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광래호, 오히려 레바논전 참패가 다행이다

Posted by Soccerplus
2011. 11. 16. 07:00 대표팀/월드컵 이야기
충격이겠죠. 화요일밤 하던 일도 그만두고 일찍 들어와서 축구를 기다렸던 저와 저의 가족들은 경기가 끝날때까지 아무런 말도 하지 못했습니다. 그리고 끝나고 아무런 말도 나누지 않고 각자 방으로 들어가 제할일을 했습니다만, 모두의 머릿속에는 화만 잔뜩차서 들어갔습니다. 3차예선 통과를 확정지으며 누가 골을 넣을까 하며 내기를 했던 저와 제 동생은 (동생이 구자철을 맞췄음에도 불구하고) 한숨만 쉬며 방으로 들어갈수밖에 없었습니다. 그런 경기였습니다. 살다살다가 UAE를 응원하며 최종예선진출의 경우의수를따지게 만든 경기였습니다.




레바논의 베이루트경기장은 예상했던 것보다 훨씬 더 낙후된 시설이었습니다. 도대체 이런 구장에서 정상적인 볼 트래핑이 가능했는지 의심스러울 정도로 너무나 형편없었던 잔디상태에 이게 월드컵 예선인가 싶더군요. 굴러와야 할 공이 굴러오지 않고 트래핑해야될 발앞에서 튀어버리는 공은 우리나라를 너무나 힘들게 했습니다. 그리고 이 낙후된 경기장을 찾아준 수만명의 레바논 팬들은 계속해서 레이저 공격을 일삼으며 비매너의 극치를 보여주었습니다. PK를 막는 정성룡골키퍼의 눈에도, 프리킥을 준비하는 선수의 눈에도 퍼런색 레이저가 계속해서 보였습니다. 경기장은 최악이었지만 비매너 플레이는 최신을 달리더군요.

그리고 우리나라는 박지성선수가 떠난 후 팀의 주축이 되었던 이청용, 기성용, 그리고 박주영선수가 모두 결장했습니다. 경기를 지배하지 못했던 이유에서는 기성용선수의 부재가 아쉬웠고, 계속되는 공격에도 마무리를 짓지 못했던 것에는 박주영이 아쉬웠으며, 의미없는 드리블을 계속하던 점에서는 이청용이 그리웠습니다. 네이버의 검색순위에 박지성이 오르내렸던 것에서 그 답답함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1.5군에서 1.7군사이의 전력으로 임했기에 오늘경기는 분명 정상컨디션이 아니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레바논전의 패배는 용납할 수 없는 것입니다. 의미가 없다는 피파랭킹에서도 100위권이 넘고, 우리나라는 단 한차례도 패배하지 않았습니다. 7경기에서 6승 1무, 단 한차례의 무승부도 수치스러운 것이었습니다. 거기에 홈경기에서 6:0으로 완파했던 레바논이기에 오늘경기는 반드시 승리해야하는 경기였습니다. UAE전에서 승리를 거두지 못했다면, 하마터면 월드컵3차예선 탈락의 위기까지 처하게 되는 정말 절체절명의 순간까지 몰고갔을지도 모릅니다.

그리고 지난 경기들을 보면서 '레바논전이 위험할 수도 있겠다'라는 생각이 들었고, 그런 안좋은 예감이 하나씩 맞아 떨어졌습니다. 조광래감독보다 축구를 훨씬 더 모르는 저의 관점에서도 보이는 약점들을 극복할 생각을 하지 않고, 오히려 자신의 고집을 계속해서 굽히지 않는 감독이었습니다.

사실 오늘 같은 경기에서 이성적인 경기의 패인 분석을 하는 것은 참 무의미합니다만, 일단 오늘 경기의 패착은 선수들의 멘탈에 있었다고 저는 생각합니다. 손흥민, 이근호, 이승기, 서정진 선수는 모두 대표팀에서 주전자리를 잡지 못하는 선수들이었습니다. 그리고 구자철 선수역시도 좋지 못한 경기력으로 선수들의 입에 오르내리고 있고 교체되었던 지동원, 남태희 선수도 마찬가지입니다. 거기에 홍정호와 이용래는 자신이 대표팀에서 주로 뛰지 않는 포지션에서 뛰었습니다. 오늘 경기에서 자기가 가장 잘하는 포지션에서 뛸 수 있었던 선수는 서정진, 이근호, 구자철선수정도밖에 없었습니다.

그리고 이들은 모두 마음이 급했습니다. 조광래호에서 기회가 왔을 때 잡지 않으면 다시는 기회가 오지 않을 것을 알기에, 오늘 경기에서 모든 것을 보여주어야만 했습니다. 계속해서 돌파를 시도했고, 안전한 패스가 아닌 상대방에게 넘겨주는 패스가 난무했습니다. 좋지 않은 운동장사정에서, 오히려 좀 더 쉽게 가는 것이 용이했던 경기에서 선수들은 무엇을 보여주어야 했습니다. 너무나 급한 상황에서, 선수들의 크로스와 패스는 레바논 선수들에게 갔습니다. 선수들의 사기는 계속해서 떨어졌고, 이를 묶어줄 선수또한 없었습니다. 이런 부담스러운 경기에서 팀의 중심을 맡아주던 박주영과 기성용이 없으니 대표팀의 조직력은 모래알같이 흩어졌습니다.

다시한번 패착으로 자리잡은 조광래의 선수들의 포지션이동역시 전술적인 문제였습니다. 패스와 트래핑에 문제가 있는 수비형 미드필더 홍정호와 미드필더보단 공격수에 가까운 손흥민, 그리고 애초부터 데려오지 않았던 이 자리의 후보들, 실험이 가능했음에도 불구하고 자신 스스로 그 경우의 수를 줄여갔던 조광래의 선택은 전술적인 결함으로 이어졌습니다. 의욕이 앞섰던 구자철과 이용래는 골로 이어진 프리킥과 패널티킥을 헌납했고, 조광래가 가장 신뢰하는 두 선수가 경기를 망쳐놓자, 결과는 뻔했습니다.

조광래감독은 선수의 컨디션을 전혀 고려하지 않았습니다. 단지 지난 경기에 좋았다는 이유로 이근호, 이승기를 그대로 출전시켰고, 손흥민의 경우에는 손흥민 시프트까지 사용을 했습니다. 홍정호선수는 그가 특별한 애착을 갖고 있는 선수로 또 시프트를 시켰고요. 결과적으로 홍정호의 부진은 다른 두 미드필더의 고충을 심화시켰습니다. 홍정호선수는 좋지 못한 패스미스로 당연히 가지고 있어야 될 공을 여러번 내주었고, 이는 경기의 전반적인 분위기를 좌우했습니다. 이승기 선수는 판단이 빠르지 못했고 그의 패스역시 애먼 곳에 가있었죠. 지난 경기 활약했다고 단 한번도 선발출장의 기록이 없는 선수를 떡하니 주전명단에 올려놓는 식의 경기운영의 말로가 어제저녁 나왔습니다.

그리고 축구팬들이 가장 조광래에게 불만인 것이 바로 이런 비난에도 자신의 고집을 굽히지 않는 점이 오늘 경기가 끝나고도 이어졌습니다. 인터뷰에서도 경기장상태가 안좋았고, 주전과 비주전의 격차가 너무 컸다는 이야기를 했죠. 자신의 잘못은 마치 없는 것 처럼. 그리고 오늘 경기로 조광래의 입지는 매우 불안해졌습니다. 일각에서는 조기 경질이라는 이야기마저 나오고 있으니, 조광래감독역시도 느끼는 점이 많을 것입니다. 그리고 이제 약 3개월간의 겨울 휴식기에 들어가는 대표팀의 감독으로써, 이번의 패배를 통해 많은 것을 느끼기를 바랍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나라는 최종예선에 올라갈 것입니다. 그리고 최종예선에 대한 걱정이 너무나 큽니다. 그리고 많이 느꼈으면 좋겠습니다. 경질이야기? 까지는 아직 모르겠습니다. 자신의 전술의 한계를 느끼기를, 그리고 레바논전의 패배가 결코 운이 아닌, 실력에서 비롯되었다는 것을 느끼기를 바랍니다. 이렇게 해서 이겼다면 오히려 앞으로 더 좋지 못할뻔 했습니다. 차라리 어제의 패배는 다행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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