루니의 역할 변경, 살아난 맨유의 비결

Posted by Soccerplus
2011. 12. 11. 08:00 축구이야기
얼마만에 이렇게 훌륭했던 맨유경기를 보았는지 기억이 나지 않습니다. 맨유팬으로, 맨유의 경기를 매경기 꼬박꼬박 챙겨보는 저에게 리그 8경기연속 1득점이라는 말도안되는 기록과, 챔스리그와 칼링컵탈락을 볼때참으로 마음이 아팠습니다만, 오늘 리그경기 울버햄튼전에서 4:1로 다시한번 재도약의 가능성을 보여줌으로써, 다시한번 남은 시즌에 대한 기대를 하게 만들었습니다.



3명의 리그탑급 선수들을 영입하며 선수단상태가 나쁘지 않았던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였었지만, 알수없는 선수들의 폼저하와 함께 빈곤한 공격력과 무력한 중원진은 많은 경기에서 답답한 경기력을 보여주었습니다. 그리고 이 알수없는 맨유의 부진에서 한가지 확실한 것은, 루니가 살아나주지 않았기때문이라는 것이었습니다. 그의 득점기록은 10월 18일에 벌어졌던 챔피언스리그 오렐툴 갈라티전에서 기록한 2골의 가장 최근의 것이고, 리그에서의 기록은 그보다 한달전인 9월 18일 첼시전으로 돌아가야 합니다.

루니는 이렇게 장기간 득점을 기록하지 못한 적이 지난 09-10시즌에도, 10-11시즌에도 있었습니다. 잘나가던 루니가 갑자기 골을 넣지 못하자 언론들은 루니의 부진이 도대체 언제끝날까라는 이야기를 많이 했습니다만, 올해는 이상하게 그러한 루니의 부진에 대한 이야기가 적었습니다. 사실 루니는 부진하지 않았기 때문이죠. 맨유의 경기를 보면, 중원에서 가장 정확한 패스를 배급해주는 선수도, 개인기가 뛰어난 여러선수들을 하나로 묶어내는 것도, 그리고 공을 잡았을 때 그 무게감과 기대감이 월등한 선수가 바로 루니였습니다.



중원진의 잇다른 부상과 부진으로 인해 루니는 전술적으로 아래로 내려갈 수밖에 없었고, 공격수의 위치보다는 미드필더에서 그의 모습을 더 자주보게 되었습니다. 하지만 이는 어쩔수 없는 것이었죠. 그가 아니면 공격을 풀어줄 선수가 없기때문이고, 아예 그가 중앙미드필더의 보직을 받아 출전한 경기도 있었습니다. 공격진이 멀쩡한 상황에서 기존의 미드필더보다 그 역할을 더 잘해줄 루니의 중앙미드필더이동은 어찌보면 괜찮은 것일지도 모르고, 경기를 보며 그의 활약을 본다면 역시 루니다라는 생각이 드는 것이 사실입니다. 하지만 그가 중앙미드필더지역으로 많은 이동을 한 그 시점부터 맨유는 알수없는 부진에 빠졌습니다.

그리고 오늘 경기에서 루니의 역할 변경을 목격했습니다. 그의 왕성한 활동반경은 여전한 것이었습니다만, 그가 공을 잡은 상황에서 변화를 느낄 수 있었습니다. 기존의 그의 움직임이 '공을 잡고, 완전히 공을 컨트롤을 해놓고, 다른 선수들의 움직임을 주시한뒤 롱패스를 뿌려주는 것'이었다면 오늘 경기에서 루니는 '공을 많이 잡을 수 있는 위치로 가되, 공이오면 원터치로 주변의 선수에게 패스를 해주고, 바로 공격진으로 뛰어드는 움직임'을 보여주었습니다. 어찌보면 사소한 차이가 될지도 모르지만 이 사소한 차이는 많은 변화를 이끌고 왔습니다.

일단 원터치로 다른 선수에게 볼을 건내줌으로써, 루니에게 집중되는 수비수를 뿌리치는 효과를 가져왔습니다. 오늘 경기에서 루니가 아닌 웰백이 좋은 패스를 많이 뿌렸던 이유는 루니의 근처에 있던 그가 재빨리 볼을 받아 나니와 발렌시아에게 연결할 수 있었기 때문입니다. 자동적으로 한두명의 수비가 루니에게 따라왔지만, 루니는 그 공을 바로 다른 선수에게 넘겨주었고, 맨유는 자연스럽게 두명의 수비수를 넘어 공격을 할 수 있었습니다.

루니가 짧은 패스에 집중을 하면서, 맨유의 화려한 윙어진이 살아났습니다. 강력한 포스트플레이어가 없는 맨유가 루니의 롱볼에 의존한 경기를 풀어나가는 것은 어찌보면 모순적인 것이었는데, 오늘 경기에서는 짧은 패스가 이어지면서 측면플레이가 더 살아났습니다. 패스를 주자마자 공간을 찾아 들어갔던 루니와 왕성한 활동량을 보였던 웰백이 측면 선수들을 보좌해줌으로써, 발렌시아와 나니는 더욱 더 편안한 공격을 할 수 있었습니다. 예전 맨유의 경기를 보면 맨유의 측면에 한명의 윙어와 그를 향해 달려오는 풀백선수만이 있었는데, 오늘 경기에서는 공격수가 공간을 만들어주거나, 그들의 공을 받아주었기때문에 더욱 더 효과적인 공격이 가능했습니다. 오늘 2골을 넣었던 나니, 2어시스트를 기록한 발렌시아, 그리고 유달리 활약했던 크리스 스몰링역시 이 혜택을 톡톡히 보았습니다.

오늘경기에서 2명의 중앙미드필더를 모두 수비적인 선수들로 기용한 것이 결과적으로 루니의 부담을 덜어주는 결과가 되었습니다. 캐릭은 결정적인 컷팅을 해내었고 필존스는 왕성한 활동량으로 이상적인 수비조합을 만들었는데, 이는 루니뿐만 아니라 2명의 풀백의 수비부담을 덜어주면서 좋은 결과의 밑바탕이 되었습니다. 전문 패서의 빈자리를 긱스, 혹은 애쉴리 영의 중앙투입으로 메꾸려했던 예전의 전략과는 달리, 오히려 미드필더에게 수비의 임무를 맡김으로써, 좋은 결과를 가져왔습니다.


오늘 경기에서 나니와 발렌시아의 활약은 정말 일품이었고, 챔스리그에서 떨어진 선수들의 정신력이 재무장된 듯 보였습니다만 ,저는 전술적인 요인에서 그 좋은 결과의 원인을 찾고 싶습니다. 단순히 투지가 상승해서 좋은 결과를 낸 것은 아니라고 생각을 합니다. 선수들의 컨디션이 좋아보였고, 자신감도 살아난 느낌입니다. 앞으로 5경기정도 맨유는 다소 쉬운 일정을 남겨두고 있는데, 이 살아난 팀의 전력으로 다시한번 재도약을 이룩하기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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