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골 손흥민, 그가 레버쿠젠 에이스인 이유

Posted by Soccerplus
2015. 3. 9. 10:50 해외파 이야기/손흥민

손흥민이 파더보른전에서 2골을 넣었다. 분데스리가 24라운드 파더보른전에서 손흥민은 좌측윙어로 선발출전해 경기내내 활발한 모습을 보이더니, 결국 경기 종료를 앞두고 2골을 기록했다. 본인의 리그 9호, 10호골이고 컵대회와 챔피언스리그 기록을 합치면 시즌 16호골이다. 자신의 시즌 최다골은 이미 경신을 한 상황이고 리그 최다골도 경신을 앞두고 있다. 레전드 차범근의 시즌 최다골 기록인 19골도 3골만을 남겨두고 있다. 

3:0, 스코어 차는 컸지만 경기는 힘겨웠다

레버쿠젠은 이번 경기에서 3골을 쏟아넣으며 오랜만에 대승을 거뒀다. 하지만 경기 내용은 그렇게 쉽지 않았다. 파더보른은 최소 6명의 수비수를 자신의 진영에 남겨두며 상대를 거칠게 압박을 했다. 전반전만 하더라도, 레버쿠젠이 슛을 거의 시도하지 못했다. 올시즌 레버쿠젠은 작정하고 수비를 하며 역습을 노렸던 팀들에게 약했다. 지공보단 속공에 강한 팀이고, 수비수가 많은 팀에게 속공은 쉽지 않다. 오히려 한두차례 위험한 찬스를 허용하며 패배의 문턱까지도 갔다. 

종횡무진 손흥민의 활약, 그리고 파파도풀로스의 골

손흥민은 정말 종횡무진 뛰어다녔다. 주중에 포칼컵 경기로 주전의 대부분이 120분을 뛰고 온 상황이었다. 이 경기를 결장한 손흥민은 팀에서 가장 컨디션이 좋은 선수였다. 그런 사실을 그도 아는 듯, 좌우를 가리지 않으며 정말 열심히 뛰어다녔다. 평소 4-2-3-1을 즐겨 구사하는 슈미트 감독은 하칸 찰하노글루의 부상으로 4-4-2 시스템을 들고 나왔다. 공격수는 한 명 늘었지만, 미드필더가 한 명 줄어든 것이다. 그리고 이 포메이션의 변화는 손흥민에게는 더욱 더 많은 고생(?)을 의미하는 것이었다. 중앙 미드필더에게 압박이 집중되자 적극적으로 아래쪽으로 내려와 볼을 받아줬다. 경기당 27회의 패스를 했던 손흥민은 이번 경기에서 34회의 패스를 했다. 평소보다 더 많은 패스를 한 것이다. 

레버쿠젠의 골은 기대하지 않은 곳에서 터졌다. 경기 중반 주전 수비수 스파히치를 대신하여 들어간 키르기아코스 파파도풀로스가 세트 피스 찬스에서 골을 기록한 것이었다. 이 골로 인해 레버쿠젠은 조금은 수비적인 변화를 가져가게 되었다. 벨라라비를 빼고 중앙 미드필더인 롤페스를 투입하면서 1:0 승리로 만족하는 자세를 취했다. 

포기하지 않았던 파더보른, 그리고 해결사 손흥민

하지만 파더보른의 막판 저항도 만만치 않았다. 선수들의 라인을 올리며 승점을 차지하기 위한 노력을 멈추지 않았다. 레버쿠젠은 레노의 선방으로 두 차례 정도 실점위기를 막았다. 그리고 상대가 공격에 집중하게 되면 자연스럽게 수비의 허점이 드러나게 마련. 손흥민은 이를 놓치지 않고 두차례의 찬스를 모두 골로 연결시켰다. 두 번의 기회 모두 쉽지 않은 기회였다. 헤딩으로 넘어온 볼을 원터치 발리로 가볍게 넣은 골, 그리고 수비진이 흘린 볼을 원터치로 골문의 구석으로 차넣은 골 모두 손흥민이기에 가능한 골이었다. 레버쿠젠의 그 어떤 선수도 이 두 골을 쉽게 넣었으리라 생각되지 않는다. 

골을 넣지 않았다면 경기 종료 휘슬이 울릴 때까지 파더보른은 공격의 끈을 놓지 않았을 것이다. 레버쿠젠은 올시즌 승격팀에게 한 차례도 승리한 적이 없을 정도로 약팀에게 약한 모습을 보였고, 파더보른도 이를 인지하고 있었다. 하지만 해결사 손흥민의 골은 경기를 완전히 종료시켜버렸다. 손흥민의 골이 터지는 순간 양 팀 선수들은 경기가 끝났다는 생각을 했을 것이다. 

벨라라비 나가자 터진 두 골

공교롭게도 벨라라비가 나가자 두 골이 터졌다. 역습 전개 속도가 훨씬 더 빨라졌다. 벨라라비가 나가자 슈미트 감독은 카스트로를 공격적으로 올렸는데, 손흥민은 카스트로와의 호흡이 훨씬 더 좋아보인다. 손흥민의 첫번쨰 골 장면에서도 카스트로가 아니라 벨라라비였다면 헤딩 패스가 넘어오지 않았을 확률이 높다. 몸도 무거웠지만, 슈팅을 시도하기 어려워보이는 곳곳의 장소에서 슛을 때리는 벨라라비를 보며 손흥민의 이타적인 플레이가 다소 섭섭하게 느껴지기도 했다. 

크로스 6회, 키 패스 3회 팀내 1위

손흥민은 이번 경기에서 이상하리만큼 슛을 아꼈다. 슈팅을 날릴 수 있는 상황에서도 패스를 하는 모습이 이상하게 느껴질 정도였다. 다음주 아틀레티코 마드리드와의 챔스 2차전을 앞두고 키슬링, 드르미치에게 골감각을 살리려는 의도처럼 보였다. 실제로 팀내 크로스 1위 (6회), 키 패스 1위 (3회)를 기록했다. 특히 두 번정도 완벽한 찬스를 만들었지만 팀 동료의 골 사냥 실패로 어시스트가 무산되기도 했다. 

후반기 5경기 5골, 진정한 에이스 손흥민

손흥민은 후반기 리그 5경기에서 5골을 몰아넣고 있다. 팀이 후반기 리그에서 기록한 12골 가운데 5골을 혼자서 넣은 것이다. 그렇다고 손흥민이 탐욕스럽거나 개인플레이를 하는 것도 아니다. 팀의 구석구석을 돌아다니며 수비의 역할까지 해주고 있다. 파더보른과 같은 약팀을 상대로 승리를 거두는 것은 승점 관리에 매우 중요하다. 레버쿠젠은 소중한 승점 3점을 챙기며 다시 챔스권인 4위로 돌아왔다. 후반기에서만 5골을 몰아친 손흥민, 진정한 에이스의 면모를 유감없이 발휘하고 있다. 오카자키 신지의 아시아 리그 최다골 (15골), 그리고 차범근의 리그 최다골 (19골)의 기록을 깨는 것도 시간문제가 아닌가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