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운의 베르바토프, 이제는 맨유 떠나야 할 때

Posted by Soccerplus
2012. 3. 20. 08:00 축구이야기
세계 최강 클럽을 자부하는 맨유에는 핵심선수이건 서브선수이건 혹은 유망주선수이건 간에 각자 세계적인 기량이나 가능성을 자랑합니다. 최고의 기량을 가진 선수들이 치열한 주전경쟁을 통해 살아남는 어찌보면 가장 냉혹한 승부의 세계가 있는 곳이 맨유와 같은 빅팀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이러한 냉혹한 승부의 세계에서 올 시즌 너무나 아쉽게도, 그에게는 억울하게도 팀에서 버림받고 있는 선수가 있습니다. 바로 불가리아의 '백작' 디미타르 베르바토프입니다.



베르바토프, 맨유 2008/2009시즌 여름이적시장 종료를 앞두고 우리나라돈으로 600억원, 현지가격으로 30M파운드가 넘는 가격과 선수를 임대해주는 댓가로 데려온 선수입니다. 토트넘에서 가히 리그 최고의 공격수였고, 그 전시즌에는 프리미어리그 베스트 11에 선정되기도 했습니다. 맨유는 기존의 호날두-루니-테베즈와 함께 베르바토프를 영입함으로써 판타스틱4를 꿈꿨습니다. 베르바토프역시도 맨유 합류의지가 강했습니다. 당시 토트넘과 그렇게 좋지 않은 채로 결별을 했고, 현재도 토트넘팬들에게는 좋지 않은 기억으로 남아있지요. 그를 간절하게 원했던 퍼거슨과 그를 간절하게 내어주고 싶지 않았던 팬들과 팀이 있었을 정도로 그는 프리미어리그 최고의 공격수중 하나였습니다.

당시에 그가 영입되었을 때, 베르바토프의 활용가치에 대한 의문이 제기되었습니다. 스피드와 활동량, 다이내믹한 속도축구를 구사하는 맨유와 스피드보다는 테크닉을 주무기로 하는, 활동량은 떨어지는 베르바토프와의 궁합이 맞지 않는다는 것이었지요. 당시 베르바토프를 영입하면서도 많은 언론들이 자신의 플레이를 바꿀것이냐는 질문에 그는 그렇지 않겠다고 답변했습니다. 입단당시 이미 27세였고, 그의 존재자체가 이미 월드클래스였기 때문에 굳이 그럴필요가 없을 것이고, 이런 베르바토프를 이용해 새로운 공격옵션을 창출해 낼것이란 예상이 나왔습니다.

당시 팀의 이적레코드를 갈아치우면서 데려온 선수가 베르바토프였습니다. 그에 대한 기대도 대단한 것이었죠. 하지만 그러한 투자비용이 있었다면 그에게 전술을 맞춰가는 것은 당연하지만 맨유에는 그가 넘어설 수 없는 에이스가 있었습니다. 이미 찰떡궁합을 맞추고 있었던 호날두와 루니가 있었고, 호날두가 떠난뒤에는 맨유는 루니의 팀이었습니다. 그런 베르바토프는 첫시즌 맨유에서 43경기에 출장, 14골을 기록하면서 적응의 시간을 가졌습니다. 꽤나 많은 기회가 주어졌고 그런 기회는 그의 기량에 합당한 것이었죠.

두번째 시즌은 베르바토프에게는 굉장히 힘든시기였습니다. 호날두와 루니가 나갔음에도 불구하고 베르바토프는 선발출장기회가 오히려 줄어들었습니다. 팀의 태양이라고 할 수 있는 루니와의 공존이 잘 맞지 않는 모습을 보였고 본인은 부상의 시련을 겪기도 했죠. 그의 적은 활동량이 구설수에 올랐고, 그런 비난섞인 여론에 대응하기라도 하듯, 베르바토프는 누구보다 열심히 뛰는 모습이 역력했습니다. 순간순간보여주는 그의 기량은 월드클래스였습니다만, 베르바토프의 시련은 이 09/10시즌부터 차츰차츰 시작되었습니다.

10/11시즌, 루니의 장기결장을 틈타 베르바토프는 맨유를 살렸습니다. 20골을 기록하며 EPL득점왕 고지에 올랐음에도 불구하고, 베르바토프는 루니가 복귀하자 외면당했습니다. 당시 멕시코에서 영입된 신성 치차리토에게 주전자리를 내어주었고, 챔피언스리그 결승전 명단에서도 제외되었습니다. 오웬에게도 밀렸던 것이죠. EPL득점왕이 가장 중요한 경기인 챔스리그 결승전에서 명단 제외라니, 이는 본인에게도 크나큰 치욕이 아닐 수 없습니다. 당시 맨유와 결별설이 나돌기도 했지만 베르바토프는 다시한번 잔류를 선언했습니다.

그리고 이번시즌, 이제는 베르바토프도 맨유와 결별을 결심해야할 때가 온 듯 보입니다. 루니가 부상으로 빠진 박싱데이 몇경기를 선발로 출장한 것 이외에는 올시즌 중요한 리그나 챔스리그에서 선발로 나오지 못했습니다. 기존의 로테이션멤버인 박지성과 같은 선수가 선발로 나오지 못하더라도 계속해서 서브로 출전하는 것에 비해 그는 올시즌 교체기회도 5번밖에 부여받지 못했습니다. 그리고 최근 몇경기에서는 아예 명단에 제외가 되었고, 퍼거슨감독은 그가 팀을 떠날 것이라는 인터뷰를 하기도 했습니다. 아직도 녹슬지 않은 기량을 보여줄 나이임에도 불구하고, 베르바토프는 퍼거슨의 리빌딩정책에 의해 희생당한 비련의 주인공입니다. 20살의 웰백에게 완전히 주전자리를 내어주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조금 더 기회를 줄 수 있었지 않았을까라는 아쉬움은 여전히 남아있습니다.

아쉬움이 너무 큽니다. 39세의 긱스 38세의 스콜스를 계속해서 기용하는 퍼거슨감독이지만, 유독 베르바토프에게는 기회가 없습니다. 물론 그의 자리에는 자라나야할 어린 선수들이 많고, 팀의 전술과도 맞지 않는 부분이 많이 있습니다만, 이런 수준의 공격수가 벤치를 달구는 것은 너무나 아쉬운 일입니다. 그가 한방으로 경기를 뒤집는 스타일의 공격수가 아니라, 선발로 출전해 계속해서 찬스를 노리는 스타일의 공격수라는 점도 그의 기회를 줄여버린 요인이었습니다.

27세의 나이, 토트넘에서 최정점을 찍고, 세계적인 클럽에서 더 명성을 드높일 기회를 잡는 것으로 보였으나, 선수로써 최정상의 기량을 자랑할 나이에 그는 벤치를 지키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다른 선수에게는 풍부하게 기회를 주는 퍼거슨감독임에도 불구하고 베르바토프에 대한 푸대접은 조금 이해가 되지 않습니다. 그럴꺼면 왜 이 선수를 30m이라는 거금을 주고 샀으며, 쓸 생각이 없는 선수를 일찍 팔지 않고 계속해서 데리고 있느냐에 관한 부분에서 말입니다. 이 부분에서는 퍼거슨감독이 최근 몇년동안 한 영입중에 가장 의문점을 남기는 부분인것으로 보입니다.

올시즌 베르바토프는 계약기간이 종료됩니다. 퍼거슨이 재계약의사를 보이지 않고, 이제 3개월밖에 계약기간이 남지 않았으니 사실상 베르바토프는 팀을 떠나게 되겠죠. 아직도 중상위권클럽의 주전공격수로는 충분한 자질을 갖고 있는 그입니다. 다시 비상하는 백조의 모습을 기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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