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일했던 맨유, 용감했던 빌바오에게 완패하다

Posted by Soccerplus
2012. 3. 9. 10:18 축구이야기
맨유와 빌바오의 유로파리그 16강경기가 맨유의 홈구장인 올드트래포드에서 펼쳐졌습니다. 맨유가 챔스리그에서 탈락하긴 했지만, 여전히 리그에서도 강한 모습을 보여주고 있고 특히 이번 경기는 홈경기이기에 맨유의 승리를 예상하는 팬들이 많았습니다. 빌바오를 무시하는 것이 아니고, 요렌테와 무니아인을 중심으로 한 빌바오의 악착같은 플레이는 익히 들어, 그리고 경기를 보아서 알고 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맨유의 힘이 홈에서 빌바오를 제압할 수 있지 않을까라는 예상을 하는 것이 지극히 일반적인 것이었죠.


빌바오가 리그에서 선전은 하고 있지만 바르셀로나, 레알 마드리드, 발렌시아와 같이 손꼽히는 빅클럽도 아닙니다. 비엘사감독의 지도가 있지만 리그에서 9승 10무 6패이고 특히 홈에서 6승5무2패 원정에서 3승 5무 4패를 거뒀을 정도로 홈에서 강한팀입니다. 오늘 경기를 보고 다른 착각을 할 수도 있지만 분명히 맨유보다는 아래의 팀인 것만은 확실합니다. 그런 빌바오가 홈과 원정 두경기가 펼쳐지는 토너먼트에서 맨유의 힘이 강하게 느껴질 원정경기에서는 수비중심으로 실점을 최소화하는 축구를 그리고 승부는 자신들의 홈에서 결정을 짓는 것이 일반적인 시나리오일 것입니다.

이러한 생각은 빌바오의 비엘사 감독뿐 아니라 맨유의 퍼거슨 감독의 머릿속에도 분명히 있었을 것입니다. 그리고 홈에서 충분히 우위를 잡을 수 있을 것이라는 안일한 생각은 퍼거슨감독의 선발 라인업에서 드러납니다. 영과 치차리토, 그리고 긱스가 선발라인업에 자리잡았죠. 수비가담이 좋지 않은 세선수가 선발라인업에 자리잡았고 그를 받쳐주는 미드필더는 전문 수비형미드필더가 아닌 필 존스였습니다. 선수들이 부상으로 무너졌던 12월 말 존스선수가 중앙 미드필더로  몇경기에서 나왔지만 엄청난 인상을 남기지는 못했습니다. 발렌시아가 있었더라면 공수밸런스가 좋은 발렌시아가 나왔어야 했지만 부상으로 없었고, 필 존스 대신 캐릭이 나오거나 혹은 치차리토대신 활동량이 많은 웰백이 나왔어야 했을 부분입니다. 수비진에서도 퍼디난드를 쉬게 하고 스몰링과 에반스를 투입시켰죠.

아니, 사실 빌바오의 수비적인 모습을 예상했다면 이러한 포메이션은 충분히 활용가치가 있습니다. 그리고 맨유가 빌바오를 압도할 것이라는 것은 최소한 퍼거슨감독의 머릿속에는 있었던 시나리오였던 것으로 생각이 됩니다. 하지만 빌바오는 사실상 필 존스밖에 없었던 중원을 완전히 장악했습니다. 중원의 숫자를 늘리고 요렌테와 무니아인, 수사에타의 삼각편대에게 볼을 집중시키며 효율적으로 공격을 이끌어 냈죠. 맨유팬으로써 올 시즌 가장 답답한 경기중 하나였습니다. 그만큼 비엘사감독이 준비를 잘 했습니다. 선수들의 패스웍이 좋았고, 특히 스페인특유의 원터치패스는 맨유선수들이 적응을 하지 못하고 계속해서 좋은 찬스를 허용하게 만들었습니다.

오늘 경기는 90분내내 빌바오의 유리한 점유율속에 진행이 되었습니다. 선수들의 활동량에서도 그리고 효율성면에서도 훨씬 더 앞섰습니다. 하지만 빌바오는 전반 이러한 압도적인 기세에 큰 위협을 받을 뻔 했습니다. 바로 전반 21분 루니에게 선제골을 허용한 것이죠. 초반부터 강한 중원장악을 한 팀이 선제골을 먹혔을 경우 선수들의 사기가 저하되면서 나머지 경기를 힘들게 이끌고 가는 경우가 굉장히 많습니다. 하지만 빌바오는 오히려 실점을 한 뒤 조금 더 스퍼트를 올렸습니다. 그리고 전반 끝나기전 요렌테의 헤딩슛이 들어갔죠. 이 것이 후반전의 분위기를 결정지었다고 생각합니다.

심리적으로 자신들이 압도하는 경기에서 선제골을 허용하고 전반전을 끝내는 것과 전반전막판 동점골을 넣고 끝내는 것은 천지차이입니다. 후반전에 한골을 다시 따라잡은 뒤 시작해야되는 느낌과 이미 전반전을 압도하고, 1:1을 만든뒤 다시 자신의 플레이를 보여주면 되는 것의 차이는 정말 다른 것이죠. 전반전 마지막 골은 그런 큰 의미가 있었습니다. 그렇게 후반전은 계속해서 빌바오의 페이스였습니다. 맨유가 제대로된 기회를 만들지 못했던 반면 빌바오는 계속해서 찬스를 만들어냈습니다. 오히려 데헤아의 선방덕분에 대파할 수 있는 경기를 한점차 승부로 끝낸 것이 아쉬웠죠. 데 마르코스, 무니아인의 골이 연속해서 터지며 빌바오는 맨유원정에서 승리를 거뒀습니다.


맨유의 입장에서는 3번째 골의 실점상황이 조금 아쉬울 수도 있습니다. 에브라의 축구화가 벗겨졌는데 맨유의 파울을 선언하고 그 상황에서 골이 들어간 것이었죠.  경기 후 마이클 캐릭의 트윗을 통해 본 사실은 심판이 빌바오선수에게 맨유에게 공을 건내주라는 요청을 했다는 것이었는데 심판은 골이 들어가니 모른척을 했다고 합니다. 두번째 골상황도 오프사이드가 의심되는 상황이긴 했죠. 하지만 전반전 스몰링의 패널티킥성 반칙을 불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오늘 맨유 패배의 원인은 심판의 어설픈 판정이 아닌 안일했던 맨유 자신입니다.

다행스러운 것은 맨유가 경기 끝나기 전 PK를 성공시키며 2차전에 대한 가능성을 남겨둔 것이죠. 1차전은 맨유가 빌바오에게 심리적으로도, 전술적으로도 완패를 거뒀습니다. 비엘사와 퍼거슨 명장들의 대결에서 자존심의 상처를 입은 퍼거슨의 대응이 어떻게 될 지 기대가 됩니다. 한가지 사실은 올시즌 빌바오가 단 한차례도 홈에서 2점차 이상의 패배를 당하지 않았다는 것입니다. 1점차 승리에서 맨유의 승리 시나리오는 3:2이상이 되어야합니다. 여러모로 기대가 되는 16강 2차전이 되겠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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