못미더운 대표팀, 결국 '그들'의 공백이다

Posted by Soccerplus
2011. 11. 14. 08:00 대표팀/월드컵 이야기
중동 3개의 팀과 한조에 편성된 대표팀, 한일전을 빼고는 최근 경기에서 패배를 찾아볼 수 없었지만, 우리나라의 경기력은 못미더웠습니다. 세계의 찬사를 받았고, 팬들도 만족스러웠던 아시안컵 이후, 우리나라는 세르비아와 가나와 치룬 6월 평가전까지 그럭저럭 좋은 경기력을 뽐냈습니다. 하지만 한일전 이후 우리나라의 경기력은 뚝떨어졌고, 팬들의 마음은 등을 돌렸습니다. 호평이 지배적이었던 조광래호의 신뢰도는 점점 더 바닥으로 내려가고 있고, 그 하향세는 아랍에미레이트 원정에서 승리를 거뒀음에도 불구하고 계속되고 있는 듯 보입니다.

아시안 컵과, 월드컵 예선의 차이- '그들'이 없다.

짜임새 있었고, 색깔도 있었으며 그 발전 가능성도 무궁무진했던 아시안컵의 대표팀과 그 방향성을 잃어버린 듯한 지금의 대표팀에는 무엇의 차이가 있을까요. 그 중심에는 대표팀의 핵심을 맡았던 3명의 선수, 박지성, 이청용, 이영표가 있고 없고의 차이를 들 수 있겠습니다. 3번의 월드컵을 나섰던 박지성과 이영표, 그리고 이미 대표팀의 에이스로 거듭난 이청용선수의 공백을 메꾸기는 너무나도 힘들어 보입니다. 어떤 상황에서든 대표팀의 중심이 될 수밖에 없었던 세명이 빠지자, 우리나라의 전술수정도 불가피 했고, 그 중심축도 바뀌어야 했습니다. 박지성-이영표의 공백은 물론 그들이 대표팀 은퇴를 선언했기 때문에 예정되어있었던 일이지만, 이청용의 공백은 예상치 못했던 일이기에, 우리나라의 전술은 아직도 길을 잃은 듯 보입니다.

단순히 존재감, 그 것을 넘어선 전술적 공백

세선수는 오랫동안 대표팀의 중심축을 맡으며 다른 선수들의 믿음을 샀던 세선수의 존재감을 너머, 세선수의 공백은 조광래감독의 전술에 큰 타격이었습니다. 2010 남아공 월드컵, 그리고 2011 아시안컵을 통해 국제대회에서도 통하는 만능 열쇠는 이 선수들이었고, 미래를 보기보다는 단기간의 성적이 중요한 대표팀에서 실험보다는 그들을 위주로 한 전술을 짤수밖에 없었습니다. 그리고 그들이 빠지자, 대표팀의 전술에 문제가 생기고 말았습니다.

박지성의 공백-'박주영 시프트'



계속해서 우리나라의 득점을 올려주고 있는 선수가 바로 박주영선수입니다. 그리고 박주영선수는 자신이 익숙한 스트라이커의 위치가 아닌, 왼쪽 측면의 포지션을 배정받아 뛰고 있습니다. 수시로 자리를 바꾸는 무한 시프트를 가동하고 있는 대표팀에서, 박주영선수의 활동은 왼쪽 측면보다는 중앙공격수의 위치에서 더 빛을 발하고, 실제로도 그 자리에서 계속해서 골을 기록해주고 있죠. 조광래감독은 박지성의 역할을 박주영에게 맡기고 있는 것입니다. 그리고 실제로 박주영선수는 골만 기록해주는 것이 아니라, 부족한 패스를 자신이 만들어주려 활동량이 매우 넓어지고 있습니다. 그만큼 공격수의 숫자는 줄어들고 있는 것이죠.

자신이 잘하는 역할과는 다른 역할을 맡고 있기에, 그의 플레이는 다소 맞지 않은 옷을 입은 듯한 느낌을 보여줍니다. 특히 어웨이 경기에서 좋지 못한 플레이를 많이 보여주었죠. 지난 쿠웨이트전과 지난 주의 UAE전에서 골을 제외한 다른 임팩트를 보여주지 못한 것입니다. 박지성보다 골을 넣는 능력은 뛰어나지만, 그의 활동량과 수비가담, 그리고 팀플레이에는 떨어지는 박주영이지만, 박지성의 자리를 메꿔줄 선수가 딱히 보이질 않습니다. 그 큰 자리를 지금껏 박주영선수가 잘 메워주고 있지만, 우리는 경기때마다 박지성이 있었으면, 이라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박주영선수가 옮겨오면서 중앙 공격수의 자리가 비었고, 그 자리의 지동원 선수는 컨디션이 좋지 못한 모습으로 우리에게 실망을 안겨주고 있죠.

수많은 이청용의 대체자들, 아직도 찾지 못했다.


이청용이 프리시즌에서 원치않은 부상을 당한 이후, 우리나라의 오른쪽은 사실상 공석상태입니다. 일본전에서는 구자철, 그리고 그 이후의 평가전에서는 지동원, 그리고 지금은 서정진 선수가 맡아주고 있습니다. 구자철, 지동원은 자신의 포지션이 아니었고, 그 이후 서정진은 새로운 희망으로 보여지는 듯 했지만, 아챔 결승전때의 부진, 그리고 아랍에미레이트 전의 부진은 또 다른 대체자를 찾게끔 만들고 있습니다. 아직 A매치 경험이 3경기밖에 되지 않는 선수에게 이청용의 대체자자리를 기대하는 것은 어쩌면 너무 큰 기대였을지도 모르죠.

개인기도 능했지만, 이청용의 장점은 창의적인 패스와 팀플레이에 있었습니다. 크로스보다도 창의적인 숏패스는 공격진에 큰 도움이 되었지요. 지난 아시안컵에서 스페인식 축구가 자리자은 느낌을 받았던 이유는 이청용선수의 오른쪽에서 구자철-지동원과의 연계플레이가 잘 일어났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지금, 우리나라는 연계가 좋은 윙어를 찾지 못하고 있습니다.

중앙 진출과 패스 뛰어난 이청용-박지성, 중원에도 영향



그리고 박지성선수와 이청용선수의 스타일은 두 선수가 사이드라인을 돌파해 날카로운 크로스를 날리는 클래식한 스타일이 아니라, 오히려 중앙 선수들과 연계를 하며 2:1패스등으로 수비를 꿰뚫는 중앙, 그리고 숏패스 지향적인 스타일입니다. 그리고 이는 조광래호의 숏패스를 원동력으로 한 축구에 큰 도움이 되었습니다. 그리고 아시안컵을 떠올려 보면, 숏패스의 대부분이 박지성, 이청용에서 부터 비롯되었다는 것을 알 수 있죠. 단순히 공격포인트를 떠나, 팀의 플레이를 만드는 역할을 했던 두 선수가 빠지자, 우리나라의 플레이는 그 색을 잃어버렸습니다. 패스는 기성용에게 집중되었고, 아무리 뛰어난 선수라도 모든 패스를 기가막히게 주는 것은 불가능 한 일이죠.

'바르셀로나식 포백'에 필요했던 이영표의 수비력



우리나라에서 이런 공격력과 수비력을 고루 갖춘 풀백을 찾기는 힘들다고 생각을 합니다. 이영표선수를 생각하면 많은 팬분들에게 헛다리 짚기로 대표되는 활발한 오버래핑을 떠올리시겠지만, 그의 최대강점은 바로 수비력에 있었습니다. 수비력보다는 공격력이 뛰어난 오른쪽의 차두리가 공격에 나가면 그는 수비에 남아 대표팀에 든든한 최후의 보루 역할을 해주었습니다. 그렇기에 차두리 선수가 더욱 더 활발한 공격을 가능하게 해주었죠.

그리고 조광래감독은 이영표의 환상을 지우지 않았는지, 수비력이 뛰어난 중앙수비수 출신의 김영권을 왼쪽에서 시험하며 차두리의 수비부담을 덜어주었습니다. 하지만 차두리의 부상으로 그가 결장하자, 조광래감독은 그 균형추를 왼쪽으로 기울였고 공격력이 뛰어난 홍철이 그자리에 배치되었습니다. 하지만, 홍철은 아직 그 활약이 성남에서만 못합니다. 지금은 홍철과 차두리가 풀백을 맡고 있고, UAE전에서 우리나라는 수비불안을 노출하며 여러차례 찬스를 허용했습니다. 이영표가 떠난 뒤 평가받은 선수가 홍철, 김영권, 윤석영, 박주호, 박원재등 5명이었고, 이번에는 이용래가 그자리에 뛸 것으로 보입니다. 이영표의 빈자리를 메꾸기가 얼마나 힘든지를 알 수 있게 만드는 대목입니다.

제 2의 박지성, 이영표를 찾는 것보다, 변화된 전술이 필요하다.

 


수년간 우리나라의 얼굴이었던 박지성, 이영표는 이제 없습니다. 그리고 조광래감독은 마치 레고블럭처럼 그 선수들이 떠나간 자리를 그대로 메꿔줄 선수를 찾는 지도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두 선수를 대신한 선수는 현재 없습니다. 매번 새로운 선수들을 시험하며, 새로운 가능성을 기대하고 있지만, 당분간은 그 영향력을 메꾸기는 힘들겠죠. 하지만 우리나라에는 여전히 좋은 선수들이 많습니다. 그 선수들로 자신이 가장 잘하는 위치에서 힘을 발휘하게 해주는 것이 필요하지 않나 생각을 해봅니다. 1년에 길어야 1달 혹은 1달 반을 뛰는 대표팀에서의 포지션변경이 선수들에게 익숙해지기에는 수년의 시간이 필요할 것이라는 생각입니다.

구자철, 지동원 선수를 새로운 박지성, 새로운 이청용으로 기대하고 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홍정호선수는 새로운 이영표가 되려나요? 많은 경기경험으로 대표팀의 대들보가 되어주길 기대하며 그렇게 매번 신뢰를 보내주었는지도 모르죠. 하지만 박지성, 이영표와 같은 선수들이 그 자리에 오르기까지의 길에서 감독의 신뢰도 큰 이유겠지만, 다른 선수들과의 주전경쟁을 통해 더 큰 성장을 했다는 것을 기억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많은 비난에도 불구하고 아직 조광래감독을 믿어보자는 것이 저의 생각이기에, 그를 위해 어느정도 변화는 꼭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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