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년 뒤, 드디어 새로운 박지성-이영표가 등장했다

Posted by Soccerplus
2015. 1. 28. 00:17 대표팀/월드컵 이야기

4년전 아시안컵, 그리고 5년전 남아공 월드컵에서 우리나라의 왼쪽 라인은 철벽이었다. 최고의 풀백 이영표와 최고의 왼쪽 미드필더 박지성이 자리했기 때문이었다. 우리 나라는 우리나라 축구의 대들보였다. 2002년 월드컵 4강을 일궈낸 두 주역은 이후 10년에 가까운 시간동안 에이스의 자리를 놓치지않았다. 우리 나라의 가장 강력한 전력이었고, 전세계 어느 나라와 비교해도 밀리지 않는 우리나라의 자랑이었다. 

10년을 지킨 왼쪽 라인이 국가대표를 은퇴하기전부터 이들이 떠난 이후를 걱정해야했다. 은퇴하기전부터 계속해서 그들의 후계자들이 거론되었다. 박지성은 그의 후계자로 직접 언급했던 김보경, 손흥민과 함께 아시안컵 명단에 올랐지만 이영표의 후계자는 아무도 쉽게 언급하지 못했다. 물론 김보경과 손흥민이 국가대표팀에서 자리를 쉽게 차지한 것도 아니었다. 여전히 미완의 대기였던 손흥민은 발전중인 유망주였고, 김보경은 부상과 해외이적에서의 부침이 겹치며 최고의 컨디션을 유지하지 못했다. 박주호, 홍철, 김영권, 윤석영, 빅원재 같은 선수들이 이영표의 후계자를 위해 달려들었지만 여전히 무주공산이었다. 

손흥민이 독일에서 급성장하면서 왼쪽 윙어에 대한 갈증은 조금씩 풀려가는 듯 했다. 손흥민은 월드컵에서 한 골을 넣으며 박지성에 대한 갈증을 어느 정도 해소해주었지만, 대표팀의 에이스라고는 말하기 어려웠다. 이청용, 기성용, 구자철 등 대표팀의 대들보와 같은 자원들이 여전히 자리했고, 손흥민은 떠오르는 신예의 느낌이 더욱 더 강했다. 왼쪽 풀백 자리는 무주 공산이나 다름없었다. 김진수가 부상으로 대표팀에서 낙마하면서 윤석영이 주전으로 나왔다. 윤석영은 좋은 기량을 갖고 있는 선수지만 당시 경기 감각이 떨어져 제대로된 활약을 보이지 못했다. 

하지만 이번 아시안컵에서는 4년전 박지성-이영표의 존재감을 채워주는 새로운 듀오가 등장한 느낌이다. 팀 전체가 의지하는 왼쪽 윙어 에이스가 등장했고 상대의 공격에 수비면 수비, 오버래핑시 공격이면 공격에도 일당백을 하는 주전 왼쪽 풀백이 등장했다. 손흥민과 김진수라는 92년생의 어린 대들보들이 등장한 것이다. 손흥민은 아시안컵 최고의 공격수로 성장했고, 이번 대회가 인정하는 최고의 선수다. 또한 김진수도 만만치 않다. 8강전 결승골을 어시스트하더니 4강전에서도 결승골을 어시스트했다. 완벽한 수비는 덤이었다. 그야말로 철벽의 모습을 보여주면서 김진수는 대표팀의 핵심 전력으로 급부상했다. 

실제로도 절친인 두 선수의 성장은 우리 나라에겐 너무나도 큰 선물이 아닐 수 없다. 4년간 늘 빈자리를 느꼈던 박지성과 이영표의 존재를 채워가고 있다. 박지성과 손흥민, 김진수와 이영표의 플레이 스타일은 차이가 있지만 그들만의 스타일로 대표팀의 중추적인 존재로 성장한 것이다. 그것도 아직 만 23세가 되지 않은 어린 선수들이다. 우리나라의 왼쪽은 공수모두 탄탄한 완벽한 전력을 갖게 됐고, 이는 아시아에서 최고의 전력이다. 이청용이 돌아오게 된다면 좌우의 균형또한 맞게 된다. 

단순히 이번 대회에 그칠 전력이 아니다. 이 선수들은 여전히 어린 선수이고 앞으로 다음, 다다음월드컵까지도 최고가 될 수 있는 선수들이다. 4년전엔 대표팀에 후보군조차 아니었던 김진수가, 그리고 4년전엔 유망주중 하나였던 손흥민이 이제는 중추적인 선수들로 성장한 것이다. 호펜하임과 레버쿠젠에서 핵심 선수로 활약하고 있는 두 선수들은 앞으로도 성장 가능성이 무궁무진하다. 아시안컵을 결승으로 이끈 두 선수들이 우승까지 일궈낸다면 이들의 경험은 이후 리그 생활에서도 큰 힘이 될 것이다. 

슈틸리케 감독의 공도 크다고 생각한다. 박지성과 이영표라는 이름은 대표팀에 큰 자랑이지만 한편으로는 그늘이기도 했다. 대체자를 찾지 못했고, 우리는 좋지 못한 결과를 받아들 떄마다 그들을 그리워해야했다. 하지만 슈틸리케 감독은 지금껏 국내파 감독들이 해왔던 프레임을 깨기 시작했다. 새로운 선수들이 국가대표팀에 자리를 잡기 시작했고, 이제서야 두 레전드의 그늘에서 조금씩 벗어나는 듯 하다. 이 두 신예들이 레전드가 될 때까지 국가대표팀에서 맹활약해주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