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구에서 '활동량'이란 어떤 의미일까

Posted by Soccerplus
2011. 9. 8. 08:06 축구이야기
다른 어느나라보다 우리나라의 축구계 언론보도를 보면 '활동량'이라는 것을 찾아보기가 쉽습니다. 그이유는 단연 박지성선수때문이지요. 화려한 드리블도, 장쾌한 슛팅능력도, 아니면 상대방을 꿰뚫는 패스능력을 가지지 않았지만 박지성선수의 활동량은 그를 대표하는 대명사와 같았고 그를 한국최고의 선수, 그리고 세계최고선수의 반열에 있게 만든 주된 힘이었습니다.

그래서 그런지 우리나라에는 유독 선수의 활동량을 비교하는 글이 많습니다. 베르바토프 선수는 국가대표팀경기에서 한경기에 5km내외의 활동량을 보이며 산책축구라는 비아냥을 받았고, 지난 월드컵에서 양박쌍용사이에서 고전을 면치 못하던 염기훈선수를 유일하게 변호해줄 수 있는 것은 그의 엄청난 활동량때문이었습니다.

특히, 현대축구로 넘어오면서 활동량은 선수를 평가하는 요소중 중요한 요소가 되었습니다. 각자의 포지션이 정확하게 정해져있지 않고, 전방에서부터 압박이 중요한 요소로 자리잡았고, 한경기에 10km이상을 뛰어주는 것은 당연한 일처럼되었죠. 박지성선수의 중요리그경기가 끝난후 검색어에는 '박지성 활동량'이 자리잡고있다는 것도, 우리나라 팬들이 박지성의 활동량을 얼마나 자랑스럽게 생각하는지를 알 수 있습니다.

활동량이 많으면? 당연히 좋습니다. 하지만 무조건적으로 활동량이 많다는 것이 좋은 선수가 되는 것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그 활동량에도 여러가지 종류가 있죠.



지난 월드컵에서 혼다선수는 한경기에 10.5km정도를 뛰며 전체 공격수중에서 상위권에 속했습니다. 그리고 박주영선수는 9.5km정도를 뛰면서 중하위권에 속했죠. 그렇다고 혼다선수가 박주영선수보다 잘하는 선수라고는 말하기 어렵습니다. 일본의 지난 월드컵은 많은 분들이 알고 있듯 수비위주의 전술이었고, 공격진에는 혼다선수가 유일하게 있었습니다. 전후좌우를 왔다갔다하면서 공격의 활로를 혼자 만들어야했었죠. 그에반해 박주영선수는 박지성, 이청용, 기성용이라는 좋은 지원자들과 함께했습니다. 그는 의도적으로 횡적인 움직임만 계속했고, 미드필더로 나와서 공격의 연계를 맡거나 최후방수비수와 헤딩경합, 순간적으로 빠져나가는 움직임이 그에게 주어진 임무였습니다. 그가 좌우로 빠졌다면 중앙수비수와 겨룰 공격수가 없었기 때문에 그는 중앙에만 머무르는 것이 팀을 위한 행동이었습니다. 그런의미에서 혼다와 박주영을 비교하는 것은 무리가 있죠.



그리고 또 관심있게 재조명하고 싶은 것은 바로 세계최고의 패스를 지닌 선수로 알려진 사비선수입니다. 지난 맨유와 바르셀로나의 챔피언스리그 결승전에서 양팀의 22명선수들가운데에서 가장 많은 활동량을 보인선수는 사비선수입니다. 사비선수는 밀착마크를 하려고 이렇게 많은 활동량을 보여준 것일까요? 아니죠. 그는 많은 활동량으로 좋은 위치에서 패스를 주는 역할을 한 것입니다. 활동량이 '뛰어난 수비를 가진 선수를 평가하는 잣대로 생각되는 경향이 있는데, 사비선수를 보면 오히려 공격능력을 가진 선수들에게도 이러한 잣대가 가능하다는 것을 알 수 있죠. 데이비드 베컴, 지네딘 지단같은 기라성같은 선수들도 활동량으로 유명하죠.

그리고 또하나 언급하고 싶은 것은 무조건 활동량이 많다고 해서 상대방에 대한 압박을 잘하고 뛰어난 수비, 공격능력을 갖춘 것은 아니라는 것입니다. 활동량이 많아서 엄한 곳에 압박을 하러 간다고 칩시다. 오히려 그 활동량은 상대팀에게 공간을 노출하는 빌미가 되는 것이죠. 경기를 읽는 능력을 동반한 활동량은 물론 선수개인에게도 팀에게도 엄청난 도움이 되지만 활동량만 있고 다른 능력이 부족하다면 오히려 그 혈기왕성한 활동량으로 인해 팀에게 다른 구멍을 내어줄수도 있다는 것입니다.


그런 의미에서 박지성선수는 참으로 대단하다고 느껴집니다. 물론 그의 포지션은 자유롭게 압박을 해도 뒤에 받쳐주는 수비와 미드필더가 있기에 앞서 말한 영리한 활동량과는 조금 차이가 있습니다. 하지만 박지성선수는 단순히 경기를 봐도 계속해서 뛰어다니며 찬스를 만들고 수비와 공격모두에서 모습을 보입니다. 그렇다고 다른 선수들보다 월등한 활동량도 아니죠. 하지만 자신의 근처로 온 공에는 주저없이 압박을 가하고 또 우리팀에서 공을 돌리다가도 순간적으로 공간을 치고 나가는 '활동량'은 세계최고수준입니다. 활동량에도 양과 질이 있다라고 생각한다면, 박지성선수의 활동량은 '질'을 동반한 '양'이기 때문에 최고라고 불리우는 것입니다.

사실 활동량이라는 것을 축구선수를 판단하는 하나의 잣대로 이끌어 온 것도 박지성선수의 공이 없다고 말할수는 없겠지요. 하지만 활동량을 평가하는 잣대도 여러가지가 있고, 어떻게 자신의 체력을 분배해서 쓰는 것도 중요하다고 생각이 듭니다. 활동량을 위해 가장 필요한 것, 물론 체력이겠지만 저는 '영리함'이 있어야 한다고 생각을 합니다. 박지성선수의 영리한 축구두뇌, 사비의 천재성은 모두 활동량이 뒷받침 되기에 빛나는 것이죠. 앞으로 축구경기를 보면서 축구선수에게 '활동량'이 어떻게 작용하는지를 유심히 지켜보는 것도 하나의 즐거움이 될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