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자철, 아우구스부르크판 임대의 전설

Posted by Soccerplus
2012. 4. 29. 08:00 해외파 이야기/구자철


올시즌 분데스리가의 개막을 앞두고 유력 축구전문지인 키커에서 강등후보를 발표했습니다. 가장 유력한 후보로 선정된 팀은 아우구스부르크였습니다. 올시즌 승격팀이었고, 선수층도 얇았고, 분데스리가에 잔류하기는 어려운 것이 아닌가라는 예상이 앞섰습니다. 그리고 시즌이 절반정도 흘렀던 지난 1월, 그 예상은 현실로 다가왔습니다. 3승 6무 9패라는 성적으로 18팀가운데 17위, 하위 2팀이 강등되기에, 아우구스부르크는 그대로 간다면 강등이 되는 것이었습니다. 그렇게 경기력도 기대하기에는 힘든 것이었죠.

하지만 1월 겨울이적시장이 끝난뒤, 아우구스부르크는 15경기에서 4승 8무 3패를 기록하며 엄청난 상승세를 달렸습니다. 18경기의 승점이 14점이었는데, 나머지 15경기에서 승점을 20점을 쌓았습니다. 그리고 그 가운데에는 이적시장이 닫히기전 팀에 합류한 임대선수, 구자철이 있었습니다.

한선수의 임대로 팀의 상승세를 말하기는 어려운 것이 아닌가? 라고 반문을 하시는 분들이 있으실지도 모르겠습니다만, 구자철의 합류는 아우구스부르크에는 정말 천군만마와도 같은 것이었습니다. 늘 답답하던 팀의 공격에 활로를 뚫어주었죠. 초반에는 오른쪽 윙포워드로 중앙을 넘나드는 활약을 보여주더니 점점 팀에서의 입지가 커지자 중앙미드필더로 출장했습니다. 중앙 미드필더에서 공수조율은 물론이고 수비면 수비 공격이면 공격, 그야말로 올라운드플레이어의 모습을 보여주었죠. 어제 경기에서는 중앙에서 경기를 시작하더니 후반전에서는 왼쪽 미드필더로 활약을 하기도 했었습니다.

아우구스부르크에서 15경기를 출장해 4골 1도움, 절대로 적은 공격포인트가 아닙니다. (참고로 아우구스부르크의 팀내 득점 1위의 기록이 5골입니다) 미드필더의 자리에서 뛰는 선수를 공격포인트로 판단하기는 사실 적절하지 않다고 생각하지만, 4골의 임팩트는 정말 대단했습니다. 오른발 인프런트로 잔뜩 커브를 주었던 아름다운 슛, 오른발등에 맞으며 골키퍼를 농락하는 발리슛, 흐르는 공을 그대로 발등에 가져다 맞추며 넣었던 강슛, 슛의 테크닉과 공의 움직임은 정말 대단한 것이었습니다. 공을 다루는 테크닉만으로도 구자철 선수의 수준을 알 수 있었죠.

볼프스부르크에서 어정쩡한 감독을 만나면서 자신의 입지를 다지기 힘들었던 구자철선수입니다. 출장기회도 규칙적이지 못했고, 포지션도 이곳저곳을 돌아다니며 팀에서 입지가 굉장히 애매했습니다. 하지만 아우구스부르크로 임대후, 자신에게 맞는 옷을 입은 듯 활발하게 플레이를 했고, 자신의 플레이에도 굉장히 자신감을 찾은 모습입니다. 주말마다 이제는 EPL보다는 독일 분데스리가를 먼저 찾게 되더군요. 원래부터 발재간과 테크닉이 좋은 선수였는데, 어제 경기에서는 그 모습이 정말 도드라져 보였습니다. 수비일변도로 나선 아우구스부르크에서 공을 잡을때마다 안정적으로 연결을 해주는 유일한 선수가 구자철이었습니다.

그리고 아우구스부르크는 어제 경기로 1부리그 잔류를 확정지었습니다. 선수들은 마치 우승을 한양 벤치에서 뛰어나오며 기쁨을 만끽했습니다. 올시즌 처음으로 분데스리가로 승격해서, 분데스리가에 잔류하는 것이 얼마나 값지고 힘든 일이었는지를 알 수 있게 해주는 대목입니다.

하지만 구자철선수는 이 선수들과 함께 기뻐하지 못했습니다. 허벅지의 부상이 있었기에 경기가 끝난뒤에 드러누워 움직이질 못하더군요. 임대해서 들어온 팀을 위해 허벅지부상을 참고 90분 풀타임을 뛰었습니다. 동료들과 팬들, 그리고 감독이 그에게 고마움을 느낄래야 느끼지 않을 수 없습니다. 허벅지 부상임에도 구자철을 중간에 교체할 수 없었던 것은 그만큼 그의 기량이 팀에서 독보적인 것이기 때문입니다.

역사적인 승격이후, 팀에게 제1과제였던 1부리그 잔류의 가장 혁혁한 공을 세운 선수가 바로 구자철입니다. 타팀에서 임대를 해와서, 엄청난 활약으로 팀을 잔류시켜놓고 다시 볼프스부르크로 돌아가게 되겠죠. 하지만 작은 도시 아우구스부르크 팬들의 마음속에는 구자철 선수가 '임대의 전설'로 기억될 것입니다. 맨유의 라르손, 올시즌 아스널의 앙리가 그들의 전설이었다면, 구자철선수역시도 전설로 기억될 만한 활약을 했습니다.

시즌 마지막 경기는 공교롭게도 손흥민 선수의 함부르크와 경기를 치루게 됩니다. 두 선수모두 최고의 모습을 보여주고 있는 만큼, 올 시즌 마지막 유종의 미를 거둘 수 있기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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