맨유, 90분내내 처참했고 훨씬 더 부족했다

Posted by Soccerplus
2012. 3. 16. 10:40 축구이야기
빌바오 원정은 레알마드리드나 FC바르셀로나도 힘겨워하는 어려운 원정입니다. 거기에 무조건 2점차 이상의 승리를 거둬야 하는 맨유였고, 맨유는 늘 중원에서 강한 압박을 구사하는 팀에게, 그리고 스페인팀들에게 힘겨운 경기를 펼쳤습니다. 이런 어려운 악재들을 모두 갖고 있는 원정이 맨유의 빌바오 원정이었습니다.




그럼에도 맨유의 응원하며 맨유의 8강진출을 기대하는 팬들이 있었다는 것과, 맨유의 기적을 예상하는 팬들이 꽤나 많았던 이유는 이러한 원정을 가는 팀이 맨유이기 때문입니다. 세계 최고의 명장 퍼거슨의 지도아래 또 하나의 기적을 만들어주지 않을까라는 경기가 바로 오늘 경기였습니다. 그가 감독의 자리에서 못이룬 것은 하나도 없기에, 오늘경기도 바로 그 전설의 일부가 될 것이라는 기대감아닌 기대감으로 이 경기를 시청했습니다.

그리고 이런 기대감으로 지켜봤던 경기는 하나의 수치로 압축이 됩니다. 두 팀의 슛팅 숫자개수, 맨유는 단 4개의 슛만 시도할 수 있었던 반면, 빌바오는 이의 3배가 넘는 14개의 슛을 기록했습니다. 점유율은 50:50, 두 팀의 경기양상이 어떠하였는 지를 알 수 있는 수치입니다. 빌바오가 강한압박으로 위협적인 공격패턴을 가지고 가면서 슛을 많이 날렸고, 맨유는 자신의 볼을 소유하는데 급급하면서 압박에 무기력한 모습을 보였음을 수치로도 충분히 알 수 있습니다.

퍼거슨 감독은 자신의 팀이 중원에서 빌바오에게 약점을 보일 것을 아는 듯 리그와는 다른 포메이션을 들고 나왔습니다. 4-3-3 포메이션, 아니 루니를 원톱으로 하고 나머지 선수들을 모두 미드필더 지역으로 내린 사실상의 4-5-1 포메이션이었지요. 중앙의 핵심자원인 캐릭을 중심으로 박지성과 클레버리가 중앙에 위치했고, 애쉴리 영과 긱스를 양쪽 윙으로 내세웠습니다. 그리고 루니와 긱스, 박지성의 유기적인 연결을 기대했죠.

하지만 오늘 경기에서 퍼거슨이 기대한 것은 하나도 나오지 않았습니다. 이렇게 신경을 써서 미드필더를 두텁게 하고 나왔지만 스페인 팀의 강한 압박에 맨유는 도저히 정신을 차리지 못했습니다. 이투라스페, 데 마르코스, 무니아인, 수사에타, 에레라의 5명의 미드필더에 아우르테네체, 이라오라등 윙백들이 적극적으로 압박에 가세해주었고, 최전방공격수인 요렌테의 제공권과 공간활용능력이 빛났습니다. 이들은 중원을 정말 쉴새없이 뛰어다니면서 맨유의 패스웍을 차단시켰습니다. 맨유가 지난해 FC바르셀로나와 챔스결승에서 보였던 경기와 비슷했습니다. 그저 이 팀의 화려한 패스웍에 정신을 못차리면서 계속해서 주도권을 내주는 것이죠.



리그에서는 최고의 선수고 맨유의 전술의 중심인 캐릭은 압박에 강한 선수가 아닙니다. 최근에는 수비적인 컷팅에 더 강점을 보이고 있죠. 그리고 오늘 중원에 큰 책임감을 갖고 투입된 클레버리는 거의 대부분의 패스가 부정확했습니다. 상대방의 압박에 고전하면서 패스를 제대로 날릴 수 없었죠. 박지성선수도 어느정도 책임이 있었습니다. 하지만 애초에 박지성에게 기대한 것은 패스의 전개나 점유율보다는 많은 활동량으로 선수들을 도와주는 것이었습니다. 후반 막판까지 박지성선수는 중원에서 다른 선수들이 흘린 실수들을 주워담는 역할을 했습니다. 공격적으로 큰 부족함이 있었던 맨유임에도 박지성을 교체하지 못한건 이런 이유가 컸습니다. 후반전 이후에는 에브라와 하파엘이 멘탈붕괴되면서 맨유는 계속해서 찬스를 내어주었습니다.

전반 시작하자마자 후반 끝날때까지 맨유의 결정적 찬스는 단 한차례도 없었습니다. 그에 반해 빌바오는 2골이 너무 적다고 느껴질 정도로 안타까운 결정력을 보여주었습니다. 23분 요렌테의 발리슛이 터지자 승부가 급격하게 기울었고, 후반전에 전열을 가듬지 못하고 오히려 정신적으로 혼미해진 맨유는 데 헤아의 선방에 기댈수밖에 없었습니다. 53분 오른쪽 풀백인 이라오라가 맨유의 수비진 세명을 모두 제치며 시도한 슛이 오늘 경기를 단적으로 드러내는 장면이 아닐까 생각됩니다.

맨유는 모든 선수들이 못했습니다. 후반 35분쯤 애쉴리 영을 처음본것 같은 느낌이 들정도로 몇몇선수들은 아예 보이지도 않았습니다. 퍼거슨도 전술에서 비엘사에게 완벽히 밀렸죠. 이는 선수들의 컨디션이나 전술적인 문제보다는 중원에서 탈압박을 통해 경기를 풀어줄 좋은 선수의 영입이 시급해 보입니다. 오히려 리그에서처럼 스콜스를 투입해 롱패스에 의존한 윙플레이가 더 좋은 선택이 아니었나라는 생각이 들기도합니다.

유로파리그에 진출하게 되면서 강력한 우승후보였던 맨유가 이렇게 처절하게 2연패를 당하며 탈락했습니다. 물론 가장 중요한 것은 이번 시즌 리그 우승을 차지하는 것이겠지만 다음 시즌을 위해서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를 확실하게 깨달았습니다. 챔스리그 32강 탈락이 결코 우연이 아니었음을 보여주는 사례이기도 합니다. 다음 시즌 맨유의 영입은 어떤 것이 될지 기대가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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