퍼거슨, 플레처 부상에도 자신만만한 이유
지금 맨유는 '축구팀'이기도 하지만 한편으로 '종합병원'이기도 합니다. 수년간 팀의 주축이자 기둥이었던 네마냐 비디치와 대런 플레쳐가 시즌 아웃이고, 파비우와 하파엘 형제, 그리고 톰 클레버리와 치차리토까지 부상입니다. 매년마다 선수들의 부상으로 100%전력을 꾸리는데 문제를 겪었던 맨유지만 이번 시즌의 맨유의 부상은 그 양과 질의 면에서 타시즌의 추종을 불허합니다.
그리고 이번 시즌이 시작하기 전부터 문제점이라고 지적되어왔던 맨유의 중원의 문제는 훨씬 더 심각해보입니다. 1군멤버로 뛸 수 있는 선수들이 애초부터 안데르손, 플레쳐, 톰 클레버리, 캐릭정도밖에 없었는데 그중 안데르손이 5개월짜리 부상을, 플레쳐는 시즌아웃을 당하면서 이제는 정말 새로운 선수를 영입할 때가 아니냐는 이야기가 곳곳에서 나오고 있습니다. 기존의 4명이 온전히 전력을 갖춘다 하더라도 무게가 조금 떨어지는 것이 사실인데, 그중 2명이 이탈한 상황에서 다른 선수의 영입은 당연하다고 느껴지지요.
하지만 퍼거슨 감독은 어제 BBC와 한 인터뷰에서 자신만만한 태도를 보였습니다.(http://news.bbc.co.uk/sport2/hi/football/16217071.stm) 필 존스가 2경기를 그자리에서 뛰었고, 박지성과 긱스가 있으며, 그래도 안된다면 대런 깁슨과 폴 포그바라는 유망주까지 있다면서 왜 다른 사람들이 자꾸 겨울 이적시장의 영입에 대한 이야기를 꺼내는지 모르겠다는 발언을 했습니다. (Asked if he expected United to sign any new players next month: "Not neccessarily. I don't know why people keep going on about it.) 새로운 선수들을 영입하는 것보다, 기존의 자신의 선수들을 믿겠다는 발언입니다. 그리고 플레쳐의 공백을 메우는 것의 중심에는 박지성과 긱스의 이름이 가장 우선순위로 나왔습니다.
그렇습니다. 중원이 무너지기 직전임에도 불구하고 퍼거슨이 자신만만할 수 있는 이유, 바로 팀의 베테랑이자 그가 가장 믿는 선수들인 긱스와 박지성이 있기 때문입니다. 두 선수의 플레이는 플레쳐와는 다르고, 주 포지션역시도 윙어출신 선수들이지만 퍼거슨이 가장 믿는 두 명의 선수는 어느곳에나 놔두어도 최고의 활약을 보여주었습니다. 그리고 선수들의 줄부상으로 위기의 상황에 놓여있는 지금, 퍼거슨감독은 새로운 선수를 영입하며 또 한번 변화의 시간을 겪기보다는 안정적으로 이 위기를 해쳐나가기를 원하는 것입니다. 거기에 기회를 잡지 못하고 있는 대런 깁슨과 팀내 최고유망주인 포그바의 이름을 언급하며 그들의 마음을 달래주기까지 했습니다. 노련한 언론대응이 아닐 수 없죠.
그리고 사실 겨울이적시장에서 큰 영입을 하지 않는 것은 퍼거슨 감독이 감독생활동안 지켜왔던 전통이자 그의 스타일이기도 합니다. 새로운 선수들을 영입하고, 그 선수들의 적응기간을 기다리며 다시 전술의 새판을 짜기보다는 선수영입은 여름에 마무리를 해서 풀시즌을 뛰게 하는 것이 옳다라는 생각이지요. 그의 이러한 스타일은 선수들의 호흡이 극대화되는 시즌막판 극강의 모습을 보여주는 것으로 그 효과를 증명해주고 있습니다. 굳이 지난시즌을 따져보자면, 맨유를 뒤집기 위해 토레스와 다비드 루이즈를 데려온 첼시, 제코를 데려온 맨시티와 상관없이 선두자리를 계속해서 유지하는 한편 챔스리그에서도 승승장구하며 리그 우승, 챔스 준우승이라는 기록을 세웠죠.
많은 언론들과 그리고 다른 블로거분들이 맨유의 영입이 필요하다고 생각하는 글을 많이 쓰시지만, 저의 생각은 조금 다릅니다. 특별한 영입없이도 항상 잘해왔고, 오히려 전반기보다 후반기에 더 강했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맨유에서만 25년간 지도를 해온 퍼거슨감독은 그 존재자체만으로도 믿음을 가질수밖에 없기때문에, 그의 선택에 전적으로 지지를 보냅니다. 그리고 이러한 위기 상황에서 그가 가장 먼저언급한 이름이 박지성과 긱스라는 것에서, 그의 믿음이 어느정도인지를 알 수 있게 해주는 것 같아 기분이 좋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