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성용, 빅클럽 도전이 무리수가 아닌 이유

Posted by Soccerplus
2015. 2. 24. 00:58 해외파 이야기/기성용

박주영의 아스날행 이후, 우리나라 팬들은 '빅클럽'에 대해 굉장히 조심스러워졌다. 빅클럽에 가서 벤치만 달구느니, 그 아래의 클럽에서 많이 뛰는게 낫다는 것이 그 논리의 중심이다. 맞는 말이다. 빅클럽에 뛰지 못할 재능을 갖는 선수들이 빅클럽에 가기도 불가능하지만, 설사 가게 된다고 해도 주전을 차지하는 것은 어렵다. 매년 맨유, 첼시, 아스날, 맨시티와 같은 강팀은 스타 선수들을 영입한다. 그리고 그 사이에 쥐도새도 모르게 수십명의 유망주와 즉시 전력감의 선수들이 팀을 떠난다. 들어오기는 너무나도 어렵고, 들어가서 그 자리를 지키기도 어렵다. 

카가와 신지의 실패도 우리에게 큰 교훈이 된 듯하다. 카가와 신지는 도르트문트에서 분명 월드클래스였다. 하지만 맨유로 이적한 뒤, 그저그런 선수로 전락하고 말았다. 도르트문트에 돌아가서도 예전의 기량을 찾지 못하고 있다. 맨유에서 가장 큰 실패의 원인은 새로운 감독이 오면서 새로운 전술에서 도태되었기 때문이다. 리그 적응의 문제도 없지는 않았다고 생각한다. 모예스의 전술에서 카가와는 공격포인트를 올리지 못했고, 결국 반 할의 눈에도 들어가보지 못한채 친정팀으로 돌아가야했다. 혼자서 경기를 풀 수 있는 스타일이 아니라는 점도 그가 후순위로 밀리게 된 이유라고 생각한다. 

기성용의 빅클럽 가능성에 대해 많은 이야기가 나오고 있다. 기성용이 과연 빅클럽에 갈 수 있는 자원이냐 라는 물음에 주저없이 Yes라고 말하고 싶다. 이번 시즌 빅클럽을 제외하고 기성용만한 활약을 보여주는 수비형 미드필더는 찾기가 어렵다. 그나마 웨스트햄의 알렉스 송 (기복이 많다), 그리고 사우스햄튼의 모건 슈네이더린 정도다. 빅클럽에서도 기성용만한 활약을 보이는 선수는 흔치 않다. 수비형 미드필더만을 생각한다면 네마냐 마티치, 포지션의 범위를 조금 넓히면 야야 투레 정도밖에 생각이 나지 않는다. 그 이외엔 기성용이 충분히 기록과 실력에서 해볼만한 선수들이거나, 그보다 아래인 선수들이다. 

기성용은 스완지의 핵심이다. 시즌 초반 스완지는 윌프레드 보니와 질피 시구르드손이 더 많은 비중을 차지하는 팀이었다. 하지만 시즌이 진행되면 진행될수록 기성용의 활약이 더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보니는 천문학적인 이적료를 받고 떠났다. 시구르드손이 복귀했던 지난 맨유전, 스완지의 중심은 기성용이었다. 기성용은 오른쪽, 왼쪽 미드필더, 그리고 수비형 미드필더까지 포지션을 옮겨가며 팀의 승리를 책임졌다. 개리 몽크 감독의 전술을 이해하기 위해선 기성용의 움직임을 봐야했을 정도였다. 팀이 골을 기록할 때마다 포지션을 옮겼다. 시구르드손은 역전골을 넣자 교체되며 바뀌어버린 에이스의 자리를 실감했다. 

지난 시즌까지만해도 수비가 부족한 반쪽 선수라는 오명도 씼어냈다. 몸싸움과 헤딩 경합에서 밀리지 않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고, 특히 지지난 경기에서는 헤딩으로 골을 넣기도 했다. 수비에도 적극 가담해주면서 투지넘치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고, 헤딩 경합에서 승리비율이 높아지면서 코너킥시에도 그에게 쏠리는 비중이 더욱 더 커지고 있다. 기성용을 이용한 코너킥 전술이 만들어지기도 했다. 이번 시즌 5골, 중앙 미드필더의 위치에서 기성용보다 더 많은 골을 넣은 선수는 야야 투레, 제라드, 람파드 뿐이다. 크리스탈 팰리스의 예디낙도 기성용과 같은 5골을 넣었지만 그는 팀에서 패널티킥을 전담하는 선수다.  

또한 기성용은 기복이 없는 선수고, 어느 팀에서든 필요한 자원이다. 적응의 문제는 둘째치더라도, 기성용의 역할을 맡는 선수는 팀마다 존재한다. 수비/공격의 비중이 다를 뿐, 팀의 전체를 조율하는 수비형 미드필더를 생략한 전술을 구사하는 팀은 없다. 모든 팀들이 구사하는 4-2-3-1의 2의 역할에도 4-4-2의 중앙 미드필더 역할에도 기성용은 잘 어울린다. 또한 기복이 없다. 어느 팀에서든 점유율을 쌓고, 패스가 가능한 수비형 미드필더의 존재는 필수적이다. 또한 스코틀랜드, EPL에서 벌써 6시즌째, 적응의 문제는 필요없다. 

다소 선굵은 축구를 했던 선더랜드에서도, 그리고 스완셀로나로 불리우기도 했던 라우드럽의 스완지, 그리고 거기에 조금 더 공격적 요소를 가미하며 이리 저리 포지션을 옮겨가고 있는 몽크의 스완지에서도 자신의 역할을 다 해왔다. 26세, 어느덧 성장의 끝이 보이는 나이에 다다랐음에도 불구하고, 기성용은 해마다 새로운 도전에 성공하고 있다. 어쩌면 우리가 아는 기성용의 기량은 지금보다 훨씬 더 대단한 것일지도 모른다. 

스완지가 기성용을 내어주고 싶지 않겠지만 스완지는 셀링 클럽이다. EPL 20개 구단 가운데 홈구장의 수용인원이 가장 작다. 인구 23만의 가장 작은 도시를 연고로 하며, 수익이 분명하지 않은 스완지시티는 거금의 이적료를 내민다면 주요 선수를 팔아야 계속해서 새로운 선수들을 사올 수 있다. 조 앨런, 벤 데이비스, 윌프레드 보니 등 핵심 선수들을 잡지 못했다. 보니가 떠난 스완지에서 가장 많은 이적료를 받을 수 있는 선수는 기성용이다. 그에게 큰 오퍼가 온다면 팔지 않을 이유가 없다. 

지금의 기세라면 EPL 모든 팀에서 최소한 로테이션의 역할은 해줄 것이라고 확신한다. 마티치-세스크의 라인이 확실하게 자리잡은 첼시가 아니라면 다른 팀에서 주전 경쟁도 가능하다. 감독이 어떤 역할을 요구하고, 기성용에 대한 기대치에 따라 주전 여부가 결정되겠지만 캐릭이 없는 맨유에 블린트를 대신할 만한 자원, 야야 투레의 짝으로의 기성용, 아르테타 이후가 없는 아스날, 퇴보한 조 앨런보다 훨씬 나아보이는 기성용이다. 기성용이 시장에 나온다면 15m파운드의 가격은 충분히 받아낼 것이다. 조앨런이 리버풀로 이적할 때 받은 1500만 파운드가 그 기준이다. 조 앨런의 스완지시티 시절보다 훨씬 더 나은 활약을 보여주고 있다. 

절대 무리수가 아니라고 생각한다. 오히려 우리가 생각하는 것보다 더 잘할 수도 있다. 더 좋은 동료를 만나서 그의 패스가 더욱 더 빛을 발할 가능성이 높다. 본인은 주전을 확고하게 차지할 수 있는 곳을 원하는 늬앙스를 풍기고 있지만, 어느 클럽이든 기성용이 못해볼만한 클럽은 없어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