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주영, 박지성 맨유 데뷔시즌과 무엇이 다를까

Posted by Soccerplus
2011. 12. 17. 08:00 해외파 이야기/박주영
이러한 상황이 오지는 않기를 바랬고, 또 그렇지도 않기를 바랬습니다만 박주영선수가 아스날에 합류한 이후 약 4개월이 지난 지금, 그의 결과는 처참합니다. 칼링컵 3경기 챔피언스리그 1경기에 출장한게 전부이며 4경기중에 단 1경에서만 활약을 했고, 다른 경기에서는 실망스러운 모습이 훨씬 더 많았습니다. 새벽잠을 설치고 보았던 저의 기대에 못미치는 경기가 이어졌고, 이제는 경기에 나온다고 해도 기대가 크게 되지도 않는 상황입니다.




아스날이라는 빅클럽이기에 박주영의 현재상황과 다른 해외파 선수들을 엮어보기에는 무리가 있습니다. 그의 현재상황을 냉정하게 평가해보자면 우리나라의 첫번째 EPL 선수이자, 빅팀으로 이적한 박지성선수의 첫 시즌의 기억을 되돌려 보는 것이 도움이 될 것 같습니다. 대표팀의 현직 주장과 전직 주장이라는 공통점이 있고, 중소리그에서 빅리그 빅팀으로 이적한 공통점도 있죠. 그리고 이미 세계적인 선수의 반열에 올라서 썼던 박지성선수의 자서전 <더 큰 나를 위해, 나를 버리다>에서 자신이 보이지 않는 무영검이라면 박주영은 상대방을 제압하는 진검이라며 높게 평가를 했습니다. 현직 대표팀선수를 위한 유일한 챕터가 바로 박주영선수를 위한 것일정도로 박주영의 재능을 인정했던 박지성이었죠.

환영과 기대보다는 우려와 걱정이 앞섰던 박지성의 맨유이적 첫 시즌과 박주영의 첫 시즌을 비교해본다면, 박주영선수가 왜 이렇게 시련을 겪고 있는지를 알 수 있을것입니다. 생각해보면 퍼거슨과 벵거, 잉글랜드 축구역사에 길이 남을 두 감독의 전화를 받은 두 선수라는 공통점도 있네요. 기량적인 차이도 분명 있고 포지션의 차이가 있다는 것도 인정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쉬운 박주영선수의 '벤치'의 이유, 무엇일까요

1. 챔스리그의 검증

지금은 많이 네덜란드리그가 후퇴했지만, 당시만해도 수준이 뒤떨어지지 않는 리그였습니다. 당시 프랑스나 네덜란드리그는 챔피언스리그에서도 굉장히 선전을 했죠. 그리고 모두들 아시다시피 챔피언스리그 4강까지 올라가서 최고의 활약을 펼친 박지성선수는 그 자체만으로도 이미 그 검증을 한 것이라고 봐야 할 것같습니다. AC밀란을 상대로 저정도의 활약을 펼칠선수가 누가 있겠으며, 그런 선수가 우리팀에 와서 조금 부진하다고 한들 언젠가는 저 모습을 보여줄 것이라는 믿음을 준 것이지요. 하지만 아쉽게도 박주영선수에게는 챔피언스리그 기회가 없었고, 리그 강등팀인 모나코의 에이스라는 타이틀밖에 없었습니다.

2. 프리시즌의 유무

박지성선수는 이적시장이 열리고 얼마지나지 않아 맨유에 합류했습니다. 그리고 맨유의 프리시즌 훈련부터 친선경기에 모두 참가하며 아시아 투어에서 골을 넣었던 기억도 있습니다. 팀을 만들어 나가는 단계인 프리시즌에서부터 박지성선수는 퍼거슨의 계획안에 들어올 수 있었습니다. 6년전 맨유에는 스콜스, 로이킨, 긱스라는 전설들이 있었고, 이 전설들의 노쇠화가 시작되면서 그를 대체하기 위해 영입한 박지성이었죠. 꾸준히 출장기회를 받으며 주전선수들과도 호흡을 맞출기회가 있었고, 그 결과 리그 첫 경기부터 선발명단에 들수 있었습니다. 하지만 박주영선수는 이적시장 폐장 3일을 남기고 아스날로 이적을 했습니다. 이적을 확정짓고 바로 아스날 캠프에 합류할 수 있었던 것이 아니라 2주간의 A매치 기간이 지나고 합류를 했죠. 그마저도 취업비자관계로 경기당일날 캠프에 합류하는 사상초유의 사태까지도 있었습니다. 그리고 이미 짜여진 아스날에서 박주영선수가 계획에 들 수는 없었습니다. 기량의 문제를 떠나 워낙 합류시점이 늦었기 때문이죠.

3. 주전경쟁

박지성선수는 상당히 이른 시기부터 주전자리를 차지할 수 있었는데, 박지성선수에게는 꽤나 운이 따라주었습니다. 박지성선수가 윙어진에 무혈입성했다고 생각할 수 있지만 당시 맨유에는 당시에도 이미 레전드였던 긱스와 최고의 유망주 호날두가 있었고, 팀의 유스출신이자 잉글랜드의 유망주로 꼽혔던 리차드슨과 베컴의 후계자라는 소리를 듣던 플레쳐가 있었습니다. 리차드슨과 플레쳐는 그렇다쳐도 호날두와 긱스는 결코 넘을수 없는 벽일수도 있었지만, 중앙선수들의 잇다른 부상으로 긱스가 중앙으로 갔고, 박지성선수는 호날두와 주전자리를 차지할 수 있었습니다. 그런 와중에도 리차드슨과 계속되는 경쟁이 있었던 기억이 있네요.

하지만 박주영선수의 공격수자리는 아스날에서 단 1자리밖에 없고, 그 자리는 팀의 상징인 반 페르시선수가 차지하고 있습니다. 반 페르시를 넘는다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기 때문에 제2공격수 자리를 노려야 하지만 아스날의 전술이 이제는 반 페르시가 없으면 안되는 방향으로 고착화됨에 따라 박주영선수의 기회는 줄어들고 말았습니다. 기회가 없으니 폼이 떨어지고, 떨어진 폼으로 경기에 나서니 부진할수밖에 없었죠. 아스날 입단후 처음으로 부상없는 시즌이라는 반 페르시입니다. 하필이면 박주영선수가 들어온 그 시즌에 말입니다. 박주영을 영입한 이유는 그의 '부상'에 대비하기 위해서 였으니.. 기회가 없는 것은 당연합니다.



4. 블루오션을 개척한 박지성

사실 이것은 박지성의 첫시즌의 모습이라고 단정짓기에는 뭣하지만, 박지성선수는 다른 선수들과의 특징이 확실하게 구분이 되는 플레이어였습니다. 특히 반대편에서 자리를 잡았던 호날두의 이기적인 플레이와 비교가 되면서(당시에 혼자우두라는 별명도 있었죠) 박지성의 이타적인 플레이는 주목을 받았습니다. 당시 박지성선수는 골 결정력이 부족하다는 지적을 받았지만 팀내에서 도움 2위를 기록하며 뺄 수 없는 선수로 자리를 잡았죠. 그 이후 왕성한 활동량, 수비형 윙어같은 플레이로 매시즌 발전하며 지금의 박지성을 있게 했습니다. 그런 박지성에 비해, 박주영선수에게는 자신의 기량을 보여줄 기회조차 주어지지 않는 것이 아픈 현실이네요.

5. 군면제와 미필. 그 부담의 차이

2002년 월드컵세대인 박지성선수는 당시 월드컵 16강진출로 인해 병역혜택을 부여받았습니다. 그리고 지금의 박주영선수는 유럽파선수가운데 가장 병역의 의무로 인해 피해가 큰 선수중 한명이죠. 박지성선수가 맨유로 이적했을 나이가 만으로 24세, 박주영선수가 아스날로 이적한 올해 그의 나이는 26살입니다. 그리고 박지성선수는 선수의 마지막까지 맨유에서 함께 할 수 있고, 그만큼 시간에 대한 부담이 적겠지만, 당장 월드컵진출에 실패하면 2시즌밖에 뛰지 못하는 박주영에게는 한경기 한경기가 매우 큰 부담으로 다가올 것입니다. 아쉬운 찬스들을 놓칠 때마다 다가오는 병역의 압박, 박주영과 박지성의 마지막 차이입니다.


앞에서 말씀드렸듯, 두 선수는 분명 다른 유형의 타입이고, 그 기량과 영향력에서도 차이가 있습니다. 그리고 지금은 국민적 영웅이 된 박지성선수에게도 많은 이들이 '벤치성', '티셔츠 팔이용 선수'라는 비아냥이 있었습니다. 하지만 감독의 그에 대한 믿음과 로테이션정책을 썼던 퍼거슨감독과는 달리, 칼링컵을 제외하고는 매경기 정예멤버를 내세우는 올시즌의 벵거감독의 아스날에서 박주영선수는 기회조차 얻지못하고 있습니다. 박지성선수에게는 운이 좀 더 따른 것이라고도 생각해볼 수 있겠네요. 이제, 박싱데이가 다가옵니다. 그리고 박주영선수에게는 반드시 기회가 올것이고 그 기회를 놓치지 않고 꼭 잡아주기를 기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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