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정환 은퇴, 그는 마지막까지 판타지스타였다

Posted by Soccerplus
2012. 1. 31. 11:00 축구이야기
많은 한국 축구팬들에게 2002년은 정말 평생간직할만한 기억입니다. 수백만이 모여서 함께 응원했던 그 기억과 짜릿했던 4강의 기억은 아마 수십년이 지나 우리의 아들세대, 그 아들세대까지도 이어질 것이라 생각합니다. 2002년에는  그랬지~ 하면서 말입니다. 그러한 대표팀의 23명안에 들었다는 것은 선수본인에게도 행복한 일일 것입니다. 그리고 그 많은 순간중에 가장 짜릿한 1초를 만들어낸 안정환 선수는 그 한 순간을 평생동안 잊지 못할 것입니다. 어디 선수 본인뿐이겠습니까, 그순간을 함께했던 5천만 한국인들도 모두 그 장면을 기억할 것입니다.




앞으로 수십년이 지나도 한국 축구역사에서 그 순간은 최고의 1초로 기억에 남을 것입니다. 한국과 이탈리아전 연장후반 117분, 이천수가 이영표에게 백패스하고, 이영표의 크로스는 안정환의 머리를 향했고 안정환의 헤딩은 부폰의 왼손을 스쳐 골망을 흔들었습니다. 한국의 8강이 확정된 순간이자 동시에 새로운 역사를 쓰는 순간이었죠. 경기 초반 패널티킥을 실축한 그가 경기를 마무리 지었기에 본인에게는 감회가 깊은 골이었을 것입니다. 한국의 월드컵역사에서 가장 화려한 순간을 장식한 남자, 바로 안정환입니다.

그리고 본인과 한국에게는 가장 화려했던 그 순간이, 본인의 축구선수 커리어에서는 가장 치명적인 순간으로 남게 되었습니다. 페루자구단은 길잃은 염소를 데려다 키워줬더니 배은망덕한 짓을 했다며 선수의 이적을 가로막았고, '임대 후 이적조항'이라는 불분명한 그의 신분은 다른 구단의 관심을 떨어뜨리게 만들었죠. 거기에 부산과 페루자의 이적료분쟁으로 안정환에게 35억이라는 돈을 페루자에게 지급을 해야했고, 그는 35억을 주는 유일한 곳이었던 선수매니지먼트사가 아닌, 일본의 연예기획사에 들어가게 됩니다.

35억이라는 큰 돈을 들인 일본의 연예기획사는 안정환을 다방면으로 굴렸고, 첼시와 라치오, 발렌시아, 아틀레티코 마드리드, 샬케04, 블랙번등의 제의를 거절했습니다. 그렇게 3년, 안정환은 소속팀 요코하마를 J리그 우승을 시킨 뒤, 유럽으로 노크했습니다만 그 결과는 좋지 않았죠. 일본의 나고야 그램퍼스가 연봉 30억을 제시했지만, 그의 4분의 1가격을 제시하는 프랑스클럽에 도전을 했습니다. 30줄을 넘긴 나이에 말이죠.



만약 안정환선수가 자신의 전성기였던 2002월드컵이 끝나고 다른 구단으로 이적을 했었더라면? 이라는 아쉬운 가정이 남습니다. 그만큼 안정환의 기량은 정말 뛰어난 것이었고, 최소한 아시아권에서는 그 비교대상을 찾기 힘든선수였습니다. 2002월드컵 당시에도 개인기량보다는 팀플레이와 체력으로 승부를 걸었던 대한민국 대표팀에서 독일, 포르투갈, 이탈리아, 스페인 수비수를 상대로 유일하게 개인기량으로 압도를 할 수 있는 선수가 안정환 선수였습니다. 세계적인 선수들을 앞에 놓고서도, 패널티박스안 좁은 공간에서도 상대방을 속이며 날리는 슛은 정말 일품이었죠. 모르긴 몰라도 지금시대에 안정환의 전성기기량이었다면 빅리그 입성은 물론이요, 최고 아시아 공격수의 위치를 확고히 하지 않았을까 생각이 됩니다.

결과적으로 대한민국 축구역사상 가장 짜릿한 순간과 자신의 축구인생을 맡바꾼꼴이 되었지요. 가장 화려했지만 가장 화려했기에 가장 불운했던 선수가 바로 안정환선수입니다. 그런 안정환선수기에 마지막 유종의 미를 거두지 못하고 선수생활을 마친다는게 너무나 아쉽습니다. 2010년 남아공월드컵에서 그에게 기회가 주어지기를 바랬던 팬중에 하나였습니다. 지금은 박지성, 이청용, 기성용과 같은 선수들의 경기를 주로챙겨보지만 그의 전성기 시절, 그리고 지금까지도 가장 좋아하는 선수는 안정환선수입니다.

최강희감독이 안정환선수의 은퇴경기를 제안했다고 합니다. 2월 25일에 열리는 우즈베키스탄과의 평가전에서 안정환선수에게 대표팀 유니폼을 입고 뛰는 마지막 10분의 시간을 주겠다는 것이었지요. 하지만 그는 거절했습니다. 아직 월드컵 최종예선 확정이 되지 않은 대표팀에게 누가 될 것이라는 이유에서입니다. 대표팀의 명운이 걸린 한판을 준비하고 있는 상황에서, 개인을 위한 경기를 하는 것은 맞지 않다며 말입니다. 선수라면 누구나 꿈꿀 대표팀의 은퇴경기, 안정환은 그렇게 거절하면서 선수인생을 마감하게 되나 봅니다. 진정 한국 축구를 위한 마음이 엿보입니다.

정말 파란만장했던 선수로의 인생을 마감하는 안정환선수입니다. 우리나라는 월드컵에서 단 2번의 역전승을 거뒀고 그 2골의 주인공이 모두 안정환선수입니다. 그가 공을 잡으면 뭔가 모를 기대가 생기게 만드는 우리나라의 마지막 판타지스타, 그의 선수생활을 기억하겠습니다. 안정환선수,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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