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란vs아스날, 4:0스코어는 정당한 실력차였다

Posted by Soccerplus
2012. 2. 16. 07:28 축구이야기
잉글랜드 프리미어 리그 팀들에게 산시로라는 곳은 참 무서운 곳입니다. 열광적인 팬들이 자리하고 있고, 거친 축구를 구사하는 이태리 축구의 심장과도 같은 곳이죠. 늘 성적이 좋지 못했습니다. 최근의 기억을 떠올려보자면 06-07시즌 맨유가 밀란에게 힘도 써보지 못하고 3:0으로 졌던 기억이 있습니다. 물론 그 후 인테르와 밀란을 토너먼트에서 만나긴 했지만, 원정경기에서는 소극적인 경기를 펼쳤습니다. 공격보다는 수비가 우선시 되는 경기였죠. 3년전, 박지성선수가 피를로를 전담마크했던 이유도 여기에 있었습니다. 그만큼 두려울 수 밖에 없는 곳입니다.



벵거감독 역시도 이점을 충분히 인지하고 있었습니다. 리그에서처럼 적극적으로 승부를 가져가는 것이 힘들다는 것을 말이지요. 가능하다면 승리를 해서 다가오는 홈경기에 유리함을 가져오면 좋겠지만, 그러기가 쉽지 않은 것이 사실입니다. 0:0, 1:1 무승부 정도가 이상적인 시나리오 였겠지요. 킥오프 한시간 전 발표된 선발라인업에서도 벵거의 이러한 마음을 읽을 수 있었는데, 최근 늘 선발로 나오던 옥슬레이드 체임벌린이 후보명단으로 빠졌고, 그 자리에 로시츠키가 들어왔습니다. 로시츠키가 윙포워드 자리에 나올 것으로 예상되었지만 경기가 시작되자 거의 4-4-2에 가까운 형태로 운영되었습니다. 중원을 두텁게 하고, 선수들의 경험을 믿는 것이었죠.

경기의 결과는 모두들 알고 계시다시피 4:0 밀란의 완벽한 승리로 끝났습니다. 반페르시의 2개의 슛팅이 아비아티 골키퍼의 선방에 막히고 말았지만 그것을 떠나 경기의 페이스며 찬스, 결과, 선수들의 매치업까지 모든 것이 밀란의 압도적인 경기였습니다.

먼저 말을 하자면, 밀란이 경기를 참 잘 풀어나갔습니다. 미드필더에 4명을 넣으면서 중원싸움에 무게를 두었던 벵거감독의 전략이었지만 반 봄멜, 노체리노, 시드로프 3명의 미드필더가 뛰었던 중원싸움에서 완벽하게 패했습니다. 기본적으로 활동량도 좋고 수비력도 나쁘지 않은 밀란의 미드필더진은 숫자만 많았던 아스날의 중원진을 완벽하게 봉쇄했습니다. 미드필더진과 수비라인의 간격을 좁히며 마치 7명의 수비수가 있는 듯한 느낌이 들었습니다. 수비시에는 확실하게 수비를 해주고 적극적인 압박과 빠른 공수전환으로 아스날의 수비진을 당황케 만들었죠.



그리고 결과적으로 오늘의 MVP였던 이브라히모비치가 너무 잘했습니다. 촘촘한 수비벽이 공을 빼앗으면 공을 받기 좋은 위치로 내려와 빠른 공수전환을 해주었고, 큰 키에 비해 부드러운 드리블과 유연한 동작으로 아스날의 수비진을 완전히 농락했습니다. 경기를 보면 밀란의 쓰리톱이었던 즐라탄, 호비뉴, 보아텡을 제외하고는 공격을 하는 숫자가 많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4골을 터뜨린 가장 큰 이유는 즐라탄의 개인적인 기량이 압도적이었다는 데에 있습니다. 측면에서 중앙까지 몰고오면서 터뜨린 2번째 골은 사실상 즐라탄이 만들어 낸 것이었고, 마지막 골장면에서는 가볍게 요한 주루를 농락하며 PK를 얻어내기도 했죠.


많은 숫자가 공격에 참여하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유연하게 움직이는 호비뉴와 보아텡을 막기 힘들었던 이유는 아스널의 수비가 그만큼 못했기 때문입니다. 일단 개인기량에서 밀란의 수비진을 막기가 버거워보였고, 유연한 스위칭에 대비하지 못하며 수비진이 경직되어있는 모습이었습니다. 아스날의 수비의 핵이라고 할 수 있는 코시엘니가 일찍 부상으로 교체된 것도 아쉬운 장면이지만, 이를 채워주었어야 할 요한 주루의 기량은 분명 챔피언스리그에 뛸만한 기량이 아니었습니다. 베르마엘렌, 사냐, 송등 기존의 에이스급 수비진들도 부진하긴 매한가지였죠.

아스날의 전술적인 실책도 빼놓을 수가 없습니다. 올 시즌 내내 단 한번도 구현해본적이 없는 4명의 미드필더를 밀란전에 사용했습니다. 숫자만 많고 효율이 없었던 벵거의 전략은 당연히 먹혀들어갈수가 없었고, 알렉스 송을 제외하고 수비에 적극적인 선수가 없었던 것이 결국 대참사로 이어졌습니다. 지난 경기 골을 넣어 벵거감독이 큰 기대를 하고 램지를 투입한 듯 보이지만, 램지의 경기력이 오늘 아스날의 경기력을 대변해주는 듯한 느낌이었습니다. 우왕좌왕, 안절부절이라는 말로 정리를 할 수 있겠군요.

수비가 워낙 강력하고, 수비와 미드필더의 간격을 촘촘히 좁히고 나온 밀란을 상대로 반 페르시에게 공격의 부담을 집중시켰습니다. 티아구 실바라는 세계적인 센터백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말입니다. 아바테와 안토니니가 활발한 오버래핑을 했었는데, 그 뒷공간을 노리는 공격은 한차례도 없었습니다. 촘촘한 수비진을 뚫기에 가장 적합한 것은 한번에 킬패스에 의한 뒷공간 공략이지만, 그런 공격은 단 한차례도 나오지 않았습니다. 그런 공격성향을 가진 선수가 아스날에는 단 한선수도 없었기 때문이죠. 이런점에서 박주영선수의 결장은 아쉽습니다.

사실상 16강 경기중 가장 빅매치였던 두 팀의 경기는 가장 싱겁게 끝이 났습니다. 4:0, 아무리 에미레이츠 홈경기라고 해도 이 경기를 뒤집기는 힘이 들어보입니다. 실력차도 실력차였고, 전술의 패배도 인정해야될 경기입니다. 아스날에게는 아쉬웠다라고 말하기에는 너무 완벽한 패배였고, 밀란이 그만큼 잘했습니다. 밀란이 올시즌 챔피언스리그에서 큰 일을 터뜨릴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정도로 경기를 잘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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