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대표팀, 폴란드전 통해 큰 교훈 얻었다

Posted by Soccerplus
2011. 10. 7. 22:05 대표팀/월드컵 이야기

2002년 월드컵 이탈리아전, 히딩크 감독은 역사에 길이남을 선수교체로 이태리전을 승리로 이끌었습니다. 황선홍, 안정환, 박지성, 차두리, 이천수와 같은 5명의 공격수를 한 경기장에 올리면서 뒤지는 경기를 따라잡았고 결국 월드컵 4강신화의 시작을 알렸습니다.


그릭 9년이 지난 지금, 조광래감독이 이끄는 대표팀은 오늘밤, 방금끝난 폴란드와의 평가전에서 4명의 공격수를 투입했습니다. 박주영, 지동원, 이동국, 남태희라는 3명의 유럽파와 한명의 K리그 최고의 공격수를 투입했습니다. 미드필더에는 기성용과 윤빛가람이 자리를 잡았으며 그 아래에는 포백이 위치했습니다. 스피드와 기술에서 앞서고 홈이라는 어드밴티지를 얻고 싸운다고 하더라도, 이번 선발라인업은 너무 공격에 치우친 것이 아닌가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공격수가 4명이었고, 공격과 미드필더진을 이어줄 남태희는  이 역할에 자연스럽지 못한 선수였습니다. 



그렇게 치뤄진 대표팀의 전반전은 올해 본 경기중에 최악이었습니다. 체격이 좋은 폴란드와 체격을 맞불을 놓는 것이 조광래감독의 전술이 아니었다면 그 이유를 묻고 싶은 진영이었습니다. 기성용선수는 중앙미드필더자리에서 수비진까지 내려오면서 수비진에서 공격으로 한번에 이어지는 패스로 공격을 노렸습니다. 전반전내내 중원진에는 선수들이 없었고, 당연히 4명의 공격진은 고립될 수밖에 없었습니다. 미드필더진과 연결의 의무와 이동국의 지원이라는 특명을 받은 남태희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습니다.

이동국이라는 새로운 해결사를 위해 만들어낸 조광래감독의 전술이었습니다. 하지만 이동국이라는 자원을 쓰기위해 변화시켰던 대표팀의 변화는 선수들이 적응을 할 수 없을정도였습니다. 남태희는 보이지 않았고 지동원, 박주영선수는 수비진까지 내려오면서 공을 잡으려 노력했고, 공격진에게 공이 연결되지 않았습니다. 공격과 미드필더진의 균형이 무너지자 그 빈자리를 메꾸려 기성용과 윤빛가람은 많은 공간을 움직여야했고 자연스레 수비의 구멍이 뚫렸습니다.

빠른 스피드와 기술로 속도있는 공격을 노려야할 우리나라대표팀은 맞지 않은 포지션을 맡은 선수들이 자신의 포지션을 자연스럽게 파괴시켰습니다. 좋은 의미가 아니라 아예 자신의 자리를 찾지 못했습니다. 포지션 파괴는 포제션(possession:점유율)파괴로 이어졌고, 대표팀은 전반전 내내 밀리는 경기를 펼쳐야했습니다. 왼쪽의 홍철의 오버래핑을 위해 투입했던 오른쪽 이재성카드는 실패했으며 폴란드는 집요하게 이재성쪽을 공략하며 찬스를 만들어 냈습니다. 같은 수비수지만 풀백과 센터백의 수비수는 다르기에 이재성선수는 고전을 면치 못했습니다.

오히려 속도있는 플레이를 했던 것은 폴란드였습니다. 체격좋은 수비수들로 안정적인 수비를 가져갔던 폴란드는 브와쉬치코프스키와 레반도프스키를 중심으로 한두번의 패스로 우리나라를 무너뜨렸습니다. 우리나라의 수비조직의 문제가 아니라, 기본적으로 공격에 쏠린 선수들 탓에 수비에서 숫자싸움을 할 수 없었습니다. 첫골역시도 스피드있는 역습에 우리나라 선수들이 속수무책으로 무너졌습니다. 공을 뺏기더라도 5~6명의 선수들이 수비에 나서야하는데 우리나라진영에는 3명의 선수밖에 없었습니다.


전반전이 끝나고 이동국과 윤빛가람을 교체해주면서 선수들이 그나마 몸에 익은 포지션으로 돌아갔습니다. 하지만 경기는 여전히 풀리지 않았습니다. 중원에서 남태희가 길을 잃은 듯 쩔쩔매는 경기력을 보여주었기 때문입니다. 남태희가 나오고 측면이라는 포지션을 정해준 서정진이 나오자 국가대표팀은 다시 살아났습니다. 박주영 손흥민 지동원이 왼쪽과 중앙 그리고 오른쪽을 왔다갔다했고 서정진은 이청용선수가 자리를 지키던 오른쪽을 계속해서 지켰습니다. 완전한 포지션파괴에서 제한적인 포지션파괴를 가져오자 플레이가 살아났습니다. 지동원, 박주영은 애초부터 호흡이 잘 맞던 선수였고 손흥민선수의 활발한 스피드는 상대팀을 흔들었습니다.


후반전 10분을 기점으로 급격하게 폴란드선수들의 발이 묶였습니다. 사실 오늘 우리나라가 2골을 넣을수 있었던 가장 큰이유는 폴란드선수들의 체력이 저하되었기 때문입니다. 유럽에서 건너온지 몇일 되지 않은 폴란드선수들은 아직 무시무시한 시차의 여파를 겪고 있는 듯 보였고, 자연스럽게 우리나라의 공격이 시작되었습니다. 남태희가 빠지고 서정진이 투입된 그 절묘한 타이밍에 폴란드의 체력도 떨어지기 시작한 것입니다.  그리고 박주영의 2골, 그 뿐만아니라 활발한 우리나라의 공격, 무엇보다 구자철이 뒤를 바치고 이용래가 휘저었던 중원이 좋았습니다. 두 선수가 균형을 잡자 플레이는 살아났고 우리나라는 4-4-2와 비슷한 포메이션으로 상대방을 무너뜨렸습니다. 비록 조병국의 뼈아픈 실책이 있었습니다만, 후반 중반에 보여준 플레이는 조광래감독이 어떤 포지션파괴를 꾀해야하는지를 보여주는 것이었습니다.

서정진이라는 새로운 신예의 발굴과 손흥민의 기량을 보게 된 것, 그리고 홍철의 날카로운 크로스, 그리고 공격형 포지션보다 중앙미드필더에서 더 힘을 발하는 구자철선수를 확인하게 된 것은 우리대표팀의 큰 수확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이청용선수가 돌아오게 될 오른쪽, 우리나라는 이제 중앙공격형미드필더자리만 맞추게 된다면 공격의 짜임새가 훨씬 더 좋아질 것같다는 생각이듭니다. 전반전의 졸전은 조광래감독에게 시사하는바가 크다고 생각합니다. 과도한 포지션파괴는 오히려 경기력의 저하를 가져다 주었던 것, 공격과 수비수의 밸런스는 정말로 중요한 것이었습니다.


이동국선수의 45분 교체는 참으로 아쉽습니다. 이동국선수의 교체를 보면서 조광래감독에게 여유가 없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전반전의 졸전은 이동국의 탓은 전혀 아니었음에도 불구하고 조광래감독은 이경기에서 꼭 이겨야겠다는 생각이 들었고, 가장 호흡에 문제를 보였던 이동국선수를 빼버렸습니다. 김현회기자의 칼럼처럼 이동국에게는 90분의 시간이 필요했다는 생각이 많았는데, 이렇게 이동국선수를 대표팀에서 잉여자원으로 보내기에는 아쉬움이 큽니다. 90분의 철저한 실험일 줄 알았던 폴란드전은 전반전의 졸전으로 인해 내용보다 결과가 더 중요한 평가전이 되어버린 듯한 느낌을 지워버릴수가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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