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면받는 박주영, 그를 위한 몇가지 변명

Posted by Soccerplus
2012. 1. 17. 08:00 해외파 이야기/박주영
그의 플레이를 조금이라도 봐왔고, 그가 모나코시절 혼자 팀을 먹여살렸던 시절 풀경기를 한 경기라도 보셨던 분이라면 이러한 상황은 아무도 예상하지 못했을 것입니다. 리그는 절반 이상을 돌았고, 아스날이 그가 합류하기 바로 전경기였던 맨유경기를 다시 홈에서 치룰 때까지 단 한경기도 리그에 출장하지 못했습니다. 그리고 유독 많은 그의 안티들은 신이 난 모양입니다. 실력이 워낙에 딸리는 선수니 나오지 못한다라는 말과 함께, 그에게 애초부터 아스날은 무리였다는 말까지, 박주영선수의 선수인생에 이같이 철저히 외면받은 시기가 없었던 것 같습니다.

 



저역시도 박주영이 아스날에 합류한지 5개월째, 리그에 데뷔도 하지 못하고 있는 박주영선수를 보면서 생각이 많이 바뀌었습니다. 처음에는 박주영선수가 슈퍼서브는 물론이고, 팀의 틈새시장을 잘 공략한다면 공격수로 주전자리를 경쟁할 수 있지도 않을까라는 생각을 했습니다. 하지만 그의 자신감없는 칼링컵과 챔피언스리그의 활약을 보면서 시간과 여유가 필요하겠구나라는 생각을 했습니다. 그리고 매경기 박주영이 나오지 않을까 조마조마, 이제는 조금 포기한 상황입니다. 하지만 박주영선수가 실력이 안된다거나(리그에 단 1분도 출장하지 못할정도로, 반 페르시에 준하거나 넘어가거나 하는 수준이 아니라), 그의 아스날 행이 애초부터 무리수 였다는 말을 보면 기분이 나쁩니다. 물론 압도적인 실력을 갖고 있지 못한 것은 사실입니다만, 그에 대한 외면이 애초부터 그럴 수밖에 없었다라고 생각하시는 분들께, 몇가지 변명아닌 변명을 해보고자 합니다.

일단 박주영선수의 리그데뷔가 어려워진 계기는 그의 합류시점에 있습니다. 아스날은 맨유에게 리그에서 8-2로 지고, 나스리와 파브레가스가 나간 자리를 메꾸지 못하자 갑자기 5명의 선수를 영입했습니다. 그중 아예 그 자리가 공석이었던 아르테타와 산투스, 그리고 메르테사커는 바로 데뷔를 할 수 있었죠. 그리고 베나윤의 자리는 그때까지만 해도 그 입지가 완벽하지 못했던 제르비뉴의 자리였습니다. 지난 시즌 리그출장을 거의 하지 못했습니다만, 프리미어리그에서의 검증은 엄청난 것이기에 베냐윤은 좀 더 신뢰를 받을 수 있었습니다.

박주영선수는 이적시장이 닫히고 아스날의 새로운 선수들이 합류하면서 새로운 아스날이 탄생될 시점에 팀에 들어오지 못했습니다. 아시아인인 그에게 워크퍼밋발급이 늦어지면서 생긴일이었죠. 하지만 벵거감독은 9월 10일 경기에 당일 합류한 박주영선수를 서브명단에 올렸습니다. 분명 그에게 기회를 주고 싶어하는 눈치였습니다. 하지만 그날 경기에서 1:0 의 스코어는 당일 합류한 선수에게 기회를 주기에는 힘든 것이었고, 그 다음 챔피언스리그 경기에서도, 그 다음 경기에서도 1점차 승부의 경기를 이어갔습니다. 그리고 여간해서는 교체하지 않는 수비수들이 부상으로 나가면서 그의 기회가 줄어들었습니다. 7월 프리시즌이 시작한 뒤 부터 단 한차례도 공식 경기는 커녕 프리시즌을 뛸 수도 없었던 박주영선수의 첫 경기는 다름 아닌 아스날 데뷔전이었고, 그런 그는 엄청난 부담과 폼이 떨어지는 이중고를 겪으면서 쉬루스버리전 아쉬운 활약을 했습니다.

그렇게 몇경기를 치루면서 벵거감독은 새로운 희망을 발견하게 됩니다. 바로 반 페르시가 폭발을 해주는 것이었죠. 새롭게 팀을 구성하면서 그 중심을 새롭게 맡게 된 선수는 반 페르시였고, 경이적인 골행진을 이어가며 팀을 홀로 살렸습니다. 거기에 아스날에게 필요한 순위는 탑4, 시즌 초반 강등권까지 떨어진 승점을 메꾸기 위해 정말 대단한 집중력으로 매 경기 새로운 승부수를 투입하기 보다는 검증된 최고의 선수들을 기용했습니다. 공격진에는 박주영뿐아니라 그 어떤 선수도 새롭게 투입된 선수가 없었고, 그렇게 아스날은 꾸역꾸역 승점을 채워나갔습니다. 그가 쉬루스버리전 아쉬운 활약을 기록한 뒤, 나머지 6경기중 4경기가 1점차 승부였고, 게다가 이기는 경기였기 때문에 공격적인 교체를 기대하기는 힘들었습니다. 물론 그가 명단 제외된 경기도 없지 않았죠.

그러다 박주영선수는 일생일대의 기회를 얻게 되는데 바로 볼튼전 최고의 활약으로 다음주 (11월 2일) 챔스리그에서 선발출장을 한 것입니다. 하지만 이날경기에서 아스날은 답답한 모습을 보였습니다. 아마도 이 경기가 반 페르시의 영향력을 벵거감독이 체감한 경기가 아닐까 생각합니다. 지금은 조금 사라진 모습이지만 지난해까지만 해도 반페르시는 센터포워드라기 보다는 공격형미드필더의 자리에서 더 많이 보였습니다. 공격을 할 때는 공격형 미드필더인 아론 램지보다 더 아래의 자리에 있으면서 패스를 찔러주는 역할을 하게 된 것이죠. 팀의 공격 전술에 절반이상을 차지하는 반 페르시자리에 떡하니 출장한 박주영선수가 제대로 뛸 수 없음은 당연한 것이었습니다. 특히 이경기는 아스날이 완전히 말리면서 반페르시가 박주영과 교체가 된 후에도 답답한 플레이를 펼쳤습니다.



포지션상 반 페르시의 서브로 데려온 선수입니다. 기회에 따라서는 측면 공격수의 자리도 노릴 수 있을 것이라 생각했지만, 처음에 그를 데려온 벵거의 목적은 페르시의 대체자 그 이상 그 이하도 아니었습니다. 그런데 페르시의 대체자는 지금 이 지구상에 누구를 데려와도 대체 불가능합니다. 페르시가 새로운 킹이된 지금의 아스날에서, 그 자리를 다른 선수가 메꾸면 벵거의 전술이 완전히 와해가 되는 것입니다.

샤막과의 비교를 하지 않을래야 안 할수가 없습니다. 분명 샤막의 경기력은 너무나 좋지 못한 것인데, 그에 밀려서 나오지 못하는 박주영선수이니 말이죠. 박주영과 샤막을 가르는 차이는 샤막은 지난 시즌 반 페르시가 부상을 당했을 때 아스날선수들과 호흡을 맞춰보았단 것밖에 없습니다. 박주영선수가 샤막보다 더 높은 평가를 받으며 아스날에 온 것은 아닙니다. 분명 샤막도 프랑스 리게앙에서 좋은 공격수였고, 박주영과 비슷한 평가를 받았습니다. 지금 벵거의 눈에는 박주영이나 샤막이나 비슷하게 느껴질 것이고, 기왕이면 경험이 있는 선수가 낫다는 생각을 하겠죠.

그리고 그의 리그 데뷔가 아직까지 이뤄지지 못한 이유에는 고집불통 벵거의 성격도 한몫을 할 것입니다. 이는 몇시즌째 아스날의 팬들도 알고 있는 것이죠. 매 경기 새로운 전술의 변화보다는 현 전술에 대한 믿음이 강하고, 경기를 풀어나가는 방식또한 매경기 똑같습니다. 같은 전술에 같은 교체카드, 이는 현지 아스날 팬들도 상당히 불만을 갖고 있는 부분입니다. 물론 이역시도 박주영선수가 파악을 하고 갔어야 한다고 생각을 한다면, 할말이 없습니다. 주전선수들이 쉬어야 할 때면 과감히 명단에서 제외를 하는 퍼거슨감독과, 아무리 지쳐도 박싱데이 3경기 연속 반 페르시를 풀타임으로 출장시키는 벵거의 감독을 보며 누가 더 낫다라고 판단하기에는 무리가 있지만, 두 감독의 성향의 차이라는 것입니다.

이렇게 여기까지 왔습니다. 그의 폼이 좋지 못하고 많이 긴장해있습니다. 하지만 아쉽게도 그는 아무리 부진해도 믿어줄 첼시의 토레스의 경우가 아닙니다. 많은 기대를 받고 데려왔지만 기회를 살리지 못하고 떠났던 박지성의 많은 동료들의 경우(토시치, 리차드슨, 베베등)라고 생각해야 맞을 것 같습니다. 그만큼 EPL의 최고의 빅클럽에서 살아남는 것은 쉽지 않습니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박주영선수의 기량이 떨어진다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애초부터 그에게 반 페르시가 되기를 기대하지는 않았습니다. 그리고 현재 그가 외면받고 있는 현실은, 기량적인 문제도 일부 인정해야겠지만, 심리적이고 운적인 문제가 훨씬 더 크다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늘 가는 팀에서마다 주축 공격수였던 그에게도 새로운 배움의 계기가 될 것이라고 믿어 의심치 않습니다. 아스날에서 잔류를 원한다는 뉴스를 보았습니다. 세계적인 선수들과 아직 더 부딪치고 치열한 경쟁을 하기를 바랍니다. 그를 여전히 응원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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