맨유 충격패, 부상보다 치명적이었던 자만함

Posted by Soccerplus
2012. 1. 1. 08:00 축구이야기
맨유는 부상병동입니다. 센터백자원은 한명, 중앙미드필더자원은 단 한명도 남아있지 않은 위기상황입니다. 오늘경기에서 캐릭, 박지성, 발렌시아, 하파엘, 웰백이 자신의 주력포지션에서 뛰지 않았습니다. 그리고 하파엘과 안데르손은 장기부상에서 돌아오고 컨디션 회복도 하지 못한채 경기에 나섰습니다. 후보진에 린데가르트와 안데르손을 빼면 모두 유스선수들로 구성해야했을정도로 선수단의 사정이 좋지 못합니다.



블랙번은 올시즌 최약체입니다. 프리미어리그에서 성적은 20개의 팀가운데 20위였고, 18경기에서 2승 5무 11패라는 처참한 성적을 가지고 있습니다. 스티브 킨 감독의 경질이 확정이 되는 경기가 바로 오늘 맨유경기였습니다. 약한 전력에 그나마 팀을 살려주던 주전선수들이 부상을 당했습니다. 올시즌 원정경기에서 거둔 승리가 한차례도 없었고, 오늘 경기가 펼쳐진 곳은 원정팀의 무덤이라고 불리우는 올드트래포드였습니다.

비록 경질위기에 이있는 스티브 킨 감독이지만 오늘 경기의 전술은 참 좋았습니다. 블랙번도 맨유도 정상전력을 꾸릴수가 없는 최악의 부상이 계속되고 있는 상황이지만 남아있는 전력의 차이가 워낙 큰 상황에서 유일하게 우위를 점할 수 있는 부분이 한 곳 있었습니다. 바로 주장 크리스토퍼 삼바를 필두로한 선수들의 높이였죠. 심지어 자신의 진영에서 주어진 프리킥찬스에서도 모든 선수들을 패널티박스로 몰아넣으면서 높이의 우위를 십분이용했습니다. 플레이상황에서는 무조건 수비위주로 나섰고, 상대방의 크로스는 지체없이 코너킥으로 걷어냈습니다. 높이의 우위가 확실했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이 전략은 상당히 주효했고, 3골중 2골을 만들어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맨유는 당연히 이겨야 할 경기였습니다. 비록 많은 주전선수들이 부상에 시달리고 있지만 두팀의 전력차이는 뚜렷한 것이었고 경기장은 OT였습니다. 그리고 선수들이 아픈상황에서 더 빛을 발하는 퍼거슨의 용병술은 지난 위건경기에서 5골경기를 만들기도 했습니다. 베르바토프, 박지성, 발렌시아같은 선수들은 최고의 컨디션을 보여주고 있었습니다. 부상이지만 최고의 선수들이 즐비한 팀입니다.

오늘 경기에서 퍼거슨감독은 확실한 승리를 위해 3명의 공격수와 3명의 윙어를 선발출전시켰습니다. 그리고 중앙미드필더에는 오버래핑과 활동량이 좋은 하파엘을 넣었습니다. 초반부터 상대를 밀어붙여 다득점을 기록한뒤 편안한 경기운영을 하겠다는 생각이 엿보였습니다. 하파엘의 중앙이동은 완전한 실패였고, 치차리토의 컨디션은 좋지 못했습니다. 공격숫자를 늘리기보다는 후반에 그러했듯 안데르손을 넣으며 좀 더 안정적으로 가져가도 나쁘지 않았을 것입니다. 안데르손이 부상에서 갓 회복한 상황이지만 공격의 문제는 숫자가 아닌 효율에 있었습니다.


퍼거슨감독은 오늘 경기를 7만5천 팬들의 생일 축하노래와 함께 시작했습니다. 그리고 성공적인 전술을 통한 연전연승, 당연히 승리를 예상하고 들어온 경기입니다. 상대의 전술을 파악하고 그에 따른 대책을 마련하기 보다는 이른 득점으로 이기는 것을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상대의 어린 선수들의 투지가 굉장했고 삼바의 제공권은 확실했습니다. 삼바를 제대로 막을 수 없었던 것은 어쩔 수 없는 것이라고 하지만 셋트피스 상황마다 당황한 기색이 역력했던 것에서 제대로 준비가 되지 않았음을 충분히 느낄 수 있었습니다.


그리고 중요한 순간에 맨유수비진들은 실수를 거듭했습니다. 자신의 원래 뛰던 포지션이 아니니 이해해줄 수 있구나라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자신의 포지션이 무엇이든, 그 경기에서 주어진 포지션에 충실하게 집중력을 잃지 않는 것이 프로선수죠. 첫골의 베르바토프의 아쉬운 패널티킥허용, 두번째 골의 캐릭의 실수, 세번째 골의 데 헤아의 완벽한 실책, 모두 실책에서부터 비롯된 골이었습니다. 첫번째 골은 그렇다고 하더라도, 두번째와 세번째 골은 절대 먹혀서는 안되는 골이었습니다. 추격분위기가 무르익었고 2:2 동점이 되었을 때도 맨유의 스이를 예상했습니다만, 데 헤아의 어이없는 실책으로 추격분위기에 찬물을 끼얹어버렸습니다. 




맨유의 공격은 굉장히 단조로웠습니다. 중원에서 풀어줄 선수가 없는 맨유이고, 또 큰 존재감을 발휘하던 루니의 갑작스러운 명단제외로 인해 오늘 경기의 대부분은 나니와 발렌시아의 측면에 의존했습니다. 그리고 발렌시아는 중요한 어시스트를 했습니다. 두 선수의 컨디션은 최근 굉장히 좋았고 맨유의 연승에 큰 이유였습니다. 그러기에 오늘 경기에서도 단연 에이스의 활약을 기대했습니다. 하지만 오늘 경기에서 블랙번은 큰 키를 이용한 코너킥 수비에 워낙자신이 있었기 때문에 크로스를 사전에 방어하는 수비보다는 날아오는 크로스를 건드려서 아웃시키는 수비를 택했습니다. 14회의 코너킥에서 단 한차례의 위협적인 장면도 만들어내지 못했죠. 좋은 활약이었지만 연속출장으로 인해 지쳐있는 두 선수에게만 의존했고, 두 선수역시도 자신이 무언가 만들고 싶어하는 눈치였습니다. 베르바토프나 박지성과의 연계가 아쉬운 부분이 많았습니다.


현재 가용되고 있는 맨유의 중원에서 가장 패싱력이 좋고 번뜩이는 플레이를 할 수 있는 선수는 단연 긱스입니다. 하지만 많은 나이로 매경기출장하기는 힘들기 때문에 일주일에서 열흘 정도 텀을 두고 나오고 있죠. 지난 경기에서 5:0으로 앞서는 와중에도 75분까지 긱스를 사용했습니다. 그리고 오늘 경기에서는 아예 후보명단에도 제외시켰습니다. 아껴야되는 선수는 완전히 가능성마저 없애버리는 퍼거슨의 패턴입니다. 하지만 그 긱스가 아쉬운 순간이 많았습니다. 특히 단조롭게 경기가 계속되면서 상대가 유리한 위치에서 수비를 해낼때마다 창의성이 뛰어난 긱스가 그리웠습니다. 블랙번이기에 긱스를 아꼈지요. 쉽게 경기가 풀릴 줄 알았던 퍼거슨의 실책이었습니다.


부상은 정말 뼈아픕니다. 이적시장에서 선수를 데려오는 것보다 모든 선수를 시즌 내내 풀가동할 수 있다면 좀 더 효과가 좋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모든 선수가 풀컨디션이라고 해도 상대방을 낮게 보는 자만심이 깔려있다면 그것은 부상보다도 뼈아픈 결과를 불러옵니다. 축구도 엄연한 멘탈스포츠고, 최선을 다하지 않으면 어떤 팀도 상대하기 쉽지 않으니 말이죠. 어렵사리 쫓아왔던 승점레이스에서 다시 뒤쳐지게 되었습니다. 맨유가 오늘 경기를 거울삼아 재도약의 발판을 마련해주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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