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호골 기성용, 스완지 전술 그자체였다

Posted by Soccerplus
2015. 2. 22. 02:40 해외파 이야기/기성용


해외 축구 경기를 보며 한국 선수들이 대단하고 느낄 때가 많다. 지난 주 손흥민처럼 해트트릭을 하며 경기를 이끌었던 것도, 과거 박지성이 해외 유명팀을 상대로 선전을 했던 것도 그렇다. 그리고 오늘 새벽, 기성용은 새로운 대단함을 느끼게 해주었다. 한 팀의 전술이 기성용 중심으로 바뀌는 것을 90분 동안 목격했다. 개리 몽크 감독은 기성용을 전술의 키로 사용했고, 기성용은 그러한 기대를 100% 만족시켰다. 기성용은 시즌 5호골을 기록하고 어시스트와 다름없는 패스를 하면서 팀의 2:1 승리를 이끌었다. 거함 맨유를 상대로 이번 시즌에만 2골, 가히 맨유 킬러로 불리울 수 있을만한 활약이었다. 

맨유는 갈길이 바쁘다. 특히 반 할 감독은 늘 축구팬들의 논란 거리다. 많은 영입을 했고, 지난 시즌보다 확실히 좋은 전력을 갖추고 있지만, 시즌 순위가 못 미덥다. 경기력은 더욱 더 그렇다. 쓰리백 논란이 이어졌고, 훌륭한 공격자원을 효율적으로 사용하지 못하며 웨스트햄, 사우스 햄튼과의 경기에서 승점 3점을 가져오지 못했다. 시즌 막판으로 갈수록 강한 상대가 기다리고 있는 맨유는, 이번 경기를 반드시 잡아야했다. 하지만 맨유는 기성용을 막아내지 못하며 아스날에 밀려 4위로 내려앉게 됐다. 

스완지도 승리가 고픈 것은 마찬가지였다. 보니가 이적하고 기성용이 아시안컵으로 빠지면서 팀의 성적이 매우 떨어졌다. 최근 5경기에서 1승 2무 2패의 성적을 기록했다. 맨유라는 상대를 홈에서 잡는다면, 앞으로의 일정에 탄력을 받음은 물론이고 윌프레드 보니가 없어도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가질 수 있는 경기였다. 그리고 몽크 감독은 맨유를 상대로 상당히 실험적인 포메이션을 들고 나온다. 그리고 그 중심에는 기성용이 있었다. 

다이아몬드의 오른쪽 미드필더 기성용

선발 라인업이 상당히 파격적이었다. 늘 2명의 수비형 미드필더와 1명의 공격형 미드필더 그리고 2명의 윙어를 두었던 몽크 감독은 이번 경기에 한 명의 수비형 미드필더와 두명의 중앙 미드필더를 두며 맨유와의 중원싸움에서 지지 않겠다는 의지를 보였다. 동시에 고미스의 부족한 공격력을 만회하기 위해 기성용을 전진배치하며 공격 가담을 적극적으로 주문했다. 기성용은 수비라인 바로 앞에 위치하는 것이 아니라 중원과 공격쪽에 더 많이 위치했다. 오른쪽 측면에서 앙헬 디 마리아와 끊임없이 부딪혔고, 상대 풀백인 루크 쇼의 오버래핑을 간접적으로 방해하기도 했다. 

시구르드손과 고미스로는 부족한 공격진에 도움이 되기 위해 공격에 많이 가담했는데, 이 과정에서 골이 나왔다. 기성용의 문전 쇄도를 보았던 존조 쉘비가 정확한 크로스를 날렸고, 뒤에서 달려오는 기성용을 놓친 맨유 수비는 그대로 기성용의 골을 허용하고 만다. 몽크 감독의 승부수가 통한 것이다. 백중세에서 에레라가 골을 넣으며 1:0으로 앞서가던 맨유는 바로 골을 허용하며 어려운 경기가 될 것임을 직감했다. 기성용은 5호골을 넣으며 기성용의 한국인 최다골과 타이를 이뤘다.

후반전, 왼쪽 윙어 기성용

후반전이 시작하자마자 몽크 감독은 맥네어를 빼고 안토니오 발렌시아를 투입했다. 맨유의 측면 공격이 통하지 않았기에 어느 정도 예고된 교체이기도 했다. 그리고 몽크 감독은 기성용을 오른쪽에서 왼쪽으로 옮기고 존조 쉘비를 잭 코크의 옆자리에 위치시켰다. 수비력이 더 뛰어난 기성용이 발렌시아의 공격을 1차적으로 저지하는 역할이고, 동시에 발렌시아가 오버래핑 한 빈 공간을 노리기 위함이었다. 후반전 초반 맨유의 기세가 강하자 기성용은 수비 가담에 열중했다. 사이드 라인 근처에 위치하며 다른 선수들을 도왔다. 

그리고 기성용은 기어코 일을 냈다. 후반 25분이 지나자 스완지에게도 공격 기회가 오기 시작했다. 왼쪽 측면에서 볼을 잡으며 상대 수비가 2~3명 기성용을 둘러싸자 기성용은 탁월한 볼키핑으로 공을 소유하고, 쇄도해 들어오는 반대쪽의 존조 쉘비에게 롱패스를 날렸다. 기성용이 수비수들을 유인했기에 존조 쉘비의 중거리 슛을 막을 선수가 없었고, 존조 쉘비의 중거리슛은 고미스의 머리를 맞고 골로 연결되게 된다. 기성용의 이동과 맞물린 연쇄작용이었다. 

2:1 이후, 제자리를 찾은 수비형 미드필더 기성용

골을 넣은 이후, 몽크 감독은 곧바로 몬테로를 시구르드손과 바꿨다. 체력이 떨어진 시구르드손을 교체하는 동시에 존조 쉘비를 공격형 미드필더에, 기성용을 수비형 미드필더에 위치시켰다. 2선에 서게된 미드필더들의 공격형 미드필더의 공격 가담이 그리 많지 않았기에 역습을 노리는 4-5-1 형태로의 변화를 꾀한 것이다. 존조 쉘비보다 수비력이 뛰어난 기성용을 후방에 배치시켰고, 특히 펠라이니의 머리를 노리는 상대의 전술에 적극적으로 경합시켰다. 기성용은 이러한 몽크의 임무를 100% 소화했고, 결국 스완지는 2:1로 맨유에게 승리했다. 

기성용의 전술적 가치, 스완지에 절대적

오늘 경기를 보며 몽크 감독이 기성용을 어떻게 생각하는지에 대해 확신을 갖게 되었다. 공격에 중점을 둘 때는 공격적으로 위치시키고, 수비에 중점을 둘 때에는 수비적으로 위치시켰다. 그야말로 에이스의 대우를 해주고 있다. 그리고 기성용은 실제로 요구된 역할을 120% 해내면서 팀의 승리를 이끌었다. 시즌 내내 포메이션의 변화가 없었던 스완지는 이번 경기에서 유달리 전술적 변화가 경기 내내 이뤄졌는데, 그 중심에는 기성용이 있었다. 거함 맨유를 침몰시킨 스완지의 사령관은 바로 기성용이었다. 

남은 시즌이 기대가 될 수 밖에 없다. 시간이 지나면 지날수록 기성용의 입지가 좋아지고, 또한 발전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블린트, 에레라, 디 마리아 등 이번 시즌 기성용 몸값의 몇 배를 받고 이적한 선수들과의 맞대결에서 전혀 밀리지 않았다. 오히려 더 좋은 경기를 했다. 5골의 골기록도 대단하지만 경기에 차지하는 영향을 따지자면 훨씬 더 대단한 선수다. 올 여름 이적시장에서 빅클럽으로의 이적이 허황된 이야기만은 아닌 듯 하다. 젖병 세레모니로 묘한 기대감을 남긴 기성용, 남은 시즌도 지금처럼 에이스의 활약을 이어가주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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