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주영 데뷔골, '아스날 클래스' 증명하다

Posted by Soccerplus
2011. 10. 26. 05:47 해외파 이야기/박주영
도대체 몇번의 경기를 설레는 마음으로 기다렸다가 허탕만 치고 잠에 들었는지 모르겠습니다. 박주영의 영입이 있은 이후, 우리나라 방송사의 아스날경기 중계도 늘어났고, 저의 관심역시도 이에 비례해 늘어났었지만, 박주영선수가 피치를 밟은 경기는 단 한경기밖에 없었습니다. 다행히 이러한 기다림이 너무나 지루해질즈음, 칼링컵경기에 박주영선수가 선발로 예상되었고, 방금전 끝난 경기에서 박주영선수는 2번째 선발출장경기를 가졌습니다. 칼링컵경기라고 일부분들은 그 의미를 낮게 평가하실지도 모르나, 경기자체를 뛰어보지 못한 박주영선수에게는 매우 중요한 경기였습니다.



아스날과 볼튼은 나란히 정예 1군의 멤버는 출장하지 않았습니다. 프리미어리그, 1부리그의 칼링컵명단은 항상 주전멤버들을 가동하기보다는 기용하지 못한 자원들에 대한 시험의 의미가 크기 때문에 이역시 예상한 것이었습니다. 아스날의 선발이었던 베나윤, 박주영, 아르샤빈, 채임벌린선수는 모두 리그에서 많은 기회가 주어지지 않은 선수들이었습니다. 기본적으로 이런 경기에서는 팀의 승리도 승리지만 자신의 진가를 보여주기 위해 조금은 욕심을 부리는 선수들도 많죠. 오늘 경기에서는 채임벌린이 그랬고, 다른 공격옵션의 문제라기보다는 중원의 지원이 좋지못해 더 좋은 기회를 많이 잡지 못했습니다. 볼튼의 수비진도 케이힐, 잿 나이트, 무암바와 같은 정예멤버들이 나왔습니다. 박주영선수의 프리미어리그 경쟁력을 시험해볼 수 있는 좋은 기회였습니다.

경기를 많이 뛰지 못한 선수들이 나왔던 경기인만큼 전반전은 양팀선수모두 부진한 경기력을 선보이며 의미없는 볼다툼만 계속해서 이어졌습니다. 전반 20분까지 슛팅이 하나도 없을정도였죠. 박주영선수의 얼굴에는 긴장감이 많이 비추어졌습니다. 그에게 공을 갈때 발을 헛디뎌 넘어지는 모습은 단지 많이 내린 비때문은 아니었던 것 같습니다. 앞에서 언급한 채임벌린선수는 무언가 한방을 보여주어야 겠다는 생각에 좋은 찬스를 많이 날렸습니다. 아직은 어린 선수기에 그 패기는 인정합니다만, 박주영만을 바라보며 밤을 샌 저에게는 분노를 사기에 충분했습니다.

박주영선수가 몸이 풀린 결정적 계기는 그의 폭발적인 중거리슛이었습니다. 처음으로 제대로 공을 잡은 박주영선수는 공을 잡자마자 슛팅을 의식한듯 중원으로 선수들을 제치며 나아가기 시작했고 앞부분이 비어있는 것을 확인하자마자 바로 중거리슛을 때렸습니다. 코스와 파워모두 좋았지만 상대편 보그단 골키퍼의 선방이 아쉬웠습니다. 이 한방이 터진후, 박주영선수의 움직임은 눈에 띄게 좋아졌습니다. 특히 오늘경기에서 유일한 지원자였던 아르샤빈과 베나윤과의 플레이가 좋아졌습니다. 오늘경기에서 노장축에 속하는 아르샤빈과 베나윤은 계속된 패스플레이로 박주영에게 도움을 주었죠.

미드필더진과의 연계플레이가 자신의 주 특기중 하나인 박주영선수는 자주 이 선수들과 2:1패스를 노리면서 역량을 발휘했습니다. 전반 40분 아르샤빈과 2:1패스를 주고받던 박주영선수는 자신의 두번째 슛을 날렸습니다. 패스플레이로 상대방을 무너뜨린 후 슛을 때렸는데, 자세가 좋지 못해 강한 임팩트로는 이어지지 못했지만, 발안쪽에 맞은 휘어찬 볼은 골키퍼의 역동작에 걸려 위협적인 모습을 연출했습니다. 전반전이 끝나자 마자, 그리고 후반전이 시작하자 박주영을 비춰준 카메라는 전반전의 가장 위협적인 플레이어, 그리고 후반전 가장 주목한 플레이어가 누군지를 말해주는 듯 보였습니다.

후반시작하자마자 아스날과 볼튼은 한차례씩 골을 주고 받았습니다. 프림퐁의 실책이나 마찬가지였던 볼튼의 골과 아르샤빈의 엄청난 골이었던 아스날의 골이었죠. 그리고 이 두개의 골로 인해 경기는 갑자기 열기를 띄기 시작했습니다. 베나윤을 좌측면으로 빼고, 아르샤빈을 중앙으로 넣자 공수양면에서 나아진 플레이였습니다. 아르샤빈이 드리블을 차고 나오면서 상대선수를 끌어내고, 그 빈자리를 박주영이 파고드는 움직임이 이어졌습니다. 아쉬운 오프사이드를 3차례나 기록했던 박주영이었지만 그가 잘하는 플레이가 무엇인지 벵거감독앞에서 분명히 보여주었습니다.




그리고 후반 10분, 드디어 박주영선수의 데뷔골이 터졌습니다. 역습상황에서 정말 부지런히 빈공간을 찾아다니던 박주영에게 단 한차례 1:1찬스가 왔습니다. 단순히 패스뿐 아닌 슛팅의 각도까지 생각한 아르샤빈의 패스도 좋았습니다만 자신이 가장 잘차는 그 곳에서 오른발 인사이드로 반대편 골대를 노린 박주영의 골은 정말 환상적이었습니다. 그동안의 마음고생을 털어버리듯 환한 미소로 팀 동료들과 세레모니를 나눴습니다. 경기 중간중간, 그리고 가장 마지막에 박주영에게 원샷을 비춰졌던 중계진역시도 오늘 경기에서 가장 빛나는 활약을 한 선수가 누구인지를 알게 해주었습니다.

오늘의 박주영선수의 플레이는 골에서만 빛난것이 아니었습니다. 경기내내 상대수비를 괴롭혔던 그의 오프사이드라인 침투는 오늘 경기에서 빛난던 아르샤빈의 드리블 공간을 열어주는 역할을 했고, 그의 타고난 패스감각은 중계진을 깜짝깜짝놀라게 만들기도 했습니다. 한두번의 지능적인 스루패스가 경기장 바깥으로 나갔지만 워낙 창의적이었던 패스였던 탓에 관중들도 박수를 보내더군요.

리그 최고의 수비수인 개리 케이힐이 지키는 볼튼 수비를 상대로 터트린 맹활약, 그리고 데뷔골, 이는 시사하는 점이 많습니다. 저번경기인 쉬루스버리에서 골을 터뜨렸다면 '하위리그니까'라는 반신반의의 느낌을 줄수도 있었겠지만, 오늘경기에서의 골은 앞으로 주전경쟁에서 샤막을 완전히 제친것을 의미하는 동시에, 가장 중요한 상황에서 한방을 터뜨려줄 선수가 박주영이라는 것도 증명해주었습니다. 4번의 슛중 3번이 유효슈팅이었고 2차례는 골키퍼가 펀칭해낼수밖에 없는 좋은 슛, 나머지 하나는 골대 구석으로 들어간 골이었으니 말이죠. 칼링컵용, 칼링컵이니까 잘했다? 오늘 볼튼 선수들은 리그에서와 다름없이 열심히 뛰었고 그 멤버구성도 비슷했습니다. 박주영선수가 '아스날 클래스'임을 확실히 증명했습니다.

동영상을 올리고 싶은데 동영상이 없군요. 아이러브싸커의 Tony Silva님의 자료를 불펌했습니다. 문제되면 자삭할게요. 기쁜마음으로 투표를하러 가야겠군요. 살다보니 6시투표.. 모두들 투표하러가세요!

박주영 골영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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