌었고, 새로운 선수들의 합류로 인해 경쟁 구도도 가열 됐다. 차두리, 곽태휘와 같은 노장들의 활약은 다른 선수들에게 귀감이 되고 있으며, 김진현이란 새로운 골키퍼가 나오면서 다른 포지션의 주전들도 긴장을 하게 되었다. 이제 공격진에서 한 선수만 터져준다면 우리나라는 정말로 좋은 전력을 갖게 될 것이라 생각한다. 이근호, 이정협, 남태희, 한교원 등 후보는 많다. 폼이 오르다가 부상으로 낙마한 구자철이 너무 아쉽다. 

하지만 우리는 강하다. 그리고 점점 더 강해지고 있다. 조별 예선에서 드러냈던 적지 않은 문제점들이 하나둘씩 정상궤도에 오르고 있는 것을 보인다. 컨디션 조절에도 실패한 우리나라 팀이었지만, 선수들이 경기를 치르면서 최상의 몸상태로 올라가고 있다는 느낌이 든다. 2011년이 최고의 준비에서 시작됐지만 아쉽게 승부차기에서 무너진 대회였다면, 2015년은 경기를 하면서 더욱 더 강해지는 대회가 되고 있다. 우리는 4강에서 만날 팀보다 하루를 더 쉬게 된다. 그만큼 유리한 위치에 있다는 이야기다. 3일을 쉬고 해야 하는 경기가 부담스러운 것은 사실이지만, 상대는 이틀을 쉬고 경기를 하게 된다. 우리가 유리하다고 볼 수 있다. 

아직 우승을 말하는 것은 시기상조지만, 어느 팀을 만나도 질 것 같지 않다는 확신이 들기 시작한다. 비단 나만의 생각은 아닐 것이다. 하나의 목표를 향해 나아가고 있고, 현장에서의 분위기도 뜨겁다. 이제 두 경기가 남았다. 60년만에 아시안컵을 들고 돌아와주기를 기대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