첼시의 투혼, 난공불락 바르샤를 무너뜨리다
지난 주에 있었던 첼시와 바르셀로나와의 경기는 참으로 세간의 주목을 많이 받았습니다. 3년전에 있었던 오심투성이의 대결은 두 팀의 대결에 기름을 붓는 것이었고, 거기에 누가봐도 바르셀로나가 더 강한 두 팀의 전력차이는 오묘하게 첼시가 얼마나 버틸수 있을까라는 알 수 없는 기대감을 만들기도 했습니다. 리그에서 4위권에 들지도 못하고 있고, 시즌 중간에 감독이 경질된 첼시와, 첼시전의 승리이후 3년동안이나 세계축구의 황제자리를 지키고 있는 바르셀로나와의 대결이었습니다. 지난 경기는 디 마테오감독 대행의 질식수비가 첼시를 1:0의 승리로 만들었죠. 점유율은 8:2였고 슛팅숫자도 20개이상 차이가났었습니다.
지난 경기를 첼시가 1:0승리로 끝냈음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이번 4강전의 승자는 바르셀로나가 될 것이라고 하는 예상이 많았습니다. 해외베팅사이트의 배당률을 살펴보니 바르샤의 승리를 예상하는 배당률은 1:1.4정도, 그에 반해 첼시의 승리를 예상하는 배당률은 1:6이었습니다. 무승부의 배당률도 1:4정도, 문제는 첼시가 어떻게 이기느냐가 아니라, 몇점차로 지느냐, 골은 넣을 수 있는가가 더 큰 관심거리였을수도 있습니다. 경기장은 누캄프였고, 지난 주말 레알마드리드에게 사실상 리그우승을 내어준 바르셀로나는 더 이상 물러날 곳이 없었습니다.
경기의 양상은 불보듯 뻔했습니다. 첼시는 지난 스탬포드브릿지 원정에서 썼었던 10백작전을 그대로 사용할 것입니다. 두텁게 블록을 쌓아서 첼시의 유효슈팅을 막는 작전을 쓸것이고, 바르셀로나는 자신들이 가장 잘하는 점유율축구를 구사하면서 첼시의 빈공간을 파고들 것이라는 예상이었지요. 그리고 그렇게 경기가 진행되었습니다. 첫경기의 히어로인 드록바까지도 수비에 적극적으로 가담하면서 첼시는 최종수비라인에 6명, 그 윗선에 4명을 두면서 바르셀로나의 진격을 막아냈습니다. 기회는 많았지만 그들에게 유효슛팅까지 허용하지는 않았죠.
하지만 34분, 두 팀의 균형이 깨졌습니다. 왼쪽 측면을 파고든 쿠엔카의 패스가 완벽한 찬스를 만들었고, 부스케츠가 골을 기록하면서 1:0으로 경기가 갈렸죠. 이 골이 경기의 양상을 갈라놓지는 않았습니다. 첼시는 여전히 10백을 사용해 연장까지 버티면 또 다른 기회가 있었으니 말이죠. 하지만 1분뒤, 존 테리가 퇴장을 당하고 맙니다. 순간적인 흥분으로 알렉시스 산체스의 엉덩이을 가격하면서 곧바로 퇴장을 당했죠. 당황한 첼시 선수들은 5분 뒤, 메시에게 돌파를 허용한뒤 이니에스타에게 또 골을 허용하고 맙니다.
누캄프에서 2:0, 전반 초반에 개리 케이힐이 부상으로 교체가 되었고, 주장 존 테리까지 퇴장을 당했습니다. 보싱와와 애쉴리 콜이 센터백을 맡아야했고, 심지어 드록바가 풀백으로 뛰었습니다. 첼시의 상황은 그정도로 심각했고, 시간이 계속지나간다면 바르셀로나가 홈에서 아주 손쉬운 승리를 갖고 올 수 있는 분위기가 형성이 되었습니다. 하지만, 첼시는 그렇게 무너지지 않았습니다. 전반 끝나기 직전, 첼시는 램파드의 패스를 하미레스가 아름다운 마무리로 골을 기록하면서 다시 우위에 섰습니다. 두경기 합계 2:2였지만 원정골 우선원칙으로 인해 그대로 경기가 끝나게 된다면 첼시가 올라가는 것이었죠.
그럼에도 불구하고 후반 45분이 남아있었기에 여전히 바르셀로나가 우위에 있어보였습니다. 전문 센터백자원이 없는 첼시를 바르셀로나가 45분동안 한골도 넣지 못할 것이라는 생각은 하기 힘드니말이죠. 바르셀로나는 침착하게 후반전, 다시 자신들의 플레이를 이어나갔습니다. 그리고 후반 10분경, 세스크 파브레가스가 귀중한 패널티킥을 얻어냅니다. 풀백으로 전환한 드록바의 어설픈 수비가 이 기회를 헌납했죠. 하지만 메시의 슛은 골대를 맞고 나왔습니다. 20분 뒤, 메시는 다시한번 골대를 맞추면서 최고의 불운의 주인공이 되었습니다. 믿었던 메시였으니, 세계최고의 메시였으니 그 실망감은 더더욱 컸습니다.
첼시는 6명의 수비수를 가장 아래 라인에 내리고, 3명의 선수를 다시 그 위에 배치했습니다. 그 블록이 너무나 촘촘해서 패널티박스 바깥 10m정도에는 거의 공간을 내어주지 않았고, 이렇다할 타겟맨이나 이렇다할 중거리슛 마스터를 보유하지 않고 있는 바르셀로나에게는 넘기 힘든 벽이었습니다. 첼시선수들은 정말 몸을 던져서 수비를 했고, 넘어지자마자 일어나서 다시 태클을 가하고, 다시 몸싸움을 하는 투혼을 보여주었습니다. 승부는 점점 거칠어져 갔지만, 첼시선수들은 인내심을 잃지 않았습니다. 한번의 실수가 바로 탈락으로 이어질 수 있음을 알고 있었으니 말이죠.
후반전의 시계가 흘러가면 흘러갈 수록, 바르셀로나는 초조해졌습니다. 전원이 공격을 했고, 아쉬운 찬스는 계속되었지만 체흐의 선방에 막혔습니다. 그리고 후반 45분, 전원공격을 하던 바르셀로나의 뒷공간이 토레스에게 열렸고 교묘하게 오프사이드라인을 탔던 토레스는 팀의 2번째 골을 기록하며 사실상 승부를 종료지었습니다. 그렇게 무너질 것 같지 않던 바르셀로나의 누캄프는 무너졌습니다.
존 테리, 메이렐레스, 하미레스등 주전들이 결승전에 나오지 못하게 되었습니다만, 첼시는 오늘 정말 멋진 경기를 보여주었습니다. 토레스의 골을 허용하고 얼굴을 들지 못하는 푸욜, 유니폼에 얼굴을 넣은채 고개를 들 수 없었던 메시, 눈물을 흘렸던 산체스의 얼굴과 토레스의 세레모니가 교차되면서 두 팀의 경기는 끝이 났습니다. 경기력과 전력의 차이를 투혼과 전략이 어떻게 커버할 수 있는지를 알게 만드는 경기였습니다.
오늘도 점유율은 8:2였고, 패스숫자는 660:110이었습니다. 첼시는 3개의 유효슛팅중 2개를 골로 연결했고, 바르셀로나는 패널티킥을 넣지 못하며 스스로 궁지에 몰렸습니다. 바르셀로나는 계속횡패스로 자신들의 플레이를 이어갔지만, 오늘 같은 경기에서는 조금 더 과감한 플레이가 필요했다고 생각합니다. 첼시의 엄청난 투지와, 바르셀로나의 판단 미스, 그리고 약간의 운은 무너지지 않을 것 같았던 난공불락을 함락시키는 요인이 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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