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표팀, 쿠웨이트전이 남긴 10가지 교훈

Posted by Soccerplus
2012. 3. 1. 08:00 대표팀/월드컵 이야기
이렇게 온몸을 덜덜떨면서 불안하게 경기를 본 적이 정말로 오래된 것 같습니다. 2:0이라는 완승의 스코어를 가지고 우리나라는 조 1위로 최종예선 진출에 성공했습니다만 완벽하게 만족스럽다라고 말하기에는 힘든 경기였다고 생각합니다. 그 과정보다는 결과가 우선시되었어야할 경기였기에 어제경기의 승리는 일단 만족스러운 것일지는 모르지만, 그 과정상에서 꼭 짚고 넘어가야할 여러가지 사항들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이제 첫발을 내딛은 최강희호의 시작은 좋았지만, 오늘 경기에서 노출한 불안했던 모습을 꼭 보완해야 월드컵진출의 쾌거를 이룰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1. 전반전, 완벽한 전술미스였다.

최강희감독은 상대방이 선수비후역습의 포메이션을 가지고 나올 것이라 예상을 하고, 지난 우즈벡전에서의 선발명단에서 미드필더를 한명빼고(김재성), 박주영을 선발로 출전시켰습니다. 하지만 상대는 오히려 우리보다 훨씬 더 거세게 공격을 시도했습니다. 수비에 집중했던 김상식과 전성기기량은 아니라고 생각이 되는 김두현의 중원은 완벽하게 압도를 당했고 정말 전반내내 불안불안한 경기를 펼쳤습니다. 박주영과 이동국을 둘다 사용하고 싶었던 최강희 감독의 닥공전술은 완벽한 실패였습니다. 전반전까지는 말이죠.

2. 우리나라, 운이 좋았다.

전술미스를 떠나 우리나라의 운이 굉장히 좋았습니다. 일단 오늘의 심판인 일본심판이 시작하자마자 전반 3분 패널티킥을 불지 않았습니다. 이 장면이 쿠웨이트의 홈이었다면 무조건 불었겠지요. 어느정도 홈 어드벤티지를 받지 않았나 싶습니다. 후반전 나세르의 중거리슛이 골대를 맞고 나온것도 우리나라에게 운이 따라주는 장면이었지요. 한골을 선제하고 침대축구를 했다면 지금쯤 웃으면서 이글을 쓰지 못했을지도 모르겠습니다.

3. 하지만 축구는 '골'로 말하는 스포츠였다.

한경기에 보통 두세골이 터지는 축구경기에서 한골이 말하는 의미는 정말로 큰 것입니다. 그리고 그런 의미에서 우리나라 이동국의 첫골은 완벽하게 분위기를 반전시키는 것이었습니다. 이길 수 있다는 자신감으로 계속해서 들이부었던 쿠웨이트는 한골에 완벽히 멘탈이 무너지고 말았고, 2번째 골이후에는 경기를 포기한 느낌마저 들었습니다. 우리나라는 사실 첫골을 넣기전까지는 완벽히 밀리는 경기를 했지만, 이후의 전세는 우리것이었죠. 물론 적절한 용병술이 있었지만 경기를 뒤집은건 골의 힘이었습니다.

4. 한상운, 김두현카드는 무리수였다.

저는 이 경기, 그리고 우즈벡전을 보면서 김두현카드에 대한 못미더움을 토로한 적이 있었습니다. 과연 경찰청소속의 선수가 A대표팀의 무게를 잡아줄 수 있을까에 대한 의심이었죠. 거기에 안정감이 메인 컨셉이었던 이번 경기에서 A매치 2경기의 경험밖에 없는 한상운선수에 대한 믿음도 그리 크지 않았습니다. 그리고 두 선수의 플레이는 이번 경기를 망칠뻔했습니다. 특히 중원에서 김두현선수의 플레이가 굉장히 둔했고, 수비적으로도 큰 도움이 되지 않았습니다. 앞으로의 대표팀에서는 얼굴을 보기 힘들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더군요. 한상운 선수는 앞으로도 대표팀에 이름을 올릴 선수지만, 아직 경험이 필요한 것으로 보입니다. 공격이 이근호의 오른쪽으로 계속해서 치중이 되었던 이유는 한상운의 부진이 주된 이유였습니다.

5. 최강희의 '닥공' 용병술은 빛났다

오늘 경기에서 우리나라의 승리를 이끌었던 것은 두개의 교체카드였다고 생각합니다. 원래부터 선발로 기성용이 나왔다면 조금 더 안정적인 경기를 펼쳤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기도 하지만, 좋지 않았던 김두현을 후반전 5분만에 교체해주면서 우리나라의 페이스가 살아났고, 중원플레이가 생겨나기 시작했습니다. 그리고 이러한 페이스를 골로 연결해준것은 2번째 교체카드였습니다. 0:0상황에서, 그리고 골을 먹히면 월드컵에 올라갈 수도 없는 상황에서 한상운을 빼고 공격수 김신욱을 투입했습니다. 해설자와 캐스터도 약간의 의구심이 드는듯 꿀먹은 벙어리처럼 당황하던 모습이었습니다. 하지만 그가 투입되자마자 그의 머리를 겨냥한 공이 골로 연결되었고, 두번째 골에도 간접적으로 기여했습니다. 닥공용병술이 빛을 발했고, 그러한 배짱을 가진 최강희감독이 대단하다고 생각이 듭니다.

6. 해외파는 빛났다.

전반적으로 선수들이 완벽하게 틀어막혔던 전반전에서 유일하게 공을잡을 때 창의성을 보여준 선수는 바로 박주영선수였습니다. 많은 경기를 뛰지 못하면서 경기감각이 최고로 올라와있는 모습은 아니었지만, 박주영이 볼을 잡을 때면 다른 선수들과 다르게 여유가 많이 느껴지더군요. 그리고 후반전 교체되어 분위기를 한번에 바꾼 기성용의 존재감은 대단했습니다. 심리적으로 많이 몰려있는 상황에서 기성용의 파이팅넘치는 플레이는 선수들에게 큰 힘이 되었습니다. 월등한 기량으로 상대를 압박했고, 마지막 기성용의 터치라인을 따라 보여준 드리블은 상대방에게 완전히 넉다운을 시키는 것이었습니다. 해외파에 대한 논란이 많지만, 그럼에도 이런 순간에서 빛나는 것은 경험많은 해외파라는 것을 다시 깨닫게 해주었습니다.



7. 이동국의 골, 그의 가치 증명했다

이동국 선수만큼 극심히 팬들의 평가가 엇갈리는 선수도 없을 것입니다. 32세의 나이에도 불구하고 대표팀의 주전 스트라이커로 다시 돌아왔죠. 그리고 이동국 선수는 팀이 밀리는 와중에 선제골을 기록하면서 자신의 가치를 증명했습니다. 분명 가까운 거리였지만 수비수들이 많았기에 들어가기 쉽지 않은 장면이었지만, 이동국은 골을 넣으며 우리나라의 승리를 견인했습니다. 그 어느때보다 값어치 있는 골이라고 생각합니다. 최강희 감독이 대표팀 사령탑으로 있는한, 아마도 이동국선수에 대한 신뢰는 계속될 것이라 생각합니다.

8. 김상식에게 박수를

오늘의 보이지 않는 MVP는 김상식 선수라고 생각합니다. 공격전개나 뛰어난 패스를 보여준 것은 아니지만 김상식선수는 정말 열심히 뛰어다니면서 상대방의 공격을 차단했습니다. 개인기가 뛰어난 상대방의 측면자원들을 막기 위해 좌우를 가리지 않고 풀백의 수비를 도와주었고, 상대편 수비진까지 압박을 해주면서 우리나라의 큰 힘이 되어주었습니다. 그의 나이 37세이고 이미 합류부터 원포인트임을 밝힌 상태이기에 그에게 오늘 경기는 국대은퇴전이나 다름없는 경기였고, 그는 마지막까지 최선을 다했습니다.

9. 쿠웨이트, 정말 좋은 팀이었다.

그리고 상대팀 쿠웨이트의 선전도 인정해줘야 할 것 같습니다. 원정팀의 무덤으로 불리우는 우리나라 상암구장에서 공격을 주도하고, 이변을 연출할 가능성마저 보여주었던 쿠웨이트의 경기력은 분명 우리보다 좋았습니다. 단지 골을 먹힌후 선수들의 멘탈붕괴가 마지막 무기력한 모습으로 변하게 만들었죠. 알 무투와, 알 에네지, 유세프 네세르와 같은 선수들은 우리나라선수들과의 개인기량차가 많이 나지 않아보였습니다. 그들이 공을 잡을 때마다 왜이렇게 떨리는지, 전반전 만큼은 월드컵 아르헨티나전을 보는듯한 기분이었습니다. 오늘의 경기를 위해 4주합숙을 하고 9시에 경기를 벌였던 쿠웨이트의 엄청난 발전은 칭찬해줘도 괜찮을 것같습니다. 다만 매너가 그들의 석유의 색깔이었던 것은 제외하고 말이죠.

10. 이동국-박주영의 공존, 최상의 카드는?

지난 우즈벡전과 달리 우리나라는 4-4-2전술을 썼고, 그 이유는 두 명의 버릴 수 없는 카드인 박주영과 이동국이라는 걸출한 공격수들을 모두 사용하고 싶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오늘 경기에서 이 두 선수의 공존이 쉽지 않음을 깨달았습니다. 미드필더의 플레이가 이둘을 지원해줄 수 없었기에 두 선수의 플레이가 살수 없었죠. 오히려 두 선수중 한 선수를 벤치에 앉히고 3명의 중앙 미드필더를 기용했다면, 전반전 플레이가 더 좋았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두 선수의 공존은 앞으로도 계속될 문제라고 생각이 되네요. 현명한 카드를 갖고 나오기를 기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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