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트넘, 맨유 징크스에 또 무너지다

Posted by Soccerplus
2012. 3. 5. 08:19 축구이야기
토트넘은 최근 몇년간 리그에서 좋은 성적을 보여주었던 신흥강호입니다. 단지 승점싸움에서 상위권에 올라 높은 순위를 차지한게 아니라, 강호들과의 경기에서 아스날과의 북런던 더비는 물론이고 첼시, 리버풀과도 좋은 승부를 기록한 적이 많습니다. 하지만 단 한팀, 바로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에게는 굉장히 약했습니다. 올시즌을 제외하면 최근 5년간 맨유의 홈에서는 5전 전패, 자신의 홈에서는 2무 3패라는 처참한 기록을 남겼고, 올 시즌 맨유에서 이뤄진 첫 경기도 4:0으로 대패하면서 맨유만 만나면 너무나 약해지는 팀이라는 징크스가 생겨버렸습니다.




축구도 심리적인 요소가 많은 스포츠이기 때문에 이러한 징크스는 쉽게 깨지기 힘듭니다. 하지만 방금 끝난 맨유와 토트넘 경기에 대한 예상은 그럼에도 불구하고 토트넘의 우세를 예상하는 분들이 많았습니다. 쉽지 않은 승부가 되겠지만 두 팀의 박빙승부속에 홈 어드밴티지를 끌어안은 토트넘의 승리정도로 말이죠. 맨유는 맨시티를 쫓아가기 위해 승점이 필요했고, 토트넘은 쫓아오는 아스날로부터 도망가기 위한 승점이 필요했습니다. 거기에 토트넘은 지난 경기 아스날에게 대패를 한 안좋은 흐름에서도 벗어날 필요가 있었습니다.

토트넘은 에이스인 베일과 파커가 부상으로 나오지 못했습니다. 하지만 토트넘은 그렇다고 수비적으로 나오거나 소극적인 승부를 펼치지 않았습니다. 맨유를 상대로 4-5-1로 중원을 두텁게 하는 조심스런 승부보다는 지난주 아스날을 상대로 보여주었던 아데바요르-사하 투톱의 4-4-2 시스템을 구축했습니다. 상당히 공격적인 의미가 있는 변화입니다. 맨유도 생각할 수 있는 범위에서 최상의 전력을 데리고 나왔습니다. 한가지 변화는 긱스가 나오지 않았던 것인데, 강한 압박이 있는 경기에서 그 활약도가 떨어졌던 기억이 있는 긱스를 제외하고 오히려 롱패스가 뛰어난 캐릭과 스콜스를 투입시키면서 중원싸움을 되도록이면 피하고자 하는 의도가 엿보였습니다.

경기의 뚜껑을 열자 토트넘이 우세한 분위기로 흘러갔습니다. 중원에서 리버모어와 모드리치의 압박이 정말 활발했습니다. 에브라를 상대로는 늘 좋은 모습을 보여주었던 레논의 드리블또한 좋았고 아데바요르도 공격의 정점역할을 훌륭하게 소화하며 팀을 계속해서 상승분위기로 이끌었습니다. 베일과 파커라는 팀의 중추적인 두 선수가 빠졌음에도 불구하고 맨유를 상대로 우세한 경기를 펼쳤던 토트넘의 경기력은 가히 대단했습니다. 맨유는 강한 압박에 헤어나오지 못하고 패스미스를 연발했고 전반 내내 주도권을 내줬습니다. 토트넘은 계속해서 맨유의 골대를 압박했지만 골은 기록하지 못했습니다. 전반 36분 아데바요르의 슛이 골망을 흔들었지만 아쉽게도 핸드링 반칙으로 선언되었습니다.

하지만 선제골의 주인공은 바로 맨유였습니다. 전반 끝나기 직전 애쉴리 영의 크로스를 루니가 헤딩으로 밀어넣었습니다. 전반전 내내 주도권을 쥐고 있던 토트넘선수들에게는 '맨유 징크스'가 생각날 수 밖에 없는 골이었고, 맨유입장에서는 다시한번 '맨유 인력의 법칙'을 생각하게 만드는 골이었습니다.

후반전이 시작하고 토트넘 선수들은 다시한번 마음을 가다듬으며 전반전과 같은 주도권을 가져왔습니다. 후반전 시작 15분 내내 맨유는 제대로된 슈팅 찬스를 가져오지 못했고 그에 반해 토트넘은 여러차례 좋은 찬스를 만들기도 했습니다. 오늘도 데 헤아의 슈퍼세이브가 여러차례 빛났는데, 후반 7분 리버모어의 중거리슛이 굴절된 것을 바로 막아낸 그의 반사신경은 가히 압권이었습니다.



후반 15분, 이날 경기의 두번째 골이 터졌습니다. 그리고 그 골의 주인공은 토트넘이 아닌 맨유의 애쉴리 영이었습니다. 오른쪽 라인에서 드로윙을 한 볼이 공간을 정확하게 간파하면서 사이드라인을 무너뜨렸고, 나니의 크로스가 프리델골키퍼를 맞고 나온게 또 애쉴리 영에게 흘러갔습니다. 애쉴리 영은 골대 앞에 수비수가 많이 있엇음에도 불구하고 빈 공간으로 강한 발리슛을 날렸고 2:0으로 맨유는 사실상 승부를 갈랐습니다.

전반전, 그리고 후반 15분까지도 강력한 압박으로 오버페이스를 했던 토트넘 선수들은 정신적으로 무너질 수밖에 없었습니다. 그리고 몇 분 뒤, 애쉴리 영의 전매 특허인 오른발 인프론트 중거리슛이 터지면서 두 팀의 승부는 끝이 나고 말았습니다. 맨유는 남은 시간 여유있게 볼을 돌리며 경기 운영능력의 묘를 보여주었고, 토트넘도 막판 데포의 골로 체면치레는 간신히 했지만 맨유에게 또 다시 패하며 아스날의 승점 4점차로 차이를 좁혀주고 말았습니다.

이제 두 팀의 천적관계는 6년째로 이어지게 되었습니다. 매년마다, 특히 맨유의화이트하트레인 원정은 토트넘이 밀리지 않는 경기를 하다가 맨유에게 패배를 했던 경기가 많은 것 같습니다. 2008년 경기막판 어이없는 패널티킥을 내주며 패배를 했고, 또 오늘 경기에서도 결국 무너지고 말았지요. 박지성 선수는 78분 교체투입되며 컨디션을 점검했고 맨유는 맨시티와의 승점간격을 계속해서 유지하며 시즌 막판까지 선두경쟁이 치열할 것으로 보입니다.

토트넘의 '맨유 징크스'도 놀랍고, 맨유의 경기운영능력도 놀랍습니다. 스콧 파커와 가레스 베일이 있었다면 어떤 경기가 되었을지 궁금하군요. 중원에서 완전히 밀렸음에도 노련한 수비로 후반 끝나기 10분전까지 실점을 하지 않은 맨유수비진이 빛났고, 데 헤아가 그중 단연 빛났습니다. 움직임은 모르겠지만 두 개의 슛을 골네트에 꽂은 애쉴리 영의 킥도 빛났던 경기가 아닌가 싶습니다.
글이마음에들면추천↓한방! (로그인 불필요)블로그가마음에들면정기구독+ 해주세요sz

soccerplus.co.kr 로 더 편하게 저의글을 읽으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