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르샤는 화려했고, 밀란은 조금 더 견고했다

Posted by Soccerplus
2012. 3. 29. 13:19 축구이야기

스페인과 이탈리아, 유럽축구를 넘어서 세계축구의 강호중에 강호이고 세계의 축구흐름을 이끌어가는 두팀입니다. 한 나라는 화려한 테크닉으로, 그리고 다른 한 나라는 빗장수비로 대표되는 단단한 수비축구로 유명하죠. 세계축구가 워낙 비슷한 흐름으로 가고 있긴 하지만, 수십년동안 이어져온 두 큰 줄기는 변하지 않습니다. 그리고 이 두 나라를 대표하기에 손색이 없는 두팀, FC바르셀로나와 AC밀란이 챔피언스리그 8강에서 만났습니다. FC바르셀로나는 현재 명실상부한 세계 최강의 팀이고, 밀란은 최강의 자리에서는 내려온 모습을 보이고 있죠. 하지만 두 팀의 맞대결이라는 것만으로도 오늘의 경기는 충분히 시청할만한 가치가 있었습니다. 


바르셀로나는 다비드 비야를 제외하고는 팀의 전력에서 제외된 선수가 없습니다. 바르셀로나는 사비, 이니에스타, 메시, 알베스, 알렉시스 산체스, 푸욜, 피케와 같이 세계적인 선수들이 모두 선발로 나왔던 반면에 밀란은 반 봄멜, 아바테, 파투, 티아구 실바등 주축선수들이 모두 부상이나 징계로 경기에 나오지 못했습니다. 밀란이 제대로된 경기를 펼칠 수 없다는 것은 이미 예상했던 바였지만 오늘 경기는 밀란의 홈이었던 산시로였고 이브라히모비치가 세리에 A에서 워낙 좋은 활약을 펼쳤기에 뭔가 모를 이상야릇한 희망이 있었습니다. 하지만 많은 전문가들은 바르셀로나의 우세한 경기, 바르셀로나의 승리를 예상했죠.

경기는 0:0으로 끝났습니다. 바르셀로나의 점유율은 65퍼센트, 밀란의 점유율은 35퍼센트였을 정도로 바르셀로나가 반코트경기에 가까운 경기를 펼쳤습니다. 슛팅숫자도 바르셀로나 18, 밀란 6이라는 압도적인 결과였죠. 하지만 바르셀로나는 골을 넣지 못했고, 경기는 0:0으로 비겼습니다. 밀란의 홈이었지만 밀란은 부상병동에서 이정도의 점유율을 내어주면서도 무승부를 거둔 점에서는 만족스러웠을 것입니다.

기록을 떠나 경기의 면면을 살펴보면 오늘 경기가 얼마나 흥미진진했는지를 알 수 있습니다. 스페인의 창과 이탈리아의 방패가 제대로 만나 자웅을 겨루는 느낌이었습니다. 바르셀로나가 메시와 사비, 이니에스타의 물흐르는듯한 패스워크를 바탕으로 화려하게 플레이를 이어가면서 밀란의 골문을 위협했다면, 밀란의 수비수들은 완벽한 위치선정과 적재적소의 태클, 그리고 아비아티의 결정적인 선방등으로 위협적인 찬스를 최소화했습니다.

바르셀로나는 늘 그들이 그렇듯 하프라인 넘어서 계속되는 패스를 하면서 밀란을 힘으로 눌렀습니다. 산시로의 미끄러운 잔디에도 불구하고 선수들은 무려 65퍼센트의 점유율을 기록했습니다. 밀란 선수들이 수비라인을 극도로 아래로 내렸고, 많은 선수들을 수비적으로 포진시켰습니다만 바르셀로나도 사비의 지휘아래 강약을 조절하면서 한순간도 주도권을 내어주지 않았습니다. 이브라히모비치를 필두로 밀란의 역습도 몇차례 있었지만, 경기내내 밀란의 진영에서 공격을 펼쳤던 것은 역시 바르셀로나의 저력이구나라는 느낌을 받기에 충분했습니다. 

하지만 오늘 경기에서는 세계 최고의 팀 바르셀로나를 상대로 용감하게 싸웠던 밀란의 수비력이 훨씬 더 빛났습니다. 세계최고의 수비수였던, 그리고 여전히 그 클래스를 간직하고 있는 네스타와 보네라, 그리고 안토니니, 멕세스의 포백라인은 결정적인 찬스를 한번도 허용하지 않았습니다. 단 한번의 1:1찬스도, 뒷공간도 허용하지 않았고 이를 뚫고 날린 몇차례의 슛을 막아낸 아비아티의 선방역시도 빛났습니다. 선수들은 메시에게 드리블을 허용해도 끝까지 따라가 태클을 한 뒤 공을 따내거나 혹은 몸을 맞춰 공을 나가게 하면서 상대팀의 공격을 막아냈습니다. 빗장수비 이태리리그에서도 가장 잔뼈가 굵은 이 선수들이 몸을 날리는 장면에서 이태리의 투혼이 느껴졌습니다.

76년생 세드로프, 76년생 네스타, 77년생 암브로시니등 우리나라나이로 36, 37세의 노장들의 클래스는 밀란의 플레이중에서도 단연 빛나는 것이었습니다. 자신보다 10년이 젊은 메시를 경기내내 특별한 활약없이 꽁꽁묶은 네스타의 수비는 탄성을 자아내게 하는 것이었고, 중원을 점령한 바르셀로나를 상대로 혈혈단신 계속해서 '암자물쇠'의 역할을 한 암브로시니도 대단했습니다. 탈압박을 통해 적은 점유율에서도 유효한 공격찬스를 만들고 경기를 조율하는 세드로프의 능력역시도 대단한 것이었죠. 이 세명이 수비와 중원, 그리고 공격전개를 이끌며 '견고한' 밀란을 만들어냈습니다. 

오히려 밀란은 경기초반 2분 보아탱과 호비뉴의 결정적인 슛찬스와 19분 이브라히모비치의 찬스를 골로 연결하지 못한 것이 조금 아쉬웠습니다. 바르셀로나가 점유율과 기록면에서는 앞선 경기였지만, 밀란은 한정된 자원으로도 나쁘지 않은 경기력을 보여주었습니다. 결과만 놓고보면 바르셀로나도 원정무승부라는 소중한 기록을 만들어냈지만 경기를 따져보면 밀란이 조금 더 만족스러운 결과일 것입니다.

선전을 했음에도 불구하고 밀란은 여전히 누캄프 원정에서 골을 넣고 비기거나, 혹은 승리를 해야하는 악조건에 놓여있습니다. 세계 최강 바르셀로나를 상대로 36세 37세 선수들이 클래스를 보여주는 모습이 너무나 인상적이여서 그런 것일까요, 왠지 8강에서 밀란이 이겼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다음주 누캄프원정, 이번 챔피언스리그 토너먼트에서 첫번째 이변이 이뤄지기를 기대해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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