맨시티 기적의 우승, 내 인생 최고의 승부

Posted by Soccerplus
2012. 5. 14. 07:42 축구이야기


저의 닉네임을 보시면 아시겠지만 저는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의 오랜팬입니다. 박지성선수가 있어서 좋아했다기 보다는 그 전부터 쭈욱 좋아하다가 박지성선수가 와서 더 좋아진 케이스가 되겠지요. 하지만 이번 38라운드를 남겨두고는 큰 기대를 하지 않았습니다. 애초부터 너무나 승부의 저울이 한쪽으로 기울어져있던 싸움이기 때문입니다. 강등권의 퀸즈파크레인저스와 맨시티의 대결은 당연히 맨시티의 승리로 예상이 되었고, 맨유가 이기든 지든 비기든, 맨시티가 이기기만 하면 승부는 끝나는 것이기에 마음을 비운채 중계를 지켜봤습니다.

올 시즌 내내 맨유와 맨시티는 엎치락 뒷치락 엄청난 선두경쟁을 펼쳤습니다. 32라운드까지 승점 8점차로 이기고 있었던 맨유는 위건에게 패하고, 에버튼에게 4:2로 앞서다가 4:4로 추격을 허용하고, 결과적으로 맨체스터 더비에서 패배를 당하면서 1위를 내어주었습니다. 맨시티는 절치부심하다 테베즈를 복귀시켰고, 그의 복귀는 팀에 큰 영향을 미쳤죠. 결국 맨시티와 맨유는 마지막까지 승점이 동률인 상태로 최종라운드를 시작했습니다.

맨유는 시작하자마자 20분만에 루니가 일찌감치 골을 넣었습니다. 루니를 원톱으로 안정적이면서도 공격지향적인 전술을 펼쳤던 맨유의 전술은 그들이 할 수 있는 최상의 것이었습니다. 일단 무조건 이기면서, 패배하지 않는 전술이었죠. 선제골을 넣은 후, 추가골이 들어가지 않자 긱스와 스콜스를 중심으로 한 점유율축구를 계속해서 유지하며 팀의 밸런스를 유지했습니다. 경기를 그렇게 계속 끌고 가면서 이티하드 스타디움의 눈치를 살피는 것이었죠.

스타디움 오브 라이트의 승부가 맨유의 점유율 축구로 1:0 다소 쳐지는 경기를 펼치고 있을 때, 이티하드 스타디움의 긴장감은 극도에 달했습니다. 맨유가 골을 넣은 것이 전해진 상황에서 퀸즈파크의 밀집수비는 빛을 발했고, 전반의 시간이 지나가는데도 맨시티는 득점하지 못했습니다. 바로 그시점에서 올시즌 한골도 넣지 못한 자발레타의 골이 터졌습니다. 이전 장면에서 손목을 삐끗한 케니골키퍼의 실수가 동반된 것이었지만, 이 극적인 상황에서의 골은 이티하드를 열광시키기에 충분했습니다. 이 한골을 지키기만 하면 맨시티의 44년만의 우승은 확정이 되는 것이기 때문입니다.

전반을 1:0으로 마친 뒤, 후반전이 시작하자마자 맨시티에게는 악몽이 시작됩니다. 후반이 시작한지 3분만에 맨시티 수비수 레스콧의 실수를 틈타 지브릴 시세가 동점골을 터뜨린 것입니다. 이렇게 경기가 끝난다면 맨유가 맨시티를 승점에서 앞서 우승을 가져가게 되는 것이었지요. 다시한번 쫓기게 된 맨시티 팬들의 표정이 클로즈업 되었고, 선수들의 플레이도 긴장감에 휩쌓이기 시작했습니다.

퀸즈 파크의 중원을 책임지던 조이바튼이 후반 10분, 테베즈와의 경합장면에서 퇴장을 당했습니다. 이제 남은 35분의 시간, 경기의 분위기는 정해졌습니다. 막는자, 그리고 넣는자, 우승하는 자, 떨어지지 않아야 하는 자의 치열한 싸움이었죠. 하지만 이 뻔한 싸움의 결과는 예상치 못한 쪽으로 흘렀습니다. 10분 뒤, 퀸즈파크의 맥키가 골을 넣으면서 2:1이 되어버린 것입니다. 이날 퀸즈파크의 유효슛팅은 단 3개밖에 없었고 점유율은 81:19의 압도적인 승부였습니다. 맨시티의 패스성공률은 무려 91퍼센트였죠. 하지만 스코어 보드는 2:1 퀸즈파크의 우세로 기록되어있었습니다. 그렇게 90분, 두 팀의 스코어는 변하지 않았습니다.

맨유와 선더랜드의 경기가 1:0으로 마무리지으면서 스타디움 오브 라이트의 맨유 선수들은 초조한 시간을 기다려야 했습니다. 자신들의 경기가 승리로 끝났지만, 맨시티의 경기가 그대로 끝나야 우승의 축배를 들 수 있기 때문입니다. 휘슬이 울렸고, 퍼거슨을 비롯한 많은 선수들이 피치위로 몰려나와 우승이 확정되는 순간을 기다렸습니다. 이날 결장한 박지성선수도 자켓을 벗은 채, 유니폼만 입고 선수들과 우승을 축하하러 나오는 길이었죠.

맨유와 선더랜드와의 경기가 끝나는 그 순간, 기적이 시작되었습니다. 후반 로스타임 91분에 코너킥 상황에서 에딘제코의 헤딩슛이 그렇게 열리지 않던 퀸즈파크의 골문을 갈랐습니다. 퀸즈 파크가 다시 센터서클에서 킥오프를 했을 때의 시간이 92분이었고, 맨시티에게는 많아봐야 3~4분정도의 시간이 남은 것이었습니다. 여전히 맨시티가 우승을 하려면 한 골을 더 넣어야 했습니다. 



올 시즌 홈에서 16승 1무의 극강의 성적을 기록했던 맨시티가 리그 17위, 그것도 원정에서 최악의 성적을 거뒀던 퀀즈파크에게 90분내내 공격을 펼쳤지만 2:1로 뒤졌습니다. 로스타임에 동점골을 넣은 그 자체도 예측조차 할 수 없었던 그 상황에서, 기적보다 더 기적같은, 영화보다 더 영화같은 장면이 펼쳐졌습니다. 후반 종료 2분전, 세르히오 아게로가 문전의 혼란을 틈타 역전골을 성공시킨 것이었습니다. 그렇게 경기는 끝이 났고, 우승을 자축하려던 맨유선수들은 그대로 실망스러운 표정으로 짐을 싸야했고, 우승컵을 들어올린 팀은 맨시티가 되었습니다.

수많은 축구리그를 어렸을 때부터 보아왔지만 이렇게 마지막까지 손에 땀을 쥐게 한 시즌은 이번 시즌이 처음인 것 같습니다. 리그 최종전, 마지막 종료 직전에 우승팀이 뒤바뀌면서 맨시티에게는 44년만의 우승이, 맨유에게는 7년만의 무관의 아픔이 돌아왔습니다. 영화로 시나리오를 써도 이렇게 쓰면 너무 극적인 상황을 연출하려는게 아니냐며 비난이 나올정도의 드라마가 나왔습니다. 제가 좋아하는 팀이 우승을 하지 못해 너무나 마음이 아프지만, 이 것이 축구가 왜 전 세계팬들에게 가장 인기있는 스포츠로 사랑을 받는지에 대한 이유가 아닌가 싶습니다. 이제 챔스 결승 한경기만을 남겨두고 있는 올 시즌, 가장 치열한 90분이 아니었나 생각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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