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대 최다 승점'을 노리는 맨유의 아이러니
우리나라에 프리미어리그라는 해외리그가 안방에 들어온 이후, 아마도 맨체스터 유나이티드는 그 어느해보다도 약한 중원과 엄청난 부상으로 힘든 시즌을 겪었습니다. 불과 4시즌 전, 호날두와 루니를 앞세워 바르셀로나를 힘으로 누르던 팀이었고, 3년전에는 호날두, 루니, 테베즈, 베르바토프라는 전세계 어디에 내놓아도 뒤지지 않을 판타스틱4와 브라운, 비디치, 퍼디난드, 에브라라는 철의 포백을 가진 팀이었죠. 하지만 호날두와 테베즈는 떠났고, 베르바토프는 잉여자원으로 전락한 가운데, 많은 선수들이 부상을 당하며 퍼거슨의 맨유역사중 가장 약한 전력이 아닌가라는 평가를 받기도 했습니다. 실제로 챔피언스리그에서 맥없이 탈락하면서 이러한 평가는 힘을 얻기도 했었죠.
하지만 시즌을 단 6경기만 남겨놓고 있는 현재 리그에서 2위 맨시티와 승점 8점을 벌려놓으며 1위를 달리고 있습니다. 남은 일정을 고려해 보았을 때, 올시즌도 맨유의 우승트로피는 따논 당상이라는 것이 지배적인 의견이죠. 선수들의 부상과 여러가지 악재에도 불구하고 뒷심을 발휘하면서 최근 8연승을 기록하며 팀은 어느새 우승을 굳혀가고 있습니다.
더욱 더 놀라운 것은 따로 있습니다. 바로 이렇게 힘든 스쿼드로 달려왔던 이번 시즌의 승점이 다른 어느시즌과 비교해도 뒤지지 않고, 오히려 퍼거슨이 기록한 역대 최고 승점인 93-94시즌의 92점을 넘을 가능성이 굉장히 높습니다. 맨유는 6경기를 남긴 현재 승점 79점을 기록하고 있는데 남은 경기에서 승점 13점이상을 얻는다면 퍼거슨이 세웠던 20년전의 기록은 깨지게 되고 만약 16점이상을 얻는다면 (6경기 전승) 무리뉴가 세웠던 역대 EPL최고기록을 경신하게 됩니다. 맨유가 챔스를 따냈던 07-08시즌의 승점은 87점이었고, 판타스틱4가 맹위를 떨쳤떤 08-09시즌의 승점은 90점이었습니다. 우승을 기록했던 지난 시즌의 승점은 80점, 맨유는 내일 위건을 물리치기만 해도 최소한 지난시즌을 넘어서게 됩니다.
굉장히 아이러니합니다. 맨유가 올시즌 정말 많은 위기상황과 위기를 겪었음에도 불구하고, 특히 12월 박싱데이에는 10명이상의 선수들이 부상으로 제외되어 본의아닌 포지션이동을 감행할 수 없었음에도 불구하고, 맨유는 지금 역대 최고의 승점을 노릴 정도의 기록을 따냈습니다. 더 아이러니컬 한것은 08-09시즌 세계 최고의 공격수가 4명이 있었을 때의 득점은 68점이었고, 챔스 우승을 한 해의 득점은 80점이었는데, 맨유의 현재득점은 78점입니다. 루니를 제외하고 이렇다할 믿음직스러운 공격수가 없는 맨유라고 하기에는 너무나 기록이 좋습니다. 이 아이러니함의 원인, 무엇일까요
가장 첫번째, 그리고 현실적인 이유는 맨유가 다른 모든 대회를 탈락했기 때문입니다. 비록 지난달까지 맨유는 주중에 유로파리그를 병행하기도 했지만, 퍼거슨이 내세운 선발명단은 베스트라고 하기에는 조금 무리가 있는 명단이었습니다. 유로파리그는 되도 그만, 안되도 그만이라는 의중이었던 것 같습니다. 거기에 칼링컵과 FA컵, 그리고 챔피언스리그를 일찌감치 탈락하면서 퍼거슨감독은 리그에만 온전히 힘을 쏟을 수 있게 되었죠. 일주일에 한번의 경기는 노장선수들이 많은 맨유에게는 굉장한 이점이 되었습니다. 다른 경기에 쏟아부을 힘을 한경기에 몰아쓸 수 있다는 것, 리그에서 승승장구를 하고 있는 큰 이유가 될 것입니다.
저는 하지만 다른 이유도 첫번째의 이유만큼이나 중요하다고 생각하는데, 바로 스콜스의 복귀입니다. 중원에서 그가 보여주는 존재감은 정말 대단합니다. 블랙번과 뉴캐슬에게 연패를당한 뒤 충격적인 복귀를 했던 스콜스. 그가 복귀한 이유 맨유는 14경기 13승 1무라는 엄청난 리그 성적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스콜스는 거의 모든 경기를 선발로 나오면서 정말 진정한 클래스를 보여주고 있죠. 단지 정신적인 지주가 아니라 실력으로도 월등합니다. 일요일경기에서 1:0으로 아슬아슬한 리드를 이어가던 상황에서 호쾌한 중거리슛으로 경기를 끝낸것은 그의 역량이 맨유에 어느정도로 미치고 있느지를 보여주는 좋은 사례가 되겠죠.
또 다른 이유는 맨유선수들의 챔피언 본능이겠죠. 최근 6시즌동안 5시즌을 가져왔고, 이번 시즌역시도 타이틀이 눈앞에 있습니다. 특히 올시즌에는 이러한 '맨유 인력의 법칙'이 더욱 더 빛을 발한 시즌이라고 생각이 되는데, 중원에서 완벽하게 상대를 제압하지 못한채로 경기를 풀어가면서 점유율도 분위기도 예년시즌처럼 상대를 압도하지 못하지만 결국은 승리를 따내는 맨유의 경기운영능력은 정말로 대단합니다. 재미없는 경기를 한다, 혹은 힘든 경기끝에 운이 좋아이겼다는 말을 하지만 어떻게든 승리를 쥐어짜내는 것도 맨유의 능력입니다. 올시즌에도 경기막판 극적인 골로 승점을 따내는 장면이 유독많았죠.
힘든 시즌이었고 유난히도 옅은 스쿼드였지만 고비때마다 선수들이 돌아가면서 폭주를 해주면서 공격을 이끌어주었죠. 시즌 초반은 나니와 애쉴리 영이었고, 그 이후에는 긱스와 캐릭이 빛났고, 발렌시아와 스콜스는 2월이후의 상승세를 주도하고 있습니다. 거기에 수비진에서는 퍼디난드와 조니 에반스가 정말 안정적이게도 잘 막아주고 있고, 시즌 내내 필요한 골을 넣어주는 루니는 이번 시즌 벌써 리그에서만 22골을 넣어주었습니다. 선수들이 슬럼프없이 계속해서 컨디션을 끌어올려 주었고, 이 바탕에는 넓게 깔아놓은 퍼거슨의 로테이션정책이 있죠.
결국은 퍼거슨입니다. 이 모든 이유들을 하나로 묶는 것은 퍼거슨이죠. 매번 맨유글을 쓸때마다 퍼거슨을 빼놓고는 이야기하기가 힘들다는 것을 절실하게 느끼고 있습니다. 선수들의 컨디션은 물론이고 심리적인 상태와 팀의 분위기를 끌어올리는 능력은 이미 전무후무한 정도의 업적이 말해주고 있고, 올 시즌은 특히 과감히 스콜스를 복귀시키며 팀을 완전히 안정시켰습니다. 올시즌 스콜스가 없었다면 맨유는 지금도 1위자리를 차지하지 못했을 것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아이러니합니다. 그 어떤때보다 힘든 시즌이라는 말을 많이 들었음에도 이렇게 좋은 성적을 거두고 있는 것이말이죠. 한편으로는 위기속에서 더욱 더 빛나는 맨유의 모습이 EPL최고 명문 맨유를 만든 것이 아닌가라는 생각이 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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