맨유를 벌벌 떨게한 스완지의 아름다운 반란

Posted by Soccerplus
2011. 11. 20. 08:00 축구이야기
어제 친구와 현재 상영중인 영화 머니볼을 보고 왔습니다. '머니볼', 야구 영화지요. 평소에 축구글을 쓰지만 야구에도 꽤나 관심이 있던 저에게 흥미를 끄는 이야기였습니다. 바로 저비용, 고효율 선수들로 선수들을 꾸리며 메이저리그 야구 아메리칸리그 최다 연승기록을 갈아치우고, 리그 전체에 반향을 주었던 오클랜드 애슬레틱스의 빌리 빈 단장의 자전적인 이야기입니다. 그리고 그날 새벽, 박지성선수가 선발 출전했던 맨유와 스완지시티의 경기에서, 뭔지 명확하지는 않지만, 빌리 빈 단장의 오클랜드와 스완지 시티와의 공통점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스완지시티, 우리나라 팬들에게는 이름조차 낯선팀이 아닐 수 없습니다. 그리고 오늘 새벽열렸던 경기를 보셨던 분들은 아시겠지만, 우리가 아는 선수는 거의 없다고 해도 무방합니다. 첼시에서 뛰었던 스캇 싱클레어정도 선수가 '그나마'유명할 뿐 우리나라 팬들에게 유명한 선수는 아무도 없습니다. 아마 현지 팬들에게도 이러한 이들의 '무명세'는 비슷할 것입니다. 올시즌 승격한 팀이고, EPL 20개 구단중에 유일한 웨일즈팀인 스완지시티에게 관심을 갖는 팬들은 아마도 자국을 대표하는 웨일즈 국민정도에 국한되었을 것입니다.

맨체스터 유나이티드라는 거대구단이면서도 세계 최고의 선수들을 모두 모아놓은 선수들의 플레이를 보는 것도 참 즐거운 일입니다. 화려한 플레이와 쉴새없는 드리블, 거기에 한방의 중거리슛, 많은 축구팬들이 축구라는 종목에 매료되는 이유일 것입니다. 하지만 오늘 새벽경기를 보면서, 꼭 화려한 이름값있는 선수들의 축구를 보는 것이 아니더라도, 분명 매력있는 축구를 할 수 있음을, 때로는 더 큰 충격을 줄 수 있다는 것을 느꼈습니다.

우리나라나 세계 언론이 박지성선수의 활동량을 보며 찬사를 하고, 높게 평가를 합니다만, 어제 스완지시티의 11명 선수들은 모두 박지성선수의 활동량을 보여주었습니다. 맨유선수들이 공을 잡고 한두번의 드리블도 할 수 없게 만드는 계속되는 압박과 포어체킹은 나니와 같은 드리블러가 쉽사리 공을 끌 수 없었떤 큰 요인이었습니다. 한명이 공을 잡으면 두명 세명이 공을 향해서 달려들자, 맨유의 플레이는 위축되었습니다. 그 몸값이 10배 20배를 뛰어넘는 선수들과의 경쟁에서 더 많이 뛰고, 더 많이 압박을 하는 것은 대등한 경기를 위한 필수조건이였겠죠. 그리고 스완지시티는 전후반 점유율에서 압도를 하며, 경기를 우세하게 이끌어 나갔습니다.

그리고 스완지 선수들의 플레이에는 자신감이 있었습니다. 전방에 투입된 싱클레어, 라우틀리지, 다이어와 같은 드리블러가 공을 몰고 나가는데는 거침이 없었고, 수비수들은 어김없이 거의 모든 공을 커팅해냈습니다. 전반 10분 실책으로 인한 실점만 아니었더라면, 오히려 오늘 경기의 승리는 스완지시티에 더 가까워져있었을지도 모르겠습니다. 웨인 루니, 나니, 비디치, 에브라, 퍼디난드같은 기라성같은 선수들을 상대로도 결코 물러서지 않았던 스완지시티의 선수들의 투지는 정말 인상깊었습니다. 170도 안되는 키의 선수가 190의 퍼디난드와 비디치를 상대로 헤딩을 따낼때는 정말 경악을금치 못하기도 했습니다.



맨유역시도 강력한 조직력을 바탕으로 오랫동안 왕좌의자리에 올랐던 팀이지만, 오늘 경기에서 브렌든 로저스 감독이 조련한 11명의 선수들의 조직력은 인상깊었습니다. 중원에 캐릭과 긱스, 그리고 박지성과 루니의 도움을 받았던 미드필더진을 상대로 롱볼축구가 아닌 짧은 패스로 맨유의 패널티박스까지 위협적으로 들어가는 장면은 이 팀이 승격팀이 맞나라는 생각이 들게 만들더군요. 1:0, 스코어상으로는 꽤나 재미없는 결과였고, 시간도 새벽 4시 30분에 끝나는 새벽경기였음에도 졸음없이 볼 수 있었던 것은 이들의 스피드가 대단했기 때문입니다.

스완지시티의 홈인 리버티 스타디움 홈팬들의 열정적인 응원도 참으로 인상깊었습니다. 세계 어느곳이나 팬을 보유하고 있는 맨유를 상대로 전관중이 스완지시티를 90분 내내 열정적으로 응원하는 모습역시도 참 보기 좋았습니다. 우리나라의 열정적인 K리그 서포터스들을 생각나게 하더군요. 비록 팬 문화가 달라 비교하기는 힘들지만, 다른 EPL팀들과 비교를 해도 압도적일 만큼 열정적인 응원은 대단했습니다. 선수들이 조금의 허슬플레이를 보여도 여지없는 기립박수가 터져나왔고, 약간의 판정미스라도 전 관중이 모두 일어나며 선수들을 독려하는 모습에서 왜 스완지시티가 홈에서 강한지를 알 수 있게 만들어 주었습니다.

박지성선수가 나왔던 경기였지만, 오히려 스완지시티의 경기의 매력에 푹빠졌던 것 같습니다. 선수층이 얇아 리그 후반까지 이 경기력을 보여주는 것은 어려울 수도 있겠지만, 11명개인의 선수가 아닌 하나의 팀이었던 스완지시티의 돌풍은 분명 계속될 것이라고 예상합니다. 축구가 줄 수 있는 또 다른 매력을 느낀 것 같아 기분 좋은 새벽이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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