퍼거슨의 냉정함, 리버풀을 무너뜨리다

Posted by Soccerplus
2012. 2. 12. 08:30 축구이야기
맨유와 리버풀의 경기는 늘 치열합니다. 선수들간의 몸싸움도 치열하고 활동량도 많은 경기라 경기 후반이 되면 포메이션이 무너지면서 미드필더 플레이가 없어지는 경우가 굉장히 많습니다. 선수들의 몸싸움이 잦으니 카드도 많이 나오고, 이렇게 중요한 경기가 선수들의 퇴장으로 결정되는 경우도 적지 않았습니다. 전력이 거의 비슷한 두 팀의 경기에서 한 명의 선수의 부재는 엄청난 악영향으로 다가옵니다.



그리고 우승을 위해서는 홈에서 리버풀을 상대로 꼭 승리를 거둬야만했던 퍼거슨감독의 선택은 좀 뜻밖이었습니다. 애쉴리 영, 나니가 부상으로 빠진 경기여서 당연히 박지성 선수가 선발로 나올 것이라고 예상했던 경기였습니다만 긱스를 이번시즌 처음으로 왼쪽 윙자리에 선발출장시켰습니다. 폼이 가장 좋은 발렌시아를 제외하고 맨유의 세명의 미드필더는 캐릭, 스콜스, 긱스로 가장 노장이자 경기운영에 가장 강점을 보이는 선수들로 구성이 되었습니다 .중원싸움, 그리고 전방압박이 굉장히 중요한 경기에서 박지성을 선택하지 않은 것은 상당히 의외였습니다.

이런 선발명단을 구성한 퍼거슨의 의도는 분명했습니다. 노련한 세명의 선수들을 중심으로, 상당한 우세가 예상되는 홈경기에서 점유율을 높여가며 상대를 무너뜨리겠다는 전술이었죠. 가장 패스를 잘하는 선수들을 모두 투입시켰고, 맨유의 플레이도 평소와는 조금 다르게 진행이 되었습니다. 긱스가 좌측면에서 선발출장했지만 거의 프리롤처럼 좌우를 가리지 않고 움직였고 스콜스와 캐릭은 중원에서 패스를 찔러주기만 했습니다. 제라드와 스피어링, 헨더슨이 지킨 중원과의 수싸움에서 지지 않기 위함이었죠. 최근 컨디션이 굉장히 좋았던 에브라는 이번경기에서 오버래핑을 자제했습니다. 에브라의 돌파가 기억에 나지 않을 정도로 수비에 치중했죠. 박지성에 비해 수비력이 뛰어나지 않은 긱스를 위한 맞춤전술이었습니다.

이 전술은 전반 초반 위협적인 장면을 허용하며 시작하자마자 무산으로 돌아갈뻔했습니다. 긱스의 수비부담을 노린 글렌존슨의 돌파가 계속해서 날카롭게 이어졌기 때문이죠. 발렌시아의 수비부담을 느꼈던 호세 엔리케 쪽과는 달리 오른쪽의 글랜 존슨은 단연 위협적이었습니다. 거기에 공격시에는 조던 헨더슨이 좌측 우측면에 가담을 해주면서 맨유에게는 힘든 장면이 연출이 되었죠. 전반 막판, 리버풀의 일방적인 공세가 계속되었을 때도 퍼거슨은 별다른 조치를 취하지 않았습니다. 선수들에 대한 믿음에서 비록한 배짱과 냉정함이 엿보이는 장면이었죠.

그리고 후반이 시작하자 마자 루니가 연속골을 기록했습니다. 전반막판의 약 10분간 위기상황을 견디고, 바로 기록한 골이었습니다. 점유율을 가져가면서 지공을 구사했고, 상대방의 실수를 노렸습니다. 루니의 두번째골은 명백한 스피어링의 실수에서 비롯되었죠.

퍼거슨이 그토록 믿고 내보냈던 긱스와 스콜스의 위력은 이장면에서 더욱 더 빛났습니다. 루니가 2골을 허용하고 수아레즈가 동점골을 넣기까지 30분의 시간동안 맨유는 계속해서 경기를 지배했습니다. 다른 선수였으면 벌써 감독을 하고도 남을 나이의 두명의 선수는 많이 떨어진 신체능력에도 불구하고 마치 바둑을 두는 바둑기사처럼 경기를 쥐락펴락했습니다. 여유있게 공을 돌릴때는 공을 돌리고, 패스를 넣어줄때는 넣어주면서 경기의 템포를 조절했죠. 이렇게 되니 다른 맨유 선수들의 플레이도 살아났고, 리버풀은 수세에 몰렸습니다.

'점유율, 안정감, 지공'이라는 일관된 컨셉으로 경기를 지배한 퍼거슨의 전술은 교체카드에서도 드러났죠. 이날 경기에서 이 밸런스를 계속 유지하려 애를 썼던 퍼거슨 감독은 단 한선수도 교체하지 않았습니다. 늘 3명의 선수들을 모두 교체하며 승부사의 모습을 보이던 것과는 반대되는 모습이었죠. 후반전 막판 세트플레이 상황에서 수아레즈에게 골을 먹히며 '아직 모르는 상황'에 내몰리긴 했지만, 그런 상황에서 오히려 더 침착한 플레이를 주문하며 차분히 경기를 끝냈습니다.

그 어느경기보다 치열한 경기, 아니 치열해질 수밖에 없는 경기, 그리고 그 어느때보다 치열해질 수 있는 요소가 많았던 경기에서 퍼거슨은 냉정한 전략을 선택하며 리버풀을 무너뜨렸습니다. 역시 퍼거슨이다, 라고 또 느껴지게 만드는 경기였습니다.



경기를 끝나고 수아레즈와 에브라의 실랑이에 관한 인터뷰는 퍼거슨의 역량이 어느정도인지를 여실히 보여줍니다. 퍼거슨은 수아레즈를 지나쳐 승리의 세레모니를 했던 에브라의 행동에 대해 에브라는 경기가 끝난후 수아레즈앞으로 달려들어가선 안되었다, 그건 잘못된 행동이었다고 말했습니다("Evra shouldn't have jumped in front of Suarez in celebration at end"). 그리고 달글리시 감독은 수아레즈의 악수거절에 대해 자신은 보지 못한 장면이었다고 잡아때었습니다. 경기에서도 패했고, 매너에서도 패했던 수아레즈의 오늘 경기는 한편의 권선징악 스토리였습니다. 월드컵에서의 핸들링 반칙과 지난 토트넘과의 경기에서 쿵푸킥을 날렸던 수아레즈, 그의 실력만큼이나 인격도 성숙해지기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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