퍼거슨의 용병술이 이끈 맨체스터 극장

Posted by Soccerplus
2011. 8. 8. 01:05 축구이야기



77000명의 관중이 가득 들어찬 웸블리 극장, 그 웸블리의 주인공은 바로 맨체스터의 두 불편한 이웃,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와 맨체스터 시티였습니다. 그리고 시즌을 앞두고, 두팀은 커뮤니티 실드라는 명예로운 트로피를 앞두고 경기를 펼쳤습니다. 두팀은 맨체스터더비를 이루는 팀이고, 두 팀의 앙숙관계는 그 어떤 더비보다 험악하기로 소문이 나있기 때문에, 커뮤니티 실드에서의 승리는 어떤 리그경기의 승리보다 중요한 것이었습니다. 마치 우리나라가 작년 월드컵을 앞두고 한일전에서 승리를 거두기를 염원하는 것과 비교를 하면 맞을 것 같습니다. 시즌을 앞둔 서로에게 찬물을 뿌리는 것, 그 것이 얼마나 통쾌한 일인지를 우리는 느껴봐서 잘알지요.

두 팀은 가동할 수 있는 베스트 멤버를 기용하며 커뮤니티 실드의 승리에 대한 욕구를 드러냈습니다. 맨유는 부상으로 알려진 캐릭을 중원에 기용했고, 일주일전에 풀타임을 그것도 미국에서 치뤘던 나니를 선발출장시키며 박지성이 선발일 거라던 저의 예상을 일축시켰습니다. 루니, 퍼디난드, 비디치, 에브라등 모든 주전선수들이 다 포함된 명단이었습니다. 이를 상대하는 맨시티 역시도 지난시즌 가장 좋은 경기력을 펼친 포메이션을 들고 나왔습니다. 실바를 축으로한 야야투레, 밀너, 데용, 발로텔리의 중원과 보스니아특급 제코까지 포함된 최고의 라인업이었습니다.

그리고 최고와 최고가 만난 이 싸움에서, 두팀은 전반 시작하자마자 치열하게 서로 양보하지 않으며 주도권싸움을 시작했습니다. 안데르손과 부상당한 캐릭으로 중원을 구성한 맨유는 수적으로 밀리는 모습을 보였지만 나니와 애쉴리 영이 중원싸움을 계속해주며 이를 보완했습니다. 중원의 피지컬대결에서는 우위를 보였던 맨시티역시도 팀에서 동떨어진 모습을 보인 에딘 제코와 발로텔리의 부진 덕택에 이 우위를 좋은 찬스로 이끌어내지는 못했습니다. 아직 몸이 100퍼센트는 아닌 것같이 보였던 다비드 실바가 잘 보이지 않았던 것도 이 이유중 하나였습니다.

하지만 전반 38분, 두 팀의 균형을 깬 골이 터지고 맙니다. 바로 맨체스터 시티의 주전 수비수인 졸리온 레스콧 선수가 다비드 실바의 자로잰듯한 크로스를 헤딩골로 연결을 했던 것이죠. 다비드 실바의 프리킥이 정말 날카로웠지만 앞뒤로 샌드위치처럼 막은 비디치와 퍼디난드를 뚫고 골로 연결한 것이라 더욱더 값진 골이었습니다. 백중세인 분위기에서 불의의 일격을 당한 맨체스터 유나이티드는 골을 허용한후 바로 제임스밀너의 문전쇄도를 허용하며 에브라가 옐로카드를 받기도 했습니다. 퇴장이 염려될 정도로 결정적인 반칙이었습니다. 애쉴리 영이 중거리슛을 시도해보긴 했지만 골대를 빗겨나갔습니다. 엎친데 덮친 격으로 전반 끝나기 직전 경기내내 겉돌던 에딘 제코가 중거리슛을 맨유 골대에 꽂아 버렸습니다. 이번시즌 합류한 데헤아의 판단미스가 아쉬운 점도 있었지만 그의 발등에 제대로 얹힌듯한 공은 무회전궤적을 그리며 골대로 빨려들어갔습니다.

팽팽하던 경기에서 두골을 실점한 맨체스터 유나이티드, 호랑이 감독으로 소문난 퍼거슨 감독이 전반끝나고 락커룸에서 어떤 반응을 보였을지는 말하지 않아도 누구나 예상할 수 있을 것입니다. 그리고 그 결과는 예상을 뒤엎은 선수교체로 드러났습니다. 하프타임이 끝나고 세명의 선수가 교체를 하려 하프라인에 섰습니다. 필존스, 조니 에반스, 그리고 클레버리였습니다. 이 것을 본 저는 누가 교체가 되었는지 계산을 해보았습니다. 2명의 중앙수비자원과 한명의 중앙미드필더, 좋지 못한 활약을 보여준 캐릭과 클레버리의 교체는 알았지만 두명의 중앙수비자원이 어떻게 바뀔지는 예상하지 못했습니다. 필 존스가 수비형미드필더로 나오는 것인가라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하지만 지난 5년간 맨유를 이끌던 수비라인인 퍼디난드와 비디치를 모두 바꾼 충격요법이었습니다. 두 선수중 하나라도 없으면 매우 불안한 모습을 보이던 맨유 수비였기 때문에, 이둘을 뺀다는 것은 생각할 수 없는 일이었습니다.


그리고 이러한 교체에 충격을 받은 듯, 맨유의 선수들은 전반과는 사뭇 다른 모습을 보여주었습니다. 맨유의 공무원격이라고 할 수 있는 퍼디난드와 비디치가 교체되자, 다음은 자기차례가 될 수 있다는 압박감때문이었을까요, 전반전에 개인플레이에 집중하며 팀과 어울리지 못하는 모습을 보여주었던 애쉴리 영과 나니의 플레이가 빛을 발하기 시작했습니다. 그리고 이번 시즌 맨유의 중앙을 책임질 클레버리의 헌신적인 플레이는 팀의 전체 분위기를 바꾸어 놓았습니다. 박지성선수를 연상시키는 활동량에 다이내믹한 플레이까지 겸비한 클레버리는 캐릭이 빠진 중원에서 안데르손과 함께 맨시티의 중원을 넘어서는 플레이를 보여주었습니다.

그리고 후반 6분, 애쉴리 영이 프리킥 찬스를 만들어 내고 본인이 직접 날카로운 크로스를 올려주었습니다. 애스톤 빌라에서 프리킥, 코너킥, 패널티킥을 모두 전담하던 킥능력을 유감없이 보여준 낮고 빠르며 정확한 크로스였습니다. 그리고 이공은 스몰링에게 연결이 되었고 이 것은 만회골로 연결이 되었습니다. 후반 12분에는 퍼거슨이 야심차게 투입한 클레버리의 능력이 빛을 발했습니다. 패널티 에어리어 근처에서 기습적으로 루니와 원투패스로 치고 들어가더니 나니와의 연계플레이로 뚫리지 않았던 맨시티의 수비라인을 완벽하게 뚫으며 나니의 1:1찬스를 만들어 주었습니다. 비어있는 것이나 다름 없던 맨시티의 골망은 그렇게 흔들렸습니다. 2:2, 퍼거슨의 용병술이 있은 후 12분만에 얻어낸 동점이었습니다.

스팀팩을 쓴 마린처럼 엄청난 공격을 보여주었던 맨유의 후반 초반도 지나고 경기는 다시 혼전양상으로 빠져들었습니다. 맨유의 우세속에 계속된 후반이었지만 맨유는 완벽한 찬스를 만들어 낼 수 없었고 오히려 후반 아담존슨과 마이카 리차즈에게 결정적인 슛팅을 허용하였지만 데헤아의 선방으로 한숨을 돌렸습니다. 맨시티 역시 아담 존스, 클리시, 밀너등을 투입하며 자신의 용병술이 통하기를 기대하는 모습이었지만, 팀의 전략을 바꾸는 것이 아닌 역할을 수행하는 선수들만을 바꾼채 수비일변도의 전략을 계속했습니다. 맨유역시 후반 막판으로 가면서 애쉴리 영과 대니 웰백이 체력적으로 쳐진 모습을 보이며 안타까운 시간만 흘려보냈습니다.


그렇게 양팀모두 승부차기를 기대하던 후반 48분, 90분내내 안정적인 모습을 보이던 빈센트 콤파니가 최악의 실수를 하고 맙니다. 코너킥이후 넘어온 공을 옆동료와 미루다 안일한 볼처리를 보여주었고 순간적인 스피드로 압박하던 나니에게 공을 뺏겨버린 것입니다. 엄청난 스피드로 조하트와 1:1 찬스를 만들어낸 나니는 골키퍼까지 제치며 골을 기록했습니다. 3:2 후반전에만 세골을 만회하며 후반종료 1분을 남기고 만들어낸 맨체스터 극장이었습니다.

2개월 여를 기다린 유럽축구 팬들에게는 짜릿한 한판이었고, 두 팀모두 좋은 전력과 좋은 분위기를 보여주며 이번 시즌을 기대하게 만들었습니다. 그리고 맨유의 팬인 저에게 다시한번 각인시켜주었던 것은 바로 퍼거슨 감독의 용병술이었습니다. 음, 우리나라 국가대표로 치면 일본과의 경기에서 전반 2:0을 밀리는 상황에서 두명의 핵심 수비자원인 이정수와 홍정호를 뺀다고 하면 될까요? 아니, 팀의 기여도로 생각해본다면 박지성과 박주영을 뺀것이나 마찬가지인 것입니다. 이런 감독의 용병술에 선수들의 움직임은 눈에띄게 달라지기 시작했고, 무언가 헛도는 바퀴를 굴리는 것 같았던 맨유의 공격은 다시 살아날 수 있었습니다.

다시한번 맨체스터 극장이 만들어졌습니다. 95분간의 각본없는 드라마, 그리고 이제 시작입니다. 각팀마다 주어지는 38경기의 한 시즌을 앞두고 펼쳐진 이벤트성경기였지만, 맨체스터 더비라는 타이틀에 두 팀 선수들은 격렬한 경기를 펼쳤습니다. 10장이 넘게 나온 옐로카드숫자만 보아도 알 수 있죠. 양팀의 경기력에 한번 놀라고, 다시 쓰여진 맨체스터 극장에 두번 놀라고, 퍼거슨의 용병술에 세번놀란 최고의 커뮤니티 실드였습니다. 한주의 시작을 기분좋게 할 수 있겠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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