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향을 상실한 조광래호, 아시안컵을 기억하라

Posted by Soccerplus
2011. 11. 13. 04:00 대표팀/월드컵 이야기
아랍에미레이트전, 후반전 종료직전 결승골이 터질때까지 정말로 답답한 경기를 펼쳤습니다. 물론 막판 2골을 기록하며 승리를 거두긴 했습니다만, 그 내용적인 측면에서 너무나 좋지 못했습니다. 이 좋지못한 경기력이 이번 경기에만 국한되었다면 할말이 없습니다만, 사실 아시아 월드컵 조별예선에서 거의 모든 경기가 답답하고 우리가 지난 월드컵때에도 쉽게 이겼던 상대였던 팀들에게 고전을 하는 모습을 보여주면서 실망스럽게 만들고 있습니다.

호평받았던 아시안컵, 그리고 6월의 평가전까지



조광래호의 첫 등장은 사실 부정적인 면보다 긍정적인 면이 많았습니다. 일단 대한민국의 색깔과는 잘 맞지 않아보였던 스페인식, 혹은 바르셀로나식의 패스플레이를 중점적으로 도입했고, 아시안컵까지 절반의 성공을 거뒀습니다. 분명 우리나라가 우승을 차지하지 못한것은 아쉬운 일입니다만, 해외언론으로 부터 찬사를 받았고, 우리나라의 경기는 분명 이전과는 다른 것이었습니다. 그경기력이 너무나 긍정적이었고, 새로운 구자철, 지동원, 이용래, 홍정호와 같은 새로운 스타들의 탄생역시 우리에게 즐거운 일이었습니다. 딱 10개월전입니다.

그리고 터키원정에서 좋지 못한 모습을 보였지만, 우리나라는 6월에 열린 두 차례 친선경기에서도 좋았습니다. 세르비아와 가나, 두팀은 유럽과 아프리카에서도 결코 전력이 떨어지지 않는 강팀이었고, 장거리 원정에도 선수들의 정예가 거의 다 참가한 1군팀이었습니다. 하지만 우리나라는 박지성, 이영표가 빠진 공백에도 불구하고 두 팀을 모두 2:1로 이겼습니다. 홈에서의 승리라 폄하할수도 있겠지만, 좌측공격수 박주영이 시작한 것도 이때이며 기성용의 컨디션이 최고조에 달한 때였습니다. 좌측의 김영권같은 선수들이 새롭게 발굴된 것도 이때였습니다. 어느정도 팀의 기본적인 틀을 다 잡았다고도 볼 수 있겠죠.

하지만 일본전 참패, 그리고 여유가 없어진 조광래



하지만 유럽축구시즌이 시작하기전인 8월초, 우리나라는 충격의 참패를 거두고 맙니다. 당시만 해도 이적팀을 못찾았던 박주영의 컨디션은 최악이었고, 귀국한지 2일만에 경기를 치룬 기성용도 좋지 못했습니다. 수비진은 홍정호-이정수 대신 김영권-이재성이라는 익숙하지 않은 멤버가 나왔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팬들은 일본 원정에서의 승리를 확신한다는 생각이 있었습니다. 그간의 경기가 좋았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3:0으로 대패했고, 언론과 팬들의 시선은 한경기에 달라졌습니다.

그동안 문제였지만 수면위로 드러나지 않았던 문제들이 제기되기 시작했고, 조감독은 대표팀 부임후 처음으로 옹호보다 비난이 더 많은 언론을 만났습니다. 너무나 충격적인 패배였기에 감독의 여유는 없어졌습니다. 당장 좋은 성적을 내지 않으면, 그의 입지는 점점더 줄어들 것이었으니 말이죠. 그리고 자신의 작품이라고 말할수도 있는 여러선수들을 계속해서 기용했고, 전술의 변화는 없었습니다. 새로운 전술보다는 기존의 전술로 안정을 꿰하겠다는 복안이었을 것입니다.

그의 주력인 해외파들의 부진, 그리고 터진 차출 논란



그리고 그의 전술의 핵심이었던 기성용, 박주영은 물론이고 그의 아래에서 유럽진출을 이뤘던 지동원과 구자철선수는 일본과의 경기에서 미약한 경기력으로 조광래를 구해주지 못했습니다. 이후 박주영선수는 대표티경기 5경기 8골을 터뜨리며 자신의 몫을 대해주었지만 선발자리를 차지못하며 벤치를 지키는 구자철과 지동원, 그리고 그와 반대의 이유로 폼이 떨어진 기성용선수는 대표팀에서 아시안컵의 모습을 보여주지 못했습니다. 자신이 신뢰하던 선수들로 위기를 해쳐나가려던 조광래감독의 생각은 점점 비판의 화살에 시달리게 되었습니다.

그런 즈음 두 명의 선수의 차출논란이 조광래감독을 더욱 더 힘들게 만들었습니다. 이동국선수와 손흥민 선수가 바로 그것인데요. 이동국을 위해 다른 선수들의 포지션을 변경하던 조광래감독의 전술은 문제가 컸던 것이었고, 이동국을 전반만 뛰고 내려오게 하면서 조광래감독은 또 비난을 받았습니다. 거기에 손흥민선수를 뽑지 말라던 손흥민 아버지의 전화에 그의 감독으로써의 권위마저 상실했습니다. 해외파에 대한 무차별 차출은 조광래감독이 더 욕을 먹게 되는 이유였죠.

변화없는 한국축구, 조광래호의 색을 상실했다

조광래호의 색은 분명 무한스위칭과 짧은 패스로 표현할 수 있을 것입니다. 하지만, 지금 우리가 보는 조광래호의 경기에서 저 두가지 색은 보이지 않습니다. 기성용에게 의지하는 패스줄기는 그의 체력이 떨어지자 롱패스에 의존하기 시작했으며, 컨디션이 좋지않은 구자철과 지동원은 대표팀에서 활약을 보여주지 못하고 있습니다. 지난 경기에서는 박주영선수까지 부진하며 우려스러운 부분이 하나 더 늘기도 했습니다. 그런 가운데에도 변화를 시도하지 않는 조광래감독에게 큰 전환포인트가 필요합니다.

UAE전 3명의 교체카드가 보여준 변화의 가능성

아랍에미레이트전의 전반전은 그야말로 헬이었지만, 후반전 3명의 교체카드사용은 칭찬해 줄만한 것이었습니다. 지동원, 서정진같은 조광래의 아이들에 대한 믿음보다 새로운 시도를 택한 것이었지요. 그리고 이 시도는 통했습니다. 꼭 그간 활약하던 선수만이 자신의 축구를 더 잘 표현해 줄 수 있을 것이라는 그의 생각에서 이제는 새로운 선수들도 충분히 해줄 수 있다는 희망을 보았을지도 모릅니다.

'초심'으로..



상황이야 어떻게 되었든, 우리나라는 3차예선 통과가 99퍼센트 확정된 상황입니다. 그리고 내년 최종예선이 시작하기 전까지 몇달의 시간이 남아있는 상황이죠. 이청용선수도 돌아올 것이고, 지금의 해외파들도 좀 더 소속팀에서 자리를 잡을 것입니다. 그리고 다음 경기에 나오지 못하는 박주영선수의 자리에는 어쩔 수 없이 새로운 선수가 시험대에 오르게 될것입니다.

이런 말을 쓰기가 무서울 정도로, 저는 조광래호의 아시안 컵과 6월까지의 경기력은 좋았습니다. 그때부터 조광래는 아니었다!라고 말하시는 분도 있겠지만, 분명 호평이 가득했던 댓글과 기사들을 저는 기억합니다. 새로운 선수들과 새로운 전술에 우리는 즐겁게 국가대표팀을 응원했었습니다. 하지만 한일전이후 여유가 없어진 조광래감독의 전술은 너무나 안일합니다. 그가 부임초기에 보여주었던 혁신적이고 새로운 모습, 그리고 믿음을 주는 선수기용이 그립습니다. 해본 적이 있기에 저는 아직까지 믿습니다. 비판할 것은 비판해야할 점이고, 칭찬해야할 점은 칭찬해야죠. 만족스럽지 않은 경기가 계속되지 않기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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