맨유의 파격 전술, 퍼거슨만의 전매특허인 이유

Posted by Soccerplus
2011. 12. 28. 08:00 축구이야기
어제 새벽에 열린 경기에서 맨유는 위건을 무려 5:0으로 대파를 했습니다. 그리고 많은 분들이 이 경기를 보셨거나 보지 않으셨더라도 박지성의 골덕분에 하이라이트를 보셨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이 경기에서 박지성의 골, 그리고 베르바토프의 해트트릭, 위건 선수의 퇴장등 많은 볼거리가 있었지만 가장 놀라운 것은 퍼거슨의 전술이었습니다. 정말 두둑한 배짱이 아니면 가능하지 않은 포메이션이죠.


어제 포메이션입니다. 일단 수비수에 캐릭과 발렌시아가 눈에 띄고, 공격진에 베르바토프와 에르난데스가 위치했습니다. 맨유가 최근 3경기에서 10골을 넣으며 폭발할 때 최고의 모습을 보여주었던 루니를 벤치에 앉혔습니다. 그리고 후반전 에반스가 부상을 당하자 에브라를 중앙 수비에 넣었고, 루니를 중앙에 배치했습니다. 거기에 나니를 빼고 마케다를 투입시킨 맨유에는 무려 4명의 공격수와 3명의 윙어, 그리고 2명의 풀백, 1명의 중앙미드필더가 있었습니다. 전문 수비수는 단 한명도 없이 경기를 5:0승리로 이끌었습니다. 상대팀이 한명이 부족한 것과 팀의 전술이 꽤나 잘 맞아들어가자 지체없이 내린 결단입니다.

오늘 경기는 부상으로 이러한 포메이션을 내세울 수 밖에 없었겠지라고도 생각하시겠지만, 이러한 포메이션은 이번시즌에만 나온 것이 아닙니다. 재작년 시즌, 작년시즌 선수들이 부상일 때에나 혹은 체력적으로 휴식이 필요할 때 퍼거슨은 이러한 포지션파괴전술을 꺼내들었습니다.

이 경기는 맨유가 지난 2009년 12월에 펼쳐진 볼프스부르크와의 챔피언스리그 경기였습니다. 이미 16강진출이 확정된 상황이었지만 졌다면 조1위를 빼앗기기에 후보멤버만을 내세우긴 힘든 경기였습니다. 그리고 수비진의 부상, 퍼거슨감독은 에브라를 제외하고는 3명의 수비수를 미드필더로 기용했습니다. 그리고 공격진에는 그 당시 선발로 나온적이 거의 없는 오웬이 원톱으로 위치했던 경기였죠. 상대편은 무조건 이겨야 16강을 진출하는 상황에서 맨유는 수비경험이 거의 없는 이 선수들로 선수비 후역습 전술을 구사하며 3:1로 승리를 거두었습니다.



그리고 이 포메이션은 지난 시즌 FA컵에서 무려 아스널을 상대로 구사한 포메이션입니다. 거의 1군에 가까운 멤버가 나왔던 아스날을 상대로 2:0으로 승리를 거뒀습니다. 컵대회이니만큼 단판승부였고, 영원한 라이벌 아스날과의 경기에서 맨유는 무려 수비수들을 7명을 투입하면서도 승리를 거뒀습니다. 이 당시에도 박지성이 아시안컵여파로, 발렌시아가 장기부상으로 빠져있었던 상황이었죠. 긱스와 스콜스등은 벤치에 있었고요.


매시즌 이러한 부상에서 자유롭지 않은 팀이 바로 맨유입니다. 물론 다른 팀들도 많은 부상으로 신음소리가 곳곳에서 들립니다만, 맨유가 올시즌까지 3시즌동안 선수들의 장기부상(발렌시아, 플레쳐, 안데르손)과 잔부상(비디치, 퍼디난드, 박지성, 루니, 나니)로 그 어느팀보다 전력의 손해가 심했습니다. 하지만 이러한 선수들의 줄부상에도 불구하고 맨유가 매번 우승을 기록하고 컵대회, 챔스리그(올해는 아니지만)에서 좋은 성적을 낼 수 있었던 이유는 이가 없어도 잇몸으로 잘 버티는 힘으로 부터 비롯된다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이 점에서 퍼거슨의 지도력에 경이로움을 느끼지 않을래야 않을수가 없습니다.


먼저 퍼거슨의 포지션 파괴는 선수들의 부상으로 어쩔 수 없을 때만 발생을 하는 것이지만 다른 팀들이 이러한 부상에 대처하는 것과는 조금 다른 양상을 보입니다. 부상을 당한 포지션을 비슷한 포지션의 어린 유스선수들로 채우는 것이 아니라 기존에 다른 포지션에서 뛰는 선수들의 포지션을 이동시키는 것이지요. 일단 자신이 지휘를 해서 검증이 되지 않은 선수를 쓰겠다는 것이 아니라, 자신이 완벽하게 이해를 마친 선수들이 포지션이동의 주를 이룹니다. 선수에 대한 믿음에서 뒷받침되는 전술이라는 것이죠.




언뜻보기에는 조광래호의 그것과 무엇이 다르냐고 물어보시겟지만 최소한의 규칙이 있습니다. 측면선수는 측면에서의 이동(윙어<->풀백), 중앙선수는 중앙에서의 이동(중앙수비수<->중앙미드필더)만 허용합니다. 측면선수를 중앙에 넣는 경우는 여태까지 단 한차례도 없었습니다(지난 경기의 에브라의 중앙수비는 에반스의 부상). 포지션을 이동한 경우에서도 원포지션에서와 연관성을 갖겠다는 이야기지요. 검증안된 유스보다는 측면미드필더를 측면수비수로 내리겠다는 이야기이고, 그 관계성은 어느정도 결과로 입증이 되었습니다. 




그리고 맨유가 이러한 부상에도 승리를 따낼 수 있는 것은 워낙 선수들의 로테이션시스템이 잘 구축되어있기 때문이죠. 수비수가 부상당하면 미드필더를 내릴 수 있고, 풀백이 부상을 당하면 윙어를 내릴 수 있는 여유가 아직은 남아있다는 것입니다. 퍼거슨의 선수활용은 정말 알뜰하기 그지 없습니다. 주부9단이 아닌 감독9단의 칭호를 붙여줘도 이견은 없으실 것이라 생각합니다.


비록 자신의 포메이션이 아닌 선수들이 많지만 주전으로 많은 경기를 뛰지못한 로테이션멤버들은 이러한 경기역시도 기회이기 때문에 독이 잔뜩오른 모습을 보여줍니다. 어제경기에서도 베르바토프가 해트트릭을 박지성이 최고의 활약을 보여주었고, 2년전 볼프스부르크전에서도 오웬이 해트트릭을 기록했습니다. 퍼거슨이 자랑하는 로테이션정책의 또다른 진가가 여기서 드러납니다.


많은 팀들이 부상으로 고생하는 모습을 많이 보면서 맨유의 감독이 퍼거슨이 아니었다면 이 위기를 어떻게 벗어났을까라는 가정을 해봅니다. 아마도 지금보다는 많이 힘들었을 것이라 생각합니다. 이러한 부상병동임에도 불구하고 겨울영입을 안하겠다는 영감님의 말, 지금의 멤버로도 충분히 잘 할 수 있다는 영감님의 말, 수긍을 넘어 신뢰를 할 수 밖에 없다라는 생각이 듭니다. 누가뭐라해도 맨유의 최고 전력은 바로 퍼거슨감독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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