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버쿠젠은 이겼지만, 손흥민의 험난한 앞길 보인다

Posted by Soccerplus
2015. 2. 26. 22:36 해외파 이야기/손흥민


소잡는 칼을 닭잡는 데 쓰는 격 이란 속담이 있다. 더 큰 능력을 발휘할 수 있는 인재를 이용하지 못하고 있음을 빗대어서 쓰는 말이다. 레버쿠젠의 손흥민 이용법을 보면 이 격언이 생각난다. 챔피언스 리그 16강전 아틀레티코 마드리드와의 경기에서 레버쿠젠은 승리했다. 아틀레티코 마드리드는 지난 시즌 챔스 준우승을 한 강팀이고, 특히 디에고 시메오네 감독의 지도력은 축구계 전반의 센세이션을 일으키고 있을 정도로 무서운 팀이다. 레버쿠젠은 확실히 준비한 느낌이 들었고, 경기 자체의 재미는 부족했지만, 팀은 승리했다. 

이제 다음 경기인 마드리드 원정에서 비기기만 해도 레버쿠젠은 8강 진출에 성공한다. 지난해, 파리 생제르맹에게 16강에서 힘도 못쓰고 패했던 것과는 사뭇 달라졌다. 로저 슈미트 감독은 지금 가지고 있는 자원을 십분 활용하며 지난 시즌의 아픔을 달랬다. 무언가 배운 것이 있는 느낌이다. 레버쿠젠은 수비보다 공격에 강점을 보이는 팀인데, 이번 경기에선 불안한 수비에 신경을 많이 썼다. 벨라라비, 하칸 찰하노글루, 드르미치를 제외한 선수들은 공격보다는 수비에 집중하는 느낌이었다. 

하지만 경기의 이목을 손흥민 한 명에게만 집중시킨다면 상당히 불만족스러운 경기였다. 손흥민은 이번 경기에서 2선 공격수로 선발출전했지만, 슈팅을 하나도 날리지 못했다. 이번 시즌에 슈팅을 하나도 기록하지 못한 경기가 있나 싶다. 그만큼 레버쿠젠은 이번 경기에 수비적인 태세로 임했다. 손흥민의 역할이 상당히 애매모호했다. 공격수도 아닌것이, 그렇다고 미드필더도 아니었다. 공격을 할 때는 공격까지 올라가서 선수들을 도왔고, 수비를 할 때는 수비형 미드필더 벤더와 카스트로 바로 앞에서 뛰었다. 어떻게 보면 전략적인 움직임이라고 볼 수도 있지만, 어떻게 보면 손흥민의 재능을 낭비하고 있는 것으로도 볼 수 있다. 

벨라라비와 하칸 찰하노글루는 이런 역할을 해줄수가 없는 선수들이다. 개인플레이경향이 너무 짙다. 찰하노글루에게 처음에 기대했던 것이 오늘 손흥민이 했던 플레이일 것이다. 강력한 킥능력을 갖고 있는 그가 중앙 미드필더 지역과 공격지역을 오가며 다른 선수들에게 패스를 찔러주는 것이다. 하지만 테크닉적인 부분은 굉장히 뛰어난 선수지만 이를 받쳐주는 정신적인 부분이 그에 비해 모자란 느낌이다. 패스보다는 개인 플레이를 우선하는 선수고, 이번 경기에서도 혼자서 4개의 슛을 날렸다. 찰하노글루와 벨라라비가 리그에서 슈팅수 1,2위를 다투고 있는 현실이 현재 레버쿠젠을 말해주고 있다. 

그렇다고 해서 손흥민이 중앙까지 내려올 필요는 없다. 하지만 레버쿠젠의 중앙 미드필더진이 너무 허약하다. 부상 이후 제 기량을 회복하지 못하고 있는 라스 벤더의 하락세가 눈에 띈다. 손흥민이 레버쿠젠에 들어온 이후, 라스 벤더는 발전보다는 퇴보를 거듭했다. 부상 여파가 회복이 되지 않고 있는 것이다. 또한 그의 짝으로 나온 카스트로는 수비 능력보다는 패스 능력에 강점이 있는 선수다. 슈미트 감독은 라스 벤더를 전문 수비형 미드필더로 출장시키고 카스트로에게 공수를 잇는 역할을 생각했지만 상황은 그렇게 진행되지 않았다. 그리고 그 부담은 자연스레 손흥민에게 왔다. 공-수 밸런스라고는 찾아볼 수 없는 찰하노글루와 벨라라비는 공격에 치중을 했고, 결국 손흥민이 부담을 지게 된 것이다. 

93.3%, 손흥민의 이번 시즌 최고 패스 성공률이 나온듯 하다. 패스와 압박에서도 수준급의 활약을 보이고 있는 손흥민은 어느 순간부터 어느 자리에 놓아도 수준 이상의 활약을 보여주는 선수가 된 듯 하다. 하지만 손흥민은 공격을 하고 슛을 해야 더 진가를 발휘할 수 있는 선수다. 하지만 그를 받쳐주는 중앙 미드필더가 없으니 지금 손흥민은 역할 변경을 해야만 하는 상황이다. 다른 선수들의 수비 가담이나 공수연계가 더 좋다면 손흥민에게도 공격찬스가 더 많이 만들어질 수 있겠지만, 지금의 손흥민은 그런 것을 생각할 수 있을만한 상황이 아니다. 

팀은 리그에서도 6위로 떨어졌다. 3-4위권을 지키던 팀의 하락세가 멈추질 않고 있다. 그리고 이번 경기에서 좋은 결과를 냈기에 슈미트 감독은 강팀과의 경기에서 손흥민의 수비 가담을 더욱 더 늘릴 것으로 예상된다. 이번 경기가 후반기 경기중에 가장 좋았고, 슈미트 감독은 이 리듬을 이어가고 싶어할 것이다. 손흥민은 앞으로도 이런 포지션에서 뛸 가능성이 적지 않다. AT 마드리드 전에서 전술은 승리했지만, 결과적으로 손흥민은 험난한 앞길을 눈앞에 두게 되었다. 

이런 포지션으로 계속 뛴다면 손흥민은 레버쿠젠에 남아있을 이유가 없다. 물론 이런 역할을 소화하며 수비력이나 패싱력을 키우는 것도 좋지만, 강력한 중앙 미드필더를 보유한 팀에서 공격적인 재능을 더욱 더 업그레이드 시켜야할 시기라고 생각된다. 이번 한 경기의 비정상적인 포지션 변화였기를 희망해본다. 슈미트 감독의 자의반 타의반 포지션 변경은 선수의 성장에는 매우 바람직하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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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박형근
    • 2015.02.27 21:51
    글 잘읽었습니다. ^^ 개인적으로 슈미트 감독이 리그에서는 평소 손흥민 역할을 부여할 것이라고 봅니다. 이번 경기에서 손흥민의 역할 변경은 꼬마가 지난 시즌과 올시즌 모두 강력한 팀으로 객관적으로 전력상 우위에 있어 부득이하게 이뤄진 것으로 보여지고요. 즉 손흥민의 득점력보다는 축구 지능에 더 높은 가중치를 둔 것이겠죠.
    좀더 자세히 보자면 강한 중원 압박을 통해 전방에서부터 볼을 탈취해내는 꼬마의 특성상 중원에서 수적으로 밀리면 대등한 경기를 펼치기 어려울 수 있다는 판단과 함께 최근 경기에서 보인 패스난조와 잦은 실점도 공격숫자를 줄이는 원인이 됐을 수 있다고 봅니다
    어쨌든 실험이 성공적으로 끝나면서 1:0 승리를 거뒀기에 2차전에서는 다시 수비를 두텁게 하고 손흥민의 빠른 발을 활용한 카운터 어택을 하지 않을까 조심스레 예측하고 싶네요.
    • efana
    • 2015.02.28 01:37
    소잡는 칼을 닭잡는 데 쓴다는 속담은, 능력이 큰 인재를 작은 일을 하는 데 쓴다는 속담 아닌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