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그리브스, 맨시티에서 부활할까?

Posted by Soccerplus
2011. 9. 4. 08:00 축구이야기
지난 2006년 월드컵, 퍼디난드-존테리-애쉴리 콜로 이어지는 세계적인 수비수들과 람파드-제라드-베컴으로 이어지는 세계적인 미드필더 거기에 오웬과 루니가 구성하는 파괴적인 공격수들이 이루어진 잉글랜드 대표팀은 우승후보로도 거론될만큼 최고의 기량을 선수들로만 구성이 된 팀이었습니다. 하지만 람파드와 제라드의 공존에 실패한 잉글랜드 대표팀은 베컴의 날카로운 킥에 의존하여 조별예선을 겨우 통과하며 실망스러운 경기력을 보여주었습니다. 그리고 올라온 8강전에서 잉글랜드는 난적 포르투갈을 만나 난전을 펼치게 됩니다. 양팀모두 네명이 퇴장당하는 거친 플레이속에 이날 경기의 최고선수는 포르투갈의 전설인 피구도, 호날두도 그리고 잉글랜드의 베컴도 루니도 아닌 오웬 하그리브스였습니다.

공격적인 성향을 띄고 있는 람파드와 제라드의 뒷공간을 완벽하게 틀어막아주었고, 연장후반에도 지치지 않는 체력으로 빠른 드리블로 포르투갈의 수비를 무력화 시켰으며, 날카로운 킥은 내로라하는 키커들이 내리 실패했던 승부차기에서 잉글랜드의 유일한 골로 기록이 되었습니다. 비록 잉글랜드는 8강에서 승부차기끝에 탈락했지만 세계팬들에게는 하그리브스라는 선수의 이름은 명확히 각인을 시켜주었던 경기였습니다. 그리고 이 대회후 수비형미드필더의 구멍을 메우기 위한 퍼거슨 감독의 구애는 시작이 되었고 바이에르 뮌헨과의 약 1년여간의 줄다리기 끝에 300억원이라는 높은 금액으로 잉글랜드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입단에 성공하게 됩니다.

잉글랜드 입단 후 첫시즌 하그리브스가 지키는 맨유의 중원은 단단했습니다. 시즌 초반 많은 경기를 부상으로 결장했지만 부상에서 회복하자마자 맨유의 주전으로 활약하며 엄청난 활약을 보여주었습니다. 아스날과의 라이벌 전에서의 결승 프리킥골을 기록하기도 했고 주전이 유력시되던 박지성의 챔피언스리그 결승 오른쪽 윙어자리에서 맹활약하며 결과적으로 맨유의 9년만의 챔피언스트로피를 되찾는데도 큰 공헌을 했습니다. 공격력이면 공격력, 수비력이면 수비력, 활동량과 킥력까지 갖춘 하그리브스에게 쓴 300억원의 돈은 그다지 아깝지 않아보였습니다.

하지만, 다음 시즌부터 하그리브스는 지독한 부상에 시달리게 됩니다. 그의 엄청난 활동량을 그의 무릎이 감당하지 못했는지 그의 무릎은 부상에서 헤어나오질 못하며 그는 길고긴 재활에 들어갑니다. 약 2년여의 재활, 그리고 다시 부상, 또 재활, 다시 부상, 퍼거슨 감독이 충격적으로 내세운 그의 복귀경기에서 그는 5분만에 다시 부상이 재발하며 맨유에서의 마지막 경기를 그렇게 아쉽게 장식을 했습니다. 맨유팬들도 그의 화려했던 1년을 기대하기에 그가 맨유와 재계약을 하지 못한다고 들었을 때 아쉬운 감정이 교차했었던 것도 사실입니다. 이제는 그의 뛰어난 실력보다, 그의 부상을 먼저 기억하는 팬들이 많아지는 것이 안타깝습니다.

부상에서 재활하는 많은 시간동안 하그리브스는 먹튀라는 오명을 썼습니다. 주급을 1억원이 넘는 많은 금액을 받으면서도 한경기에 뛰지 않으니 하그리브스는 그의 의도가 그렇든 그렇지 않았든 간에 많은 팬들의 원성을 샀죠. 하지만 어떻게 보면 가장 경기에 나서고 싶은 선수는 하그리브스 자신이었을 것입니다. 많은 선수들이 2년이상의 부상생활을 이어가면 은퇴를 선언하는 것과 달리 하그리브스는 재활에 매진했습니다. 하지만 그의 몸이 그의 의지대로 따라주지 않으니 참 안타까운 상황이었습니다.




그리고 하그리브스는 맨유에서 방출당하고 지금 새로운 팀을 찾아 다녔습니다. 혼자 훈련영상을 찍으며 그가 아직도 뛸수 있음을 보여주었습니다. 구단을 찾지 못하는 하그리브스의 마음이 한편으로는 짠한 기분이었습니다. 세계적인 클래스를 보여주었던 그가 이적료도 없이 영입할 수 있는데에도 불구하고 그는 부상때문에 팀을 구하지 못했습니다. 이적시장이 끝나갈때까지 아스날 , QPR, 웨스트브로미치와의 계약설이 나오면서 그의 복귀를 기다렸습니다. 하지만 모두 협상완료까지는 돌입하지 못하는 순간, 맨체스터 시티에서 메디컬을 받고 있다는 이야기가 흘러나왔습니다.



순간 멍해졌습니다. 제가 제일좋아하는 클럽이자, 그의 예전클럽인 맨체스터유나이티드의 영원한 라이벌인 맨체스터 시티에 둥지를 트는 것입니다. 거기에 맨체스터시티는 프리미어리그 어느 팀들보다 단단한 중원진을 갖고 있는데, 과연 하그리브스가 재기에성공할수는 있을까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하필이면 가장 큰 라이벌의 구단에서 가장 주전경쟁이 힘든 구단에서 재기를 선택한 하그리브스, 그가 만약 옛날의 맨유에서의 모습만 보여준다면 맨시티는 엄청난 옵션을 소유하게 되는 것이겠죠.

그가 메디컬을 받고 맨시티에 영입확정기사가 나기 직전, 하그리브스가 맨시티의 메디컬에 탈락했다는 루머마저 돌았고, 메디컬탈락이라는 것이 굉장히 생소한 일임에도 불구하고 저를 비롯한 많은 축구팬들은 하그리브스니까 충분히 가능할 것이라며 아쉬움을 드러냈었습니다. 물론 이것도 하나의 해프닝에 끝났지만 말이죠.

하그리브스가 재기해주었으면 좋겠습니다. 그는 라이벌팀이고 뭐고를 떠나서 정말 축구에 대한 열정이 있는 선수였습니다. 많은 선수들이 큰 부상을 겪고 좌절을 하고 선수생활을 접거나 완전히 폼이 하락하는 모습을 보여준적이 많은데, 하그리브스는 부상재활, 부상재활의 기간을 3년을 넘게 거쳤습니다. 하지만 선수생활에 대한 의지는 여전히 보여주었죠. 축구판이 돈바닥으로 물들어 가고 있는 요즘 축구계에서 하그리브스의 의지는 참 높이 살만한 것 같습니다. 그런 그가 축구판을 돈으로 물들이는 것의 대표주자격인 맨시티에 입단한 것은 참 역설적인 일이긴 하지만 말이죠.

만약 그가 최고의 기량을 보여주었던 약 4년전의 기량을 다시보여준다면, 맨시티에게도 그리고 잉글랜드 대표팀에도 큰 도움이 될 것입니다. 맨시티라는 빅클럽은 대표팀의 입성도 수월해지고, 어떻게 보면 세계 최고수준의 선수복지시설을 갖춘 맨시티가 그에게는 좋은 선택이었을지도 모릅니다. 거기에 뛸수있을지 모르는 옵션을 영입하는데에 돈을 지불할 팀도 그렇게 많지는 않으니 말이죠. 하그리브스의 부활, 올시즌 여러 볼거리를 제공하는 EPL에서 또하나의 관심거리가 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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