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지성, '차원이 다른 멀티플레이어'인 이유

Posted by Soccerplus
2012. 1. 4. 10:03 해외파 이야기/박지성
멀티 플레이어는 현대축구에서 굉장히 중요한 의미를 갖습니다. 포지션의 이동이 심하고 경기중에도 수시로 포지션이 바뀌는 현대의 전술에서, 그리고 부상에서 자유로울 수 없는 선수들이 즐비한 구단에서 멀티 플레이어의 존재란 굉장히 반가운 것입니다. 전술적으로도 언제든 부족한 포지션을 메울 수 있고, 다른 선수의 영입이 없이도 두세포지션 이상을 소화하는 선수가 있다면 적응의 문제없이 팀을 운영해나갈 수 있습니다. 감독의 입장에서 여러 포지션을 뛰는 선수는 너무나 고마운 존재일 것입니다.


수비형 미드필더였던 박지성



그리고 우리나라의 자존심이라고 할 수 있는 박지성선수는 세계적으로도 정말 재능있는 멀티플레이어중 한명입니다. 맨유에서 그는 좌측 우측 미드필더와 윙포워드는 물론이고, 공격형미드필더, 중앙미드필더, 수비형미드필더까지 소화를 해냅니다. 오른쪽 측면 수비수로 출장한 경기도 한차례있었지만 별로 좋은 모습을 보이지 못했으므로 제외하더라도 미드필더 전 영역에서 뛸 수 있는 선수가 바로 박지성선수입니다. 선수들의 포지션파괴를 상당히 즐겨하는 퍼거슨감독의 휘하의 많은 선수들 가운데서도 박지성선수만큼 폭넓게 기용을 하는 경우는 굉장히 드뭅니다.

우리는 피파온라인이나, 위닝일레븐, 혹은 풋볼매니저와 같은 게임을 즐겨하고 그것을 생각해본다면 이 선수를 내가 원하는 포지션에 갖다써도 큰 무리가 없습니다. 하지만, 단순히 선수의 능력치가 중요한 의미를 갖는 축구게임과, 자신의 역할과 전술적인 이용등을 고려해야되는 현실과는 다릅니다. 많은 게임에서는 선수들이 여러포지션에써도 능숙한 활약을 보여주지만 조금이라도 어색한 포지션에 데려다놔도 금방 폼이 죽어버리는 것이 대부분의 선수들입니다.

여기서 중요하게 구별해야할 것은 활동량이 많다고, 아니면 포지션의 변경이 잦다고 멀티플레이어가 아니라는 사실입니다. 전술적으로 자유로운 '프리롤'의 역할을 부여받아 운동장 어디든 뛰어다니는 선수들은 그 자체로 자신의 포지션을 부여받은 것입니다. 그것과 자신이 경기전 감독에게 지시받은 포지션이 여러가지가 될 수 있는 멀티플레이어는 다릅니다.

그리고 가깝게 박지성선수의 동료들만 하더라도 많은 포지션을 소화합니다. 발렌시아는 오른쪽윙어와 풀백을, 나니는 오른쪽과 왼쪽윙어를, 긱스는 왼쪽과 중앙을, 루니는 중앙미드필더와 공격수를, 캐릭은 중앙 미드필더와 중앙수비수를 소화합니다. 하지만 박지성선수는 이들과는 확실히 차원이 다릅니다. 적어도 저의 관점에서는 말이죠.

새로운 포지션을 받아들었다는 것은, 자신이 기존에 플레이하던 포지션의 연장선상에서 플레이를 하는 것이 아닙니다. 예를들어 측면미드필더와 중앙미드필더는 그 역할이 다르고, 경기에 임해야하는 자세도 다릅니다. 측면미드필더로 많은 경기를 치루고 그에 맞는 습관이 몸에 베어있다고 하더라도, 중앙미드필더의 보직을 받았다면 자신의 습관을 버리고 중앙미드필더에 걸맞는 플레이를 해야합니다.

공격형 미드필더로 피를로를 꽁꽁묶었던 박지성



많은 선수들이 포지션이 바뀌어도 자신의 플레이를 합니다. 발렌시아는 오른쪽풀백이든 미드필더는 발렌시아같고, 나니는 왼쪽이든 오른쪽이든 나니같습니다. 루니도 중앙이든 공격이든 루니같습니다. 하지만 박지성선수는 조금 다릅니다. 감독이 주문한 역할에 완벽하게 적응을 해냅니다. 공격진영에서 상대의 예봉을 막는 공격형미드필더의 역할을 부여받으면 상대팀의 플레이메이커를 끝까지 쫓아다니고, 중앙미드필더의 역할을 부여받으면 오버래핑은 자제한채 조율과 볼 점유에 힘쓰며, 수비형미드필더의 역할을 부여받으면 컷팅과 수비에 신경쓰고, 공격에 가담하기보다는 수비에 치중하는 모습을 보입니다. 그리고 이런 그의 포지션은 측면 윙어입니다.

비록 패배를 했지만 토요일에 열린 블랙번과의 경기에서 박지성선수는 수비형미드필더에 가까운 중앙미드필더로 출장을 했습니다. 그의 짝은 전반에는 하파엘, 후반에는 안데르손이었고 두 선수모두 중앙에서 공격적인 활동에 치중을 했었기 때문에 박지성선수는 수비적인 역할을 주로 맡았습니다. 많은 분들이 박지성선수의 모습이 많이 보이지 않았다고 실망을 하셨지만 박지성의 움직임을 본다면 그런 말을 하기는 힘들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컷팅과 수비에 치중을 했고, 무너진 포백앞에서 전후좌우를 가리지 않고 많은 움직임으로 수비를 그나마 살려준 것이 박지성선수였습니다. 팀이 3골을 먹었습니다만 모든 골이 실수에 의한 것이었고 수비에 빈틈이 느껴진 적은 거의 없다는 것을 기억해야합니다. 그리고 그 중심에는 박지성선수가 있었습니다.

물론 가장 잘 어울리는 곳은 이 곳이겠죠



이날경기에서는 하파엘이 중앙미드필더로 선발출장했습니다. 중앙에서 풀백의 역할을 보던 그의 투입자체가 에러였다고 생각합니다만, 퍼거슨감독은 많은 활동량으로 커버를 해주길 바랫던 것 같습니다. 하지만 하파엘은 패스미스를 남발하고 풀백과 다름없는 끊임없는 오버래핑으로 부담만 가중시켰습니다. 결과적으로 하파엘의 중앙투입이 전술적 미스였죠. 이날 경기에서 포지션을 옮긴 캐릭의 실수, 역시나 포지션을 옮긴 웰백의 닌자모드역시 박지성과 비교되는 장면이었습니다. 게임을 하듯 좋은 선수를 내가 원하는 자리에 놓는다고 해서 그게 전력이 되는 것이 축구가 아닙니다. 그 포지션을 이해할 수 있는 선수가 그 자리에 위치를 해야 전력이 되는 것이죠.

그리고 박지성선수는 이런 의미에서 범접할 선수가 없는 클래스의 멀티플레이어라고 생각합니다. 물론 선수의 입장에서 가장 잘하는 포지션이 있고 또 타고난 능력과는 조금 안맞는 포지션이 있겠지만 (그리고 박지성에게는 측면이 최고라고 생각하지만) 어떤 위치에서도 자신에게 주문된 전술을 완벽하게 해내는 박지성선수는 정말로 대단합니다. 전술적인 이해도와 수행력만큼은 세계최고의 자리를 주어도 나쁘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이 드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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