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분 해트트릭 손흥민, 이게 바로 에이스다

Posted by Soccerplus
2015. 2. 15. 02:09 해외파 이야기/손흥민

손흥민이 분데스리가 볼프스부르크와의 경기에서 해트트릭을 기록하며 시즌 리그 8호골, 그리고 통합 14호골을 기록하게 됐다. 지난 시즌 함부르크와의 경기에 이어 통산 두번째 해트트릭을 기록했다. 팀이 3:0으로 뒤진 상황에서 10분만에 해트트릭을 기록하며 경기를 바꾸어 놓았다. 벨라라비와 하칸 찰하노글루나는 탐욕스러운 동료들 사이에서 에이스가 누구인지 교통정리를 했던 경기이기도 했다. 볼프스부르크의 바스 도스트가 4골을 넣으며 5:4로 패하게 되어 손흥민의 활약은 아쉬운 기록이 되었지만, 개인적인 능력으로 팀을 바꾸어 놓은 에이스의 자리는 누구나 인정할 수 밖에 없을 듯 하다. 

쉬얼레와의 신구 에이스 대결

오늘 경기는 의미있는 경기였다. 바로 쉬얼레와의 매치업때문이었다. 30개월전, 레버쿠젠 소속이었던 쉬얼레는 2300만 유로를 받고 첼시로 떠났다. 에이스가 떠났지만 그 자리에 손흥민이 들어왔다. 손흥민은 12골을 넣으며 쉬얼레의 자리를 메웠다. 1000만 유로의 몸값으로 팀내 최고 몸값을 경신했고, 팀의 유망주이자 에이스로 활약했다. 그리고 2년 뒤, 구 에이스와 신 에이스의 대결이 펼쳐진 것이다. 

레버쿠젠, 시즌 최악의 전반전

이 경기를 풀로 본 사람들은 별로 없을 것으로 추정한다. 레버쿠젠의 전반전은 그야말로 답이 없었기 때문이다. 빌드업은 눈을 씻고 찾아볼 수도 없고, 롱패스에 벨라라비와 하칸 찰하노글루는 패스보단 개인플레이에 의존했다. 레버쿠젠의 유일한 득점루트는 공격수들의 움직임이 아닌 하프라인 근처에서 만들어진 프리킥 찬스를 하칸 찰하노글루의 크로스 시도로 연결하는 것이었다. 물론 전혀 의미는 없었다. 오히려 정줄놓은 수비진은 도스트의 빠른 움직임에 두손을 들었다. 팀의 정신적 지주와도 같은 베른트 레노 골키퍼는 나우두의 프리킥에서 결정적인 실수를 하며 실점의 빌미가 되기도 했다. 선수들의 정신력과 집중력이 완전히 떨어진 경기였고, 전반이 끝나기도 전에 경기를 꺼버리고 싶다는 생각이 수십번도 더 들었다. 

하지만 후반전부터 조금 달라졌다. 로저 슈미트 레버쿠젠 감독이 초강수를 둔 것이다. 전반이 끝나자마자 세 명의 선수를 교체했다. 키슬링, 벤더, 찰하노글루를 뺐다. 그리곤 드르미치, 롤페스, 브란트를 투입했다. 에이스로 꼽혔던 세 선수를 빼고 좀 더 많이 움직이고 팀플레이를 해줄 수 있는 선수를 투입했다. 그리고 후반전은 전반에는 전혀 되지 않던 공격 전개가 가능해졌다. 활동량이 적어 세트피스를 제외하고는 다른 가능성을 보여주지 못했던 찰하노글루가 빠진 결과였다. 하지만 3:0, 레버쿠젠의 집념이 결과로 이어지기란 힘든 상황이었다. 

후반전, 손흥민의 매직

그리고 그 상황에서 손흥민이 빛났다. 57분, 손흥민은 상대 골키퍼가 볼을 잡고 다리사이로 흐른 볼을 그대로 골대로 차넣었다. 사실 오심에 가까웠다. 골키퍼가 볼을 잡고 있었다고 말하는게 더 맞는 상황이었다. 하지만 손흥민은 이 상황에서 포기를 하기보단 하나라도 더 해보자는 집념을 보였고, 이게 행운의 골로 연결됐다. 시즌 6호골이자 자신의 시즌 최다골과 타이를 이루는 순간이었다. 

5분 뒤, 앞선 행운의 골과는 다르게 손흥민은 자신의 클래스를 보여주는 골을 넣었다. 후방에서 수비수 파파도폴로스가 손흥민이 앞으로 쇄도해나가는 움직임을 보았고, 손흥민은 달려나가면서 볼을 잡았다. 패널티박스 바로 앞에서 손흥민이 트래핑했던 상황에서 상대 수비 2명, 그리고 골키퍼가 둘러쌓았다. 아무리 손흥민이라도 어려운 상황이었다. 하지만 손흥민은 첫번째 터치로 수비수와 골키퍼가 움직이는 방향과 반대방향을 택하며 따돌렸고, 두번째 터치로 비어있는 골대에 볼을 밀어넣었다. 눈깜짝할 사이에 들어간 골이었다. 강하게 차는게 중요한 것이 아니었다. 한 번의 터치로 3명의 상대를 속여버린 손흥민의 센스가 빛나는 순간이었다. 개인적으로는 2010년, 함부르크에서 데뷔전에서 골키퍼를 제치고 넣었던 골과 비슷해보였다. 

세번째 골은 그야말로 손흥민 다운 골이었다. 67분, 4:2로 한골을 내어준 상황이었다. 코너킥을 담당했던 손흥민의 킥이 상대 수비에게 막혔다. 하지만 수비를 담당하던 레버쿠젠 선수가 손흥민에게 볼을 밀어주었고, 측면에 쳐져있던 손흥민은 본능적으로 골대를 보고 슛각도를 만들었다. 볼을 받자마자 슛각도를 만드는 터치를 했고 지체하지 않고 강한 왼발 슛으로 연결했다. 상대 골키퍼는 손을 쓸 틈도 없었다. 세번째 골이 들어가는 순간이었다. 

10분만에 3골, 이게 바로 에이스다

10분이란 시간이 너무나도 짧게 느껴졌다. 이 10분동안 손흥민은 그야말로 볼을 잡을 때 마다 골을 넣었다. 이후 벨라라비의 골이 이어지고 동료 수비수 스파히치가 퇴장당했다. 손흥민에게 최고의 시나리오는 본인의 활약으로 팀이 승점 3점을 가져가거나 차선책으로는 1점을 가져가는 것이었겠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3골로 본인의 몸값을 확실히 높였다. 개인적인 기량이 좋은 벨라라비와 하칸 찰하노글루에게 에이스가 어떤 역할을 해주어야 하는지 보여주는 활약이었다. 절친이지만 탐욕이 앞선 두 친구들에게 자신의 능력을 유감없이 보여주는 경기이기도 했다. 

10분만에 3골이란 것은 정말 대단한 일이다. 지난 시즌, 친정팀을 상대로 넣은 3골도 의미있었지만 리그 2위팀을 상대로 3골을 뒤진 상황에서 넣은 3골이 더 큰 의미라고 생각한다. 로저스 감독에게도 생각을 한번쯤 하게 만드는 골이었을 것이라 생각한다. 지난 브레멘전, 그리고 이번 볼프스부르크전에서도 하칸-벨라라비가 모두 출전했던 전반전보다 하칸이 빠지고 손흥민이 중심을 맡았던 후반전의 경기력이 훨씬 더 좋았다. 개인 기량도 기량이지만 팀플레이를 할 줄 아는 선수가 바로 손흥민이기 때문이다. 

불과 시즌 27경기만에 14골을 넣은 손흥민은 이제 한 골 한 골을 넣을 때 마다 개인 기록을 경신하게 된다. 시즌은 13경기가 남아있고, 아틀레티코 마드리드와의 챔스 16강전도 있다. 한 번 올라온 그의 컨디션이라면 앞으로 이어질 몇 경기동안 몰아치기도 충분히 가능할 것이라고 생각한다. 3골을 넣으며 순식간에 득점순위도 9위로 올라섰다. 이런 컨디션이라면 득점순위도 더 올라갈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 레버쿠젠이 챔스진출을 하지 못한다면 손흥민은 올 시즌을 마지막으로 이적을 추진하는 것도 괜찮다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