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스날, 위기에도 벵거를 믿어야 하는 이유

Posted by Soccerplus
2012. 2. 20. 08:00 축구이야기
리그 4위, 챔피언스리그 16강진출, 겉보기에는 나쁘지 않은 성적입니다. 초반 17위까지 쳐졌던 순위를 어느사이에 4위까지 끌어올렸고, 시즌 초반 굉장히 경기력이 좋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챔피언스리그에서는 건재를 과시하며 1위로 16강토너먼트에 오르기도 했습니다. 후보가 주로 출전했던 칼링커에서도 8강에 올랐고, FA컵에서도 최근까지 남아있었습니다.




하지만 최근 2경기는 아스날의 한계를 여실히 드러내는 경기였습니다. 잉글랜드 팀들의 무덤인 산시로 원정이었지만 4:0의 스코어는 너무나 충격적인 것이었고, 지난 일요일새벽에 펼쳐졌었던 선더랜드와의 FA컵 원정경기에서는 무기력한 플레이로 일관하며 2:0으로 완패했습니다. 이 두경기는 올시즌 아스날이 펼쳤던 많은 경기들 가운데에서 최악의 경기로 뽑을 수 있을만큼, 경기력이 형편없었습니다. 문제는 사실 지금부터입니다. 늘 출전하는 주전선수들의 폼이 최악으로 떨어져있고, 경기출장을 하지 못하는 서브선수들은 훨씬 더 심각합니다. 심리적으로 많이 몰린 상황에서 앞으로 4위싸움을 해나가기가 쉽지 않아보입니다. 당장 다음주는 북런던더비, 이경기에서 3연패를 당한다면 아스날의 올 시즌은 완전히 끝장이라고 봐도 무방합니다.

주요 선수들을 잃어가면서도 늘 근근히 팀을 잘 꾸려왔던 벵거감독이고, 올 시즌도 결국은 4위로 올라서면서 다음 시즌 챔스리그 진출을 눈앞에 두고 있지만, 그동안 덮어두었던 많은 문제들이 수면위로 떠오른 최근 몇경기의 경기력덕분에 이번 시즌후, 혹은 벵거이후의 아스날의 이야기가 나오고 있습니다. 조금은 그 가능성이 낮긴 하지만 펩 과르디올라감독이 부임할 것이라는 루머, 카펠로 감독의 루머가 나오는 것은 지난 시즌에 비해 확실히 달라진 벵거의 위상을 대변하는 듯 합니다.

벵거감독의 그릇된 선수 기용은 엄청난 비난에 휩쓸리고 있습니다. 단지 우리나라의 박주영선수가 이 정책의
희생자이기 때문만은 아닙니다. 그 정도가 우리나라에서는 당연히 더 셀수밖에 없지만 현지에서도 벵거의 아스날을 바라보는 눈은 곱지 않습니다. 거의 변함이 없는 멤버로 일주일간 3경기를 뛰었고, 그 결과는 첫 선더랜드에서 2:1승리에서 마지막 선더랜드전 0:2 패배가 잘 말해줍니다. 누가봐도 힘든 일정을 벵거감독은 고집스러운 선수기용으로 더 어렵게 만들고 있습니다.

반 페르시에 대한 고집에 가까운 집착으로 대변되는 그의 전술, 늘 변함이 없는 4-3-3시스템, 선발도 후보 선수도 변함이 없는 아스날의 현재는 리그의 약팀들도 이변을 노려볼만합니다. 팀의 공격패턴이 모두 읽혔고, 그렇게 되자 개인기와 측면크로스에 의존하는 일관된 패턴으로 상대에게 위협조차 주지 못하게 되었죠.

유망주로 입단해 매경기 선발로 출전하면서도 발전은 커녕 기복만 늘어나고 있는 램지와 왈콧의 플레이는 그들이 유망주기에 그렇다고 쳐도, 새로운 선수를 찾기보다 최근 몇경기동안 최악의 선수였던 요한 주루와의 계약을 2015년까지 연장한 것은 지나쳤다는 의견이 대세입니다. 거기에 샤막, 아르샤빈등의 한물간 서브자원과 영입을 해놓고 쓸생각이 아예없는 박주영까지 전술이면 전술 선수면 선수 많은 부분에서 비난을 받고 있습니다.



혹시나 올 시즌 리그 4위를 수성하는데 실패한다면, 정말 벵거감독의 다음 시즌은 장담을 할 수 없을지도 모릅니다. 아스날은 늘 이적시장마다 전력이 상승하기보다는 주요 전력을 내어주는 경향을 갖고 있는 팀이죠. 최근에는 로빈 반 페르시가 스페인 이적설에 휘말리기도 했습니다. 상위권들의 이적시장에서의 전력상승이 매해마다 두드러지는 EPL의 특성상, 이번 여름에 큰 보강없이는 벵거감독이 자리를 보전하더라도 다음시즌을 기약할 수 없는 것이 현실입니다.

많은 팬들이 리빌딩을 원하고 있습니다. 몇몇 주전선수들을 제외하고는 다른 선수들의 기량이 리그탑수준도 아니고, 구단의 지원도 변변치 않은 상황에서 확실한 리빌딩을 실시하기는 힘듭니다. 큰 기대를 갖고 영입했던 안드레 비야스 보아스의 첼시의 리빌딩이 생각만큼 잘 진행되지 않는 것을 생각해본다면, 아스날은 새로운 리빌딩보다는 현상유지가 다행이라고 느껴질 정도입니다. 최소한 아스날이 이적시장에서 큰 손으로 등장하기 전까지는 말이죠. 내년시즌 꽤나 큰돈을 약속했던 구단주이기에, 아스날의 전력상승을 기대해볼수도 있겠습니다.

반 페르시, 알렉스 송, 바카리 사냐, 베르마엘렌, 아론 램지, 티오 월콧, 제르비뉴, 코시엘니, 슈체즈니등 많은 주전선수들의 평균연령은 결코 높지 않습니다. 이런 팀에 새로운 감독을 데려와 리빌딩을 하기보다는 부족한 점을 채워가면서 슈퍼스타를 영입하는 것이 오히려 더 나은 선택인 것 같습니다. 벵거감독은 이적시장에서 적극적인 스타일은 아니지만, 최근 몇몇차례 인터뷰를 보자면 이번 여름이적시장에서는 무언가 다른 모습을 확실하게 보여줄 것으로 보입니다.

결론은 아직은 벵거감독을 믿어야 할 때라는 것입니다. 제한적인 금전상황에서도 이렇게까지 팀을 이끌어 온 것도 벵거감독이 아니라면 하기 힘든 일이였을 것이고, 조금 더 큰 지원이 있다면 분명 상승요인을 기대해볼 수 있기 때문입니다. 다만 한가지 전제조건은, 벵거감독의 보수적인 성향이 바뀌어야 한다는 점입니다. 리빌딩은 아니더라도 새로이 선수를 영입한다면 응당 기회를 주는 것은 당연한 일이고, 선수들의 체력이 다했을 때에도 로테이션을 돌려가는 것이 맞는 일입니다.

모두들 알고 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벵거가 떠날 확률은 그렇게 높지 않다는 것을 말이지요. 그보다 더 나은 후보를 데려오기 힘든것도 그렇지만, 10년이상 팀을 맡은 벵거감독이 아스날에 차지하는 비중이 그만큼 크다는 의미이기도 합니다. 힘든 재정에도 몇년간 우승후보로 계속해서 경쟁을 하고 있는 것도, 벵거감독이 아니었으면 힘이 들겠지요. 박주영선수의 팬으로 벵거감독이 미운 것은 사실이지만, 현재상황은 오히려 더 그를 믿을수밖에 없습니다.

글이마음에들면추천↓한방! (로그인 불필요)블로그가마음에들면정기구독+ 해주세요sz

soccerplus.co.kr 로 더 편하게 저의글을 읽으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