맨유는 졌지만 박지성은 단연 빛났다

Posted by Soccerplus
2012. 1. 29. 08:00 해외파 이야기/박지성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와 리버풀 FC, 수십년간 두팀사이의 이적거래가 없을정도로 잉글랜드에서 제일 가는 앙숙의 대결이었습니다. 게다가 지난해말에 열린 두팀의 안필드 맞대결에서는 수아레즈와 에브라가 인종차별논란으로 수아레즈가 장기징계를 받으며 두 라이벌의 대결에 불을 지폈습니다. 안필드, 리버풀의 홈경기였고 경기내내 'You'll never walk alone'이 흘러나왔습니다. 에브라가 공을 잡을 때면 경기장을 가득채운 7만여 관중의 야유가 경기장을 달궜고, 단 한순간도 지루한 순간이 없었을 정도로 손에 땀을 쥐는 경기였습니다.





맨유는 지난 3시즌 동안 리버풀원정에서 패했습니다. 그리고 올 시즌 리버풀과의 첫 맞대결에서 졸전끝에 1:1로 겨우 무승부를 거두었죠. 무승부는 재경기로 이어지기 때문에 두 팀모두 반드시 이겨야 하는 외나무 다리의 맞대결이었습니다. 그리고 이 경기에서 박지성선수는 선발출전을 했습니다.

맨유와 리버풀모두 4-2-3-1에 가까운 포메이션을 들고 나왔습니다. 강팀과의 맞대결이라 중원을 두텁게 하면서 안정적인 경기를 펼치자는 의도였죠. 맨유는 스콜스, 긱스, 캐릭, 박지성, 발렌시아와 같은 경험많은 선수들을 중원에 배치하고 컨디션이 좋았던 맨유를 원톱으로 세웠고, 리버풀은 제라드, 캐러거, 헨더슨, 다우닝, 막시 로드리게즈를 중원에 그리고 앤디캐롤을 원톱으로 내세웠습니다.

전반 초반부터 강한 압박에 이은 중원싸움이 계속되었습니다. 승자도 패자도 없었던 팽팽한 싸움이었지만 맨유는 위협적이지 않은 공간에서 공을 돌리기만 했습니다. 상대방의 강한 프레싱에 선수들이 패스를 줄곳이 없었습니다. 그도 그럴 것이 스콜스, 캐릭은 많은 움직임보다는 위치선정과 패싱이 뛰어난 선수들이고 긱스 선수도 좁은 공간에서 효율적인 움직임을 자랑하는 선수입니다. 발렌시아는 오늘따라 더욱 더 오른쪽 사이드라인에 완전히 붙어서 플레이를 했습니다. 박지성선수가 고군분투를 했지만 그의 포지션 매치업상대였던 켈리의 수비가 워낙 좋았습니다. 점유율은 비슷했지만, 위협적인 찬스는 리버풀만 몇차례 만들었습니다.

그리고 전반 20분, 리버풀의 골이 터졌습니다. 제라드의 코너킥을 다니엘 아게르가 헤딩으로 넣은 것이죠. 불안한 데헤아의 위치선정도 실점의 원인이었습니다. 자칫 소강상태로 부질없는 중앙싸움만 계속될뻔한 경기가 이 골로 인해 다시 치열해졌습니다.

선제골을 허용한 뒤 퍼거슨이 내세운 전략은 긱스를 좌측으로 돌리고 박지성을 중앙 공격형 미드필더의 자리에 놓은 것입니다. 결과적으로 이는 맨유의 활력소가 되었습니다. 박지성선수는 맨유 미드필더중 유일하게 좋은 자리를 찾아 움직이는 선수였습니다. 박지성이 중앙으로 이동하며 계속해서 공간을 만들자 자신의 지역을 고수하며 공간을 최소한으로 내준 리버풀의 미드필더진들이 흔들렸습니다. 위협적인 장소를 계속해서 찾아다니면서 움직이는 박지성을 가만히 내비둘 수 없어서 지역방어에서 대인방어로 전환을 할 수밖에 없었던 것이죠. 그러면서 맨유의 패스플레이가 살아났고, 경기는 맨유의 우세로 돌아왔습니다.



그리고 전반끝나기 7분전, 박지성 선수가 또 큰일을 냈습니다. 오른쪽 측면에서 파고들던 하파엘이 호세 엔리케를 뚫었고 중앙으로 정확한 패스를 내어줬습니다. 반대편 사이드에서 달려들면서 좋은 자리를 선점한 박지성선수가 그대로 발리슛을 때렸고, 골대로 빨려들어갔습니다. 거리도 가까워 보기에는 쉬워보이지만, 앞에 2명의 선수가 있었고 빠른 크로스에 임팩트도 쉽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박지성의 슛은 골이 들어갈 수 있는 유일한 빈 곳으로 빨려들어갔습니다. 정말 좋은 슛이었습니다. 그렇게 박지성의 골로 경기는 균형을 맞췄고 맨유는 정상적인 경기를 펼칠 수 있게 되었습니다.

후반전 초반의 페이스도 맨유의 것이었습니다. 후반 막판에 골을 기록한 기세를 앞세웠고 박지성과 긱스의 컴비네이션이 살아났습니다. 경기 내내 최고의 폼은 아니었지만 긱스의 왼발은 무언가 기대를 갖게하는 것이었고, 날카로운 크로스로 결정적인 장면을 만들어 내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맨유의 미드필드진에게 간과한 것은 그들의 나이였습니다. 38세 긱스, 37세 스콜스, 30세 캐릭,  30세 박지성, 26세 발렌시아의 평균나이는 32.2세, 오른쪽사이드에서만 주로 플레이를 한 발렌시아를 제외하면 무려 34세에 가까운 평균나이죠. 그리고 후반전 10분정도가 지나자 스콜스와 긱스의 체력은 급격하게 떨어졌습니다. 양질의 패스를 공급하고 중원싸움을 해주던 2명의 선수의 체력이 방전되니 맨유의 중원은 무너졌고, 박지성선수는 계속해서 공간을 찾아들어갔지만 패스자체가 오지 않았습니다. 거기에 무언가 보여주고 싶었던 웰백의 무리수까지 계속되면서 경기가 잘 풀리지 않았죠.



후반전 15분만에 카윗과 아담을 투입하고 10분뒤에는 제라드를 빼고 벨라미를 집어넣은 킹 케니의 지략이 통했다고 볼 수 있겠습니다. 맨유의 체력이 급격하게 떨어지면서 공격적으로 전술변경을 한것이 통한 것이죠. 일방적인 리버풀의 공격이었지만 좋은 찬스는 없었습니다. 맨유는 데헤아의 불안한 키핑으로 몇차례 위기를 맞았지만 잘 넘겼죠.

하지만 경기 끝나기 2분전 골키퍼 레이나의 골킥이 앤디캐롤의 머리에 맞았고 캐롤이 떨궈준 공은 그대로 카윗의 1:1상황으로 이어졌습니다. 그리고 카윗의 침착한 마무리로 2:1, 그렇게 경기는 끝났습니다. 에브라의 커버링이 아쉬운 순간이었지만 리버풀의 플레이가 좋았습니다.

맨유는 이로써 FA컵, 챔피언스리그, 칼링컵에 모두 탈락하게 되는 수모를 겪었습니다. 후반기 대반격을 노렸던 팀분위기도 많이 망가질 것이란 생각이 듭니다. 하지만 박지성선수의 골은 굉장히 기분이 좋습니다. 나니의 부상으로 인해 빈자리가 생긴 맨유진에 큰 힘이 될 것임이 분명하며, 포지션의 유연한 이동이 가능한 박지성의 멀티능력은 퍼거슨이 앞으로도 강팀과의 경기에 유용하게 사용을 할 것으로 보입니다 . 강팀과의 경기에서 빛나는 박지성의 명성을 다시한번 확인하게 되었습니다.

오늘 골로 인해 박지성선수는 에미레이츠스타디움, 스탬포드브릿지, 안필드에서 모두 골을 기록하게 되었습니다. 기록을 다 찾지는 못하겠지만 아마 빅4팀과의 원정경기에서 모두 골을 넣은 선수는 몇안되지 않을까라는 생각이 드네요. 박지성이 활약해서 좋지만, 맨유의 패배는 안타까운, 뭔가 씁쓸한 경기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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