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퇴 앞둔 차두리, 정말 멋진 '국가대표'였다

Posted by Soccerplus
2015. 1. 30. 15:51 대표팀/월드컵 이야기

차두리의 내일 경기는 그의 국가대표팀 마지막 경기가 될 가능성이 높다. 호주와의 결승전이다. 차두리라는 파란만장한 선수가 마지막을 장식하기엔 너무나도 잘맞는 경기가 아닌가 싶다. 55년만의 우승이 그야말로 눈앞에 왔다. 시드니 스타디움을 가득채울 8만4천명의 관중들이 차두리의 '스완송'을 지켜볼 것이다. 2002년 혜성처럼 등장한 차두리가 13년 뒤 대표팀의 최고참이 되어 은퇴를 눈앞에 두고 있다. 참으로 많은 경기에 나선 차두리지만 국가대표로는 우여곡절도 많았다. 

2002년 월드컵 대표팀에서는 공격수로 대표팀의 차세대 유망주로 기대를 받았다. 하지만 공격수로의 포지션에 한계를 느끼며 2006년 월드컵 대표팀에는 제외되었다. 월드컵에 제외된 이후 포지션변화를 시도했고 오른쪽 풀백으로 자리를 잡았다. 독일에서의 활약으로 대표팀에 승선했고, 2010년에는 다시 대표팀에 올라 주전으로 뛰었다. 2014년 월드컵에서도 유력한 오른쪽 풀백으로 전망됐지만, 그는 대표팀에 소집되지 못하고 해설위원으로 활약했다. 당시 그의 눈물이 재조명받기도 했다. 

국가대표라는 이름이 정말 아깝지 않은 선수라고 생각한다. 대한민국에서 차범근의 아들로 산다는게 참 어렵고 힘든일이라는 인터뷰를 보았을 때는 가슴 한켠이 짠하기도 했다. 늘 아버지의 능력에 비교되었던 선수다. 하지만 그는 그의 위치에서 최선을 다했다. 독일과 스코틀랜드, K리그에서 뛰었다. 셀틱과 FC서울에선 우승을 이끌기도 했다. 해외에서 선수 생활의 대부부분을 보냈지만 마무리는 K리그에서 보내야겠다는 의지를 보였고, 최근 1년 재계약을 하기도 했다. 

우리나라 나이로는 36세, 선수로는 이미 전성기를 지나고도 지난 나이지만 뛰어난 자기 관리와 타고난 피지컬로 젊은 현역 선수 못지않은 피지컬을 보여주고 있다. 이미 이번 대회에서 두개의 어시스트를 했으며, 특히 우즈벡전 보여주었던 폭풍 드리블은 한국 축구역사에 길이 남을 장면으로 기억될 것이다. 지난 월드컵에 나가지 못해 심적으로 힘들었을 것이다. 방송 중계를 하면서는 눈물을 보이기도 했다. 하지만 차두리는 국가대표에 대한 열정을 멈추지 않았다. 고참의 역할을 강조하며 다른 선수들과 잘 녹아들었다. 대표팀이 좋은 성적을 보일 때, 늘 고참들의 활약이 돋보인다. 차두리는 대표팀의 중심이 되어, 다른 선수들을 독려하고 있다. 

지난 브라질 월드컵에서 의리 선발 논란이 일어나며 국가대표의 의미가 퇴색된 적이 있다. 차두리도 그 희생자 중 한명이었다. 누구에게는 너무나 소중한 태극마크지만, 어떤 선수에게는 별다른 노력없이 주어진 것이었다. 다시 명단에 복귀하며 차두리는 아시안컵에 뛰고 있는 다른 선수들에게도 귀감이 되고 있다. 한 선수가 전체에 미치는 영향을 무시할 수 없는 선수다. 과거 박지성 선수가 그랬고, 이번 대표팀에선 차두리그 그 역할을 해주고 있다. 

이런 선수가 은퇴한다니 아쉬움도 크다. 우여곡절이 많았던 선수이니만큼, 멋진 마무리가 되었으면 좋겠다. 우승이라는 결과를 받아들고 차두리가 우승컵을 들어올리는 장면을 생각하면 지금부터 흐뭇하다. 우리나라에서 이렇게 사랑을 받은 국가대표도 없었을 것 같다. 그가 어떤 자세로 국가대표를 받아들였고, 늘 최선을 다했다는 것을 알기에 팬들은 그에게 환호하는 것이다. 

내일 경기에서 차두리가 선발로 나오지 않을 가능성이 있다고 생각한다. 차두리는 공격적으로는 매우 뛰어난 풀백이지만 수비적으로는 약점을 노출하는 선수다. 특히 상대 크로스를 막는 것이 굉장히 중요하기 때문에 김창수가 선발로 나올 가능성이 적지 않다. 후반전 20분 이후 조커카드로 교체되어 다시 한 번 폭풍드리블을 보여줄 수 있다. 선발로 출장할 수도 있지만, 상대의 특성상 조커카드로 아껴둘 수도 있다. 공격적인 교체카드가 그리 많지 않은 상황에서 차두리를 아껴둘 가능성도 있다. 

어떤 결과가 나오든, 차두리가 선발이든 교체든 간에 차두리는 팬들의 뜨거운 박수를 받을 것이다. 물론 그의 마지막이 누구보다 화려하기를 바란다. 오른쪽 측면에서 호주 선수들을 제압하고, 특유의 폭풍 드리블로 대한민국을 우승으로 이끌어 주었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