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광래호의 포지션파괴, 한계와 가능성

Posted by Soccerplus
2011. 10. 12. 08:00 대표팀/월드컵 이야기
우리나라에서 지장으로 손꼽히는 감독인 조광래감독, 부임한 후 포어리베로라는 새로운 개념의 전술을 가져오면서 그가 전술적으로 많은 카드를 갖고 있는 것을 보여주었고, 그 이후에도 선수들에 무한 스위칭을 통한 만화축구라는 새로운 개념의 전술을 시도하고 있습니다. 세계축구에서 가장 잘나가는 두 클럽인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와 FC바르셀로나가 쓴 후로부터 세계축구의 전략적 대세로 자리잡았고, 조광래감독역시 바르셀로나의 축구를 모델로 국가대표팀에 새로운 전술을 불어넣고 있습니다. 하지만, 어제 UAE전에서 답답한 선수들의 움직임은, 과연 이 포지션파괴가 우리나라에 정착될 수 있는지에 대한 의문점을 남겼습니다.



먼저 앞서 언급한 두 팀이 어떤 방식의 무한스위칭 내지는 포지션파괴를 통해 세계 최강이 되었는지를 알필요가 있습니다. 08년의 맨체스터유나이티드는 호날두, 테베즈, 박지성, 루니라는 공격옵션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테베즈와 루니는 워낙 많은 활동량을 자랑했고 호날두선수는 좌우, 그리고 중앙을 가리지 않는 선수였습니다. 박지성선수는 말할 것도 없고 말이죠. 기본적으로 활동량과 멀티포지션이 가능한 선수들의 조합이었고, 거기에 클럽이라는 특성상 수십경기를 맞춰볼 수 있었습니다. 테베즈선수는 이적후 적응의 문제를 겪었지만 루니와의 호흡이 절정에 달하자 이 호테루지 조합은 거칠것이 없었습니다. 챔피언스리그 우승역시도 가져왔죠. 하지만 다른 중원선수들의 무한스위칭은 없었습니다. 포백라인은 정석적으로 움직였고 캐릭과 스콜스라는 중앙미드필더는 움직임을 극대화하기보다는 자리를 지켰습니다.



그리고 바르셀로나역시도 무한스위칭을 구사하는 팀입니다. 무한스위칭과 포지션파괴의 전법은 바르셀로나를 전무후무한 세계 최강팀으로 만들었습니다. 기본적으로 메시, 비야, 페드로의 3각편대가 움직입니다. 그리고 이 선수들은 패싱력이 뛰어난 사비와 이니에스타의 지원을 받기 위해 공격진영에 있기보다는 미드필더 진영에서 움직이며 짧은 패스로 상대방을 혼란시킵니다. '제로톱'이라는 흔치 않은 전술에 최적회된 세명의 발재간이 좋은 공격수와 두명의 미드필더, 거기에 뒤를 지키며 짧은 패스를 넣어주는 부스케츠까지 모든 선수들이 짧은 패스라는 것에 일사분란하게 움직입니다. 사비라는 지휘관도, 그리고 경기가 풀리지 않으면 알베스라는 다른 지원군도 있습니다. 메시, 비야, 페드로, 그리고 넓은 범주의 이니에스타까지 바르셀로나역시도 포지션의 개념이 모호한 것입니다.

그리고 두 팀에는 메시와 호날두라는 경기가 안풀리면 현란한 드리블과 개인기로 상대방을 흐트러놓을 수 있는 공격수가 있습니다. 강한 수비에 막힐 때, 1대1 플레이로 활로를 모색합니다. 그리고 가장 강한 드리블러를 장착한 에이스의 존재는 다른 선수들이 플레이가 좋지 못할 경우 의지할 곳을 제공해줍니다. 사비와 스콜스라는 지휘관, 그리고 호날두와 메시라는 에이스의 존재는 포지션 파괴의 불안감을 받쳐주는 받침대와 같은 것이었습니다.

그리고 조광래호의 포지션파괴를 생각해보자면 사실 바르셀로나의 그것과 유사합니다. 아시안컵에서 보여주었던 아시아의 바르셀로나시절 우리나라는 제로톱에 가까운 공수거리를 자랑했고, 거기에 뒤를 받쳐주는 기성용의 성장은 앞에서 말한 사비와 스콜스의 역할과 비슷했습니다. 사실 기성용선수는 수비수 바로 앞에서 균형을 잡고 수비에도 큰 임무가 주어진 것이 사실이지만 누가 뭐라해도 가장 뛰어난 미드필더인 기성용선수에게 많은 부담이 주어져 있습니다. 이용래와 구자철이 많은 범위를 돌아다니고 발재간이 뛰어난 공격수인 지동원과 박주영의 존재는 바르셀로나와 비슷해 질 수 있는 요건을 갖춘 것 처럼보입니다.

하지만 어제 UAE전의 경기에서 저는 조금 실망스러울수 밖에 없었습니다. 일단 중간에서 플레이메이킹을 해주어야할 구자철선수의 모습이 굉장히 좋지 않아보였습니다. 미드필더에서 공격수들과 계속해서 패스플레이를 하며 패스를 찔러주는 것 보다는 패스를 받기 좋은 위치에 움직여야 되는 것이 먼저인 구자철선수에게 공이가면 자꾸 상대방의 압박으로 공격타이밍을 놓쳤습니다. 그리고 지동원선수는 제로톱의 위치가 아닌 공격수의 위치에 서있었습니다. 미드필더에서 숫자싸움을 하는 것이 중요한 전술에서 공격과 수비의 간격이 벌어지자 우리나라는 드리블러인 서정진에게 의존을 하게 되는 모습을 보여주었습니다.

후반전 공격의 물꼬가 트인것은 이용래선수가 전진배치되고 나서 였습니다. 이용래선수가 왼쪽측면을 파고들기 시작했고 박주영에게 공이가기 시작했습니다. 박주영선수가 움직이면서 공간을 만들어 내었고 결국 첫골이 터졌습니다. 하지만 이용래선수가 전방에 위치하자 우리나라의 수비는 불안해졌고 후반전 이따금씩 허용했던 슈팅은 기성용이 혼자서 막을 수 없었기에 당연히 감수해야 할 것이었습니다. 거기에 우리나라는 오른쪽 풀백인 최효진도 공격적인 배치를 하고 있었기 때문입니다. 행운의 자책골이 아니었다면 충격의 무승부를 기록할 수도 있는 승부였습니다.



가장큰 문제는 기성용선수의 파트너 2명이 기성용선수처럼 존재감을 보이지 못한다는 것입니다. 그리고 여기서 문제는 중원에서도 무한스위칭이 활용되는 조광래호에서 기성용선수말고는 중심을 잡아줄 선수가 없다는 점입니다. 그리고 에이스로 활약해야될 박주영선수는 상대방을 드리블로 헤집고 다닐 수 있는 크랙형선수는 아닙니다. 중원에서는 오히려 박지성선수와 같은 전후좌우를 가리지 않는 멀티플레이어가 필요하다고 생각이 되고, 이청용선수와 같은 테크니션역시도 필요해 보입니다. 그리고 포지션파괴가 너무 광범위하게 이뤄지다 보니, 아직은 선수들의 머리와 몸이 따로노는 것이 눈에 보입니다.

목표는 브라질 월드컵이고 아직 3년이 남았습니다. 그리고 3년의 시간이면 충분히 그의 색깔을 입힐 수 있을 것으로 보입니다만, 조광래감독의 황태자로 불리웠던 구자철과 지동원선수가 전술적으로 녹아들지 못하는 모습은 앞으로의 가능성을 조금 의심스럽게 만듭니다. 박주영이 없었다면, 오늘경기는 정말 힘들지 않았을까라는 생각이 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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