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주영 챔스 데뷔전, 실망스러운 이유는 따로있다

Posted by Soccerplus
2011. 11. 2. 07:09 해외파 이야기/박주영
우리나라시간으로 새벽4시, 그러니까 챔피언스리그 아스날과 마르세유의 선발명단이 경기시간 40분전에 먼저 나오는 시간, 예상은 했지만 막상 발표되고 나니 이상하게 긴장이 되더군요. 첼시를 5:3으로 꺾었던 아스날의 정예멤버와 함께, 박주영선수의 이름이 아스날의 선발명단에 있었습니다. 아르테타, 램지, 알렉스 송, 제르비뉴, 월콧, 알렉스 산투스, 메르테사커, 슈체즈니등 아스날의 정예멤버가 모두 나왔고, 아스날의 센터포워드는 반 페르시가 아닌 박주영선수입니다. 어제 박주영의 달라진 위상이 달라진 것을 확인할 수 있다는 글을 썼었는데, 그러한 저의 예상이 맞아떨어진 기분좋은 순간이었습니다.




아스날의 센터포워드가 대한민국에서 나올 수 있다는 것은 해외축구를 오랫동안 보아왔고 지금도 최고의 관심거리로 삼고 살아가고 있는 저에게는 가슴벅찬 일이 아닐 수 없었습니다. 박지성선수가 챔피언스리그에서 최고의 활약을 보여주고는 했습니다만, 박주영선수가 나오는 것은 또 의미가 달랐습니다. 간간히 출전하던 샤막은 교체명단에도 없었고, 박주영선수가 선발의 자리를 차지한 것은 이제 팀내 제 2의 공격수가 누군지를 확실하게 보여주는 장면이었습니다.

정확하게 1주일전, 단 2경기만에 아스날 데뷔골을 쏘아올린 박주영선수였습니다. 골뿐만 아니라 전체적인 경기내용이 너무나도 좋았기에 그의 이번경기에 큰 기대를 했던 것이 사실이었습니다. 그리고 오늘 경기는 그 경기에 비하자면 좋지 않았습니다. 박주영선수의 칼링컵 데뷔전을 보는 듯, 박주영선수는 많이 긴장을 한 모습이었습니다. 전반전에 박주영선수의 패스는 번번히 상대팀 수비에 컷팅당했고, 드리블은 유달리 길었습니다. 경기초반 박주영선수에게 공이 많이 왔었는데 올 때마다 만족스러운 연결을 시켜주지 못하자 박주영에게 공이 잘 오지 않는 느낌도 받았습니다.

실망스러웠습니다. 분명, 박주영선수의 볼터치는 길었고 패스의 정확도도 물론 떨어졌습니다. 기본적인 볼키핑이 제대로 되지 않으니 공이가지도 않았습니다. 드리블을 하는 모습을 보지 못했고, 자신감이 떨어져서였는지 공이 잡자마자 기회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다른 선수에게 공을 내어주는 모습을 많이 보았습니다. 지난 경기에서의 활약이 좋았고, 지난 경기처럼 골을 넣었으면 박주영에게는 탄탄대로가 놓일 것이지만, 그러한 기회를 놓쳤습니다.



하지만 실망스러운데에는 모두 그 변명의 여지가 있습니다. 박주영선수가 못했고, 그에게 공이 가지 않은데에는 이유가 나름 존재하기 때문이죠.그 이유는 램지와 제르비뉴입니다. 오늘 경기에서 반페르시가 선발로 나오지 않았고 그의 동료는 제르비뉴, 왈콧, 램지였습니다. 확실한 에이스가 없었던 오늘경기에서 벵거감독은 박주영이 잘하는 플레이인 중원 연계플레이보다는 수비진에 깊숙히 들어가 기회를 따내는 역할을 맡겼습니다. 그리고 제르비뉴가 좌측면에서 중앙까지 커버를 해주며 공간을 노리는 역할을 부여받았습니다. 그리고 박주영과 제르비뉴에 대한 지원을 램지가 해주어야 했습니다. 하지만 제르비뉴는 경기내내 욕심어린 플레이로 패스보다는 드리블에 집중을 했고, 램지의 패스는 타이밍이 좋지않았습니다. 거기에 오늘 경기에서 처음으로 호흡을 맞춰보는 선수들이니 만큼 동선이 많이 겹쳤습니다. 동선이 겹치는 과정에서 좀 더 박주영이 욕심을 내지 않고 다른 선수들에게 공을 맡기는 모습이 많이 비췄습니다.

이번 시즌 최고의 폼을 보여주고 있는 반 페르시에 대한 의존도가 굉장히 큰 것이 사실입니다. 반 페르시는 실제로 파브레가스와 나스리가 빠진 중원까지 내려와주면서 작년보다 큰 활동폭을 소화하며 연계에도 기여하고 있죠. 오늘 경기에서는 박주영을 반페르시대신 투입했지만, 처음 챔스리그 데뷔하는 선수에게 중책을 맡기기보다는 팀에 녹아든 선수인 램지와 제르비뉴에게 그 역할을 배분했습니다만, 결과는 좋지 않았습니다.

후반전 15분, 박주영선수가 반 페르시와 교체되면서 플레이가 더 좋아져야하는게 당연했지만, 오늘 아스날은 끝까지 마르세유에 고전을 면치 못했습니다. 위협적인 유효슈팅도 없었고, 좋은 찬스도 없었습니다. 오늘 경기에서 마르세유는 중앙 수비 두명을 의도적으로 원톱인 반페르시와 박주영에게 붙혀놓으면서 원톱을 고립시켰습니다. 아스날의 무게가 공격진에 집중된다는 것을 꿰뚫은 데샹감독의 작전이었습니다. 원톱이 묶이자 단단하게 묶여있던 아스날의 조직이 풀려버렸고, 플레이가 예전같지 못했습니다.

박주영선수는 오늘 기대에 못미친 활약을 했습니다. 하지만, 오늘 박주영선수가 보여준 경기력은 박주영뿐 아닌, 아스날의 문제였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반페르시가 선발이고, 박주영이 후반전 교체투입되었다면 반페르시가 전반에 무엇을 해주었다! 라고 생각하시는 분들에게는 제가 변명의 여지가 없습니다만, 적어도 후반 30분의 넉넉한 시간동안 반페르시가 한게 아무것도 없음을 생각한다면 박주영의 부진이 결코 그의 기량미달에서 나오는 것이 아님을 말하고 싶습니다. 누구나 처음은 어색한 법이고, 지원이 미비했던 상황에서 박주영은 계속해서 공간을 찾아다니며 분투를했습니다. 한경기의 부진으로 아스날에서 힘들겠다, 라고 생각할 것은 아니라고 생각이 듭니다.

다음 경기를 기다려봐야겠습니다.
그의 플레이가 좋지 않아 실망했다기 보다는 그가 자신감이 없어보였던 것이 더 마음에 걸리네요. 박주영이 기대에 못미치긴 했지만, 아스날의 전체의 플레이가 좋지 않았습니다. 그런 와중에서 좀 더 자신감있는 플레이를 보여주지 못한 것이 아쉽습니다. 왈콧, 제르비뉴, 램지가 모두 욕심을 부리는 와중에 혼자 이타적인 플레이를 하려던 것이 오히려 독이 되었다는 생각입니다. 아직 호흡을 맞춰가는 중의 단계이니, 기다려 봐야겠습니다. 램지보다는 로시츠키의 창의력이, 제르비뉴보단 아르샤빈의 패스가 그리웠던 경기였습니다.




글이마음에들면추천↓한방! (로그인 불필요)블로그가마음에들면정기구독+ 해주세요sz

soccerplus.co.kr 로 더 편하게 저의글을 읽으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