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내내 '박주영만'본 팬의 솔직한 관전평

Posted by Soccerplus
2011. 11. 30. 07:20 해외파 이야기/박주영
박주영에게는 정말로 중요한 경기가 될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고, 이번 기회를 잡지 않으면 또 다음기회까지 기다리기가 너무나 길기에, 새벽잠을 물리치고 한준희 해설위원의 중계방송을 기다렸습니다. 애초부터 두 팀의 리그전도 아닌 칼링컵경기의 승부나, 혹은 최정예멤버라기보다는 2진을 내보냈던 아스날과, 1진이나 2진이나 다름없는 맨시티경기의 경기력을 분석하는 것도 의미가 없다라는 생각이었습니다. 약 65분정도를 소화하던 중, 중계방송에 교체선수가 박주영선수라는 목소리가 들렸고, 갑자기 말할수 없는 실망감이 치밀어 올랐습니다.


박주영선수의 플레이를 좋아하고, 또 많은 그의 경기를 봐왔으며, 그의 실력역시도 대단하다고 생각을 합니다. 그리고 오늘 선발명단을 보았을 때, 그의 이름과 샤막의 이름이 같이 있었다는 점에서, 벵거감독은 분명히 반 페르시를 이을 팀내 제2의 공격수에 대한 고민을 하고 있다는 생각을 알아챌 수 있었습니다. 지난 볼튼과의 리그컵과 비슷하게, 아르샤빈을 선발로 세우면서 기존의 4-3-3을 유지할수도 있었다는 생각도 분명했을 것이지만, 박주영과 샤막, 어떻게 보면 그 우열을 가리기가 힘든 두 선수를 함께 투입하면서, 앞으로 스쿼드를 짜면서 참고적으로 이용하려는 모습도 찾아볼 수 있었습니다.

박주영선수의 포지션은 처진 스트라이커라고 봐야 맞을 것 같습니다. 기존의 4-3-3도 아니고 그렇다고 샤막과 동일선상에서 뛰는 최전방 스트라이커도 아니었습니다. 이는 함께 호흡을 맞춘 경기가 다 한차례에 불과한 두 공격수를 위해서 벵거감독이 그 역할을 지정했다고 생각하는 것이 옳은 것 같습니다. 4-4-1-1에 가까운 포메이션에 박주영선수는 그가 가장 잘한다는 쉐도우 스트라이커의 자리에서 경기를 펼쳤고, 그의 활약역시 기대를 했습니다. 샤막보다야 연계나 패스플레이 측면에서 뛰어난 모습을 보이는 박주영선수를 내리는건 당연한 결과겠지요.



결과적으로 말하자면, 박주영선수의 플레이를 보고 '안타깝다'라는 마음보다 '답답하다, 실망스럽다'라는 마음이 먼저 들었습니다. 혼자 잘하면서도 다른 동료들이 도와줄 때, 혹은 그 의지가 엄청나면서 의욕적인 플레이를 보였을 때 드는 느낌이 '안타깝다'의 느낌이었다면 후자는 그 의욕과 의지가 없었을 때 드는 감정입니다. 그리고 박주영선수의 플레이는 말그대로 의욕이 없어보였습니다.

박주영선수의 경기를 보면서, 그가 심리적으로 많이 주눅이 든 상태라는 것이 보였습니다. 쉬운 볼트래핑에서도, 그의 트래핑은 엇나가기 일수였고, 그에게 공이 가면 이상하게 맨시티에게 공격권을 넘겨주고 끝나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약 1개월전, 볼튼전에서 보여주었던 공을 잡을 때 마다 무언가를 기대하게 만들어 주었던 그 플레이와는 사뭇 달랐습니다. 상대는 맨시티였지만, 박주영선수가 빅팀을 상대라고 해서 그의 플레이가 주눅이 들 필요는 전혀 없었습니다. 그러자 다른 선수들은 박주영에게 패스를 하지 않기 시작했습니다. 2명의 수비형 미드필더, 그리고 2명의 공격적인 측면 윙어, 그리고 전방의 샤막이 있었고, 그 한 가운데 박주영이 있었습니다. 그가 훌륭한 연계를 보였다면 답답한 아스널의 모습은 조금은 없어졌을 것이라 생각이 듭니다.

심리적인 주눅과는 상관없이, 박주영 선수는 아스날 선수들 가운데 가장 많이 뛰지 않은 선수였습니다. 그의 위치는 붙박이 주전도 아니며, 그렇다고 미래가 촉망되는 유망주도 아닙니다. 한창의 나이에 가장 전성기의 나이이며, 앞으로 아스날에서의 계약기간이 긴것도 아닙니다. 리그에서 경기기회를 잡지 못하고 있는 박주영에게, 한경기 한경기가 중요한 것은 당연한 것이고, 그에게는 풀타임보장도 없을 만큼 주어진 1분1분에 최선을 다해야 했었습니다. 하지만 분명 방금 끝난 경기에서 박주영선수는 중앙에서 다른 선수들과의 연계를 위한 움직임, 혹은 수비시 1차적인 압박에 의욕적이지 않은 모습은, 그가 나올 때 팬들의 박수소리 하나 없었다는 데에서 증명이 되었던 것입니다.

분명 실력적인 모습보다 심리적인 요소가 많이 작용했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그에게는 최고의 골찬스가 한차례 왔습니다. 전반 10분경, 채임벌린의 크로스가 박주영에게 골찬스를 만들어 준 것이죠. 다소 늦은 타이밍이라고 생각했지만, 그는 슛에 성공했고, 아쉽게 역동작에 걸려 골찬스를 놓쳤습니다. 그 골이 들어갔다면? 오히려 부담에서 벗어난 박주영이 더 좋은 플레이를 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할수도 있겠지만, 그 골은 들어가지 못했습니다. 아쉬운 장면이 아닐 수 없죠.

물론 선수의 스타일이 다르기에 비교하기에는 무리가 있지만, 오늘 경기에서 17세의 채임벌린의 태도가 부러웠습니다. 그의 특기는 화려한 드리블이기에 오른쪽에서 계속해서 드리블을 쳐주면서 공격을 이끈면도 있지만, 그의 거칠 것없다는 태도는 좀 더 자신감있는 플레이로 이어졌다고 생각합니다. 상당히 볼을 끄는 타입이구나라는 생각과 함께 어린 선수가 참 깡다구 있구나 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리고 그 마음가짐이 장래에 그를 좀 더 높은 곳에 올려줄 것이라는 생각도 들었고 말이죠.

샤막선수역시도 박주영선수와 큰 차이가 없었습니다. 두 선수모두 부진했고, 답답했습니다. 박주영선수가 교체되고, 샤막선수가 교체되지 않은 것은 그가 팀에 좀 더 오래있었기 때문이고, 아스날에게 부족한건 결정력이 아닌 미드필더의 연계플레이였기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맨시티의 골장면에서 보여주었던 제코의 헌신적인 롱패스, 혹은 아담 존슨의 돋보였던 킬패스, 혹은 아게로의 결정력중 하나만 보여주었다 하더라도, 박주영선수는 샤막보다 늦게 교체되었을 것입니다. 그것을 어쩌면 클래스라고 하는 것인지도 모르겠지만 말입니다. 아마 오늘 경기로, 벵거감독의 머리속에는 박주영-샤막의 제2공격수자리의 경쟁보다는 새로운 겨울이적시장의 타깃을 정조준하는 쪽으로 생각이 바뀌었을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만큼 아쉬운 경기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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