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8세 긱스가 보여주는 '클래스의 미학'

Posted by Soccerplus
2012. 1. 14. 09:00 축구이야기

모든 스포츠가 그럴지도 모르겠지만, 축구는 20대 초반의 유망주서부터 선수들이 두각을 드러내기 시작합니다. 같은 값이면 다홍치마라고, 더 오래 뛸 수 있고, 더 발전의 가능성이 높은 어린 선수들이 더 촉망을 받는 것은 당연한 일일지도 모릅니다. 퍼거슨 감독은 26세 미만의 어린 선수들로 선수 영입정책을 고수하고 있고, 벵거감독도 어린 선수들을 좋아하기로 유명한 감독입니다. 잠재력이 뛰어난 어린 선수들을 데려와 선수를 키워서 쓰겠다는 이야기입니다.



많은 감독들이 이런 어린 선수들을 좋아하는 것은 당연한 일입니다. 반대로 미래가 불투명한 나이많은 선수들은 점점 출장기회를 잃어가거나 혹은 빅팀에서의 경쟁력을 잃은채, 좀 더 하위리그나 하위클럽으로 이적을 하고는 합니다. 기량이 떨어진 선수들의 중동 러쉬가 유행처럼 번지기도 했었고, 자신의 고향팀으로 이적하는 경우도 많았습니다. 34~35세정도면 선수나이의 황혼에 들었다는 판명을 받고, 더 이상 자신의 자리를 유지하는 선수를 찾기 힘듭니다. EPL로 그 무대를 국한해 보면 35세 이상의 선수들을 찾기 힘듭니다. 아무리 많은 가능성을 생각해봐도 5명정도밖에 떠오르지 않는 것 같습니다.  

그리고 이러한 나이를 비웃기나 하듯, 잉글랜드에서도 최고의 클럽인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에서 아직까지 핵심선수로 뛰고 있는 선수가 있습니다. 우리나라나이로 40세, 불혹의 나이에도 전성기에 못지 않은 기량을 자랑하는 라이언 긱스가 바로 그 주인공입니다.

사실 긱스 선수는 지난 여름 선수인생의 최대의 고비를 맞았습니다. 그간 감춰져있던 자신의 불륜 사실이 언론에 드러나며 선수의 도덕성문제에 엄청난 타격을 입었습니다. 동생의 아내와의 불륜이라는 사실로도 쇼킹한 일이었지만, 그러한 관계를 지속한 기간도 굉장히 길었습니다. 은퇴를 해야된다는 말이 많았고 자신의 잘못이었지만 정신적 타격도 엄청난 것이었을 거라 생각합니다. 하지만 그는 은퇴를 하지 않았고 말 없이 피치로 돌아왔습니다. 그 무엇보다 실력으로 보여주겠다는 것이었지요.



올 시즌 맨유는 노장 선수들을 배제한채 리빌딩을 실시했습니다. 38세의 긱스는 물론이고, 캐릭, 박지성, 퍼디난드와 같은 그보다 훨씬 어린 선수들도 이 리빌딩을 통해 출장시간이 줄어들었습니다. 하지만 올 시즌 맨유의 리빌딩은 초반의 반짝였던 기세가 처음이자 마지막이었고 선수들의 줄부상과 어린 선수들의 기복으로 중원의 패스가 완전히 실종되었습니다. 경기를 풀어주는 조율과 창의성을 불어넣어 줄 패서, 그리고 경기의 흐름을 단순간에 자신의 팀으로 가져와 줄 에이스의 부재였습니다.

어린 선수들이 이탈하고 팀이 위기에 몰리자 퍼거슨이 믿을 구석은 하나였습니다. 바로 자신이 믿고 있는 노장선수들의 투입이었죠. 그리고 이 선수들 가운데 맨유의 구세주와 같은 역할을 해주는 선수는 바로 라이언 긱스였습니다. 전성기에 비해 운동능력은 떨어졌지만 타고난 축구지능과 산전수전을 다겪은 그의 경험은 맨유에 창의성을 불어넣어주었습니다. 다른 선수들이 공을 잡을 때와 긱스가 공을 잡을 때의 안정감의 차이는 엄청난 것이었고, 패스의 정확도와 패스의 질역시도 대단한 것이었습니다.

긱스의 문제는 많은 나이때문에 모든 경기를 뛸 수 없다는 것입니다. 그만큼 체력의 문제가 크다는 것이죠 하지만 이번시즌 기록을 살펴보면 그러한 문제도 문제가 되지 않음을 알 수 있습니다. 부상병동 맨유의 중앙자원중 가장많은 13경기를 뛴 선수가 긱스이고, 심지어 12월 21일부터 박싱데이에 모두 출장한 선수가 긱스입니다. 4일간격으로 4경기를 뛴 마지막경기였던 맨시티전에서 맹활약을 했던 선수가 긱스였던 것을 감안한다면 그의 자기 관리가 얼마나 뛰어난 지를 알 수 있습니다.

물론 지금의 플레이가 화려했던 그의 전성기 시절에 못미치는 것이 사실입니다. 하지만 폼은 일시적이지만 클래스는 영원하다라는 축구계의 격언을 증명이나 하듯, 긱스는 줄어든 운동능력에도 자신의 클래스를 유감없이 보여주고 있습니다. 많은 유망주들이 즐비한 맨유에서도, 그를 선발로 쓸수밖에 없는 것은 맨유의 슬픈 그림자이기도 하지만, 그만큼 긱스가 잘해주고 있다는 의미라고 생각할 수도 있습니다. 선수들을 스피드만으로도 제압했던 어린 시절의 모습에서 이제는 이 열심히 뛰는 선수들의 위에서 내려다 보는 선수위의 선수가 된 느낌입니다.

올시즌의 마지막을 5개월 남은 지금, 긱스는 한시즌의 연장계약을 제의받았습니다. 내년이면 그의 나이는 만으로 40세, 그와 비슷한 나이의 선수들이 벌써 몇년전에 은퇴를 했던 것을 생각한다면, 그의 자기관리가 얼마나 대단한 것인지를 알 수 있습니다. 어린 선수들이 사랑받는 현축구계에서, 자신의 클래스만으로도 40세의 나이에 세계최고클럽의 주전미드필더로 뛰고 있는 긱스는 분명 다른 선수들이 모티브로 삼아야 할 선수가 아닌가 생각을 합니다. 물론 사생활은 제외하고 말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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