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혼의 첼시, 기적같은 챔스 우승기
안드레 비야스 보아스 감독은 올시즌 유럽축구계에서 가장 핫한 감독이었습니다. 포르투갈에서 1년만에 엄청난 족적을 남기고 첼시에 거액을 받고 자리를 옮긴 뒤 새로운 축구철학으로 팀을 새롭게 바꾸어버렸죠. 하지만 시즌 초중반을 넘기고 점점 페이스가 쳐지더니, 팀이 한단계 한단계 순위가 내려가기 시작합니다. 다음 시즌 챔스티켓이 불투명하고 챔스 16강 1차전에서는 나폴리에게 1:3으로 패했습니다. 선수들의 투입에도 의문점이 생기기 시작했고, 구단관리 능력도 도마에 올랐습니다. 결국 비야스보아스는 경질을 당했고, 수석코치였던 디 마테오 감독대행이 팀을 맡게 됩니다.
팀의 순위를 끌어올려 다음 시즌 챔스리그에 진출하는 정도의 기대밖에 하지 않았던 디 마테오의 첼시는 16강 2차전에서 기적을 만들어냈습니다. 드록바의 강력한 피지컬을 앞세우면서 1:3의 1차전 경기를 2차전 4:1로 뒤집으면서, 8강진출에 성공을 합니다. 나폴리와 연장까지 가는 혈투를 펼쳤고, 2골 1어시스트를 기록한 드록바의 결정력은 팀을 8강으로 이끌었죠.
어렵사리 벤피카를 8강에서 물리친 뒤, 4강에서 최고의 상대와 만나게 됩니다. 바로 세계 최강이라는 FC바르셀로나와의 일전이었죠. 주전 선수들이 줄부상으로 빠진 상황에서 세계 최강 바르셀로나를 만난 디 마테오 감독은 정말 끈질긴 질식축구로 바르셀로나를 상대합니다. 점유율의 70퍼센트 이상을 내어주고 슛팅을 30개나 허용했지만 결코 물러서지 않았습니다. 완벽히 블럭을 형성하면서 끈기있는 수비를 펼쳤습니다. 거기에 다시한번 드록바가 결정력을 보여주면서 홈에서 1:0, 그리고 원정에서는 2:2를 만들며 아무도 예상하지 못했던 결승진출에 성공하게 됩니다.
첼시와 같은 빅클럽의 감독을 맡은 경험이 전무한 디 마테오 감독대행이 이정도로 전술적인 역량과 팀의 선수들을 어우르는 능력을 보여줄지 아무도 예상하지 못했습니다. 거기에 FA컵 트로피를 따내고 부진에 늪에 빠져있던 토레스를 어느정도 다시 살려내면서, 첼시를 맡았던 3개월이 어느정도 성공적으로 평가되었습니다. 하지만, 리그 순위는 6위였고 챔스 결승에서의 전망은 어두웠습니다. 바이에른 뮌헨의 홈구장, 존 테리, 이바노비치, 하미레스, 메이렐레스의 결장이라는 객관적인 차이는 분명 컸습니다.
하지만 방금전 끝난 경기에서 첼시는 다시한번 기적을 만들어냈습니다. 사상 첫, 챔피언스리그 우승, 이 장면을 위해 세계적인 명장들을 여러번 갈아치웠던 로만 아브라모비치 구단주의 꿈을 생각치도 못했던 디 마테오 감독 대행이 이루어 주었습니다.
오늘 경기의 슛팅 숫자는 바이에른 뮌헨이 33개였고, 첼시가 9개였습니다. 특히 전반전에는 거의 월등한 경기를 펼쳤고, 첼시는 자신의 진영에서 움츠리고 있으면서 선수비 후역습의 전략을 그대로 가져갔습니다. 로벤과 리베리의 양쪽윙어들은 탁월한 개인기로 첼시의 수비진들을 뚫으려 노력했습니다만 드리블은 허용하되 좋은 위치에서의 슛팅은 막겠다라는 첼시 수비진들의 투혼을 막기가 힘들었습니다. 다비드 루이즈, 애쉴리 콜은 특히 오늘 거의 벽과 같은 모습이었고 케이힐과 보싱와도 좋은 활약을 보여주었습니다. 수비진의 4명은 몸을 던져가면서 뮌헨의 위협적인 공격을 몸으로 막아냈습니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83분 뮐러의 골이 들어가는 순간, 경기의 균형추는 급격하게 기우는 듯 보였습니다. 경기내내 수비를 했던 팀이 이렇게 후반 막판에 골을 먹히면 멘탈척으로도 허탈한 마음이 들기 쉽습니다. 하지만 5분 뒤, 이날 경기의 주인공이었던 드록바가 코너킥 상황에서 기적같은 헤딩골을 성공시켰습니다. 골대와의 거리도 상당했고, 각도도 좋지 않았습니다만 노이어 골키퍼가 막기 힘든 사각으로 빨려들어가며 승부를 연장까지 끌고 갔죠. 이날 경기 뮌헨은 20개에 가까운 코너킥을 무산시켰지만, 첼시는 바로 이 단 한개의 코너킥에서 골을 만들어냈습니다.
연장전 3분, 드록바는 자신이 살려놓았던 첼시를 패배의 문턱에 올려놓습니다. 어설픈 태클로 패널티킥을 허용하고 만것이었죠. 하지만 이날 경기의 또한명의 주인공 체흐가 있었습니다. 체흐는 로벤의 패널티킥을 막아내면서 죽어가던 첼시의 투혼에 숨을 불어넣었습니다. 그렇게 두 팀은 승부차기에 빅이어의 향방을 맡기게 되었습니다.
골대뒤에 붉은 물결로 엄청난 야유를 내뿜는 뮌헨 팬들이 있었습니다. 마음을 집중하기 힘든 상황이었죠. 첫 키커인 마타가 실축했고, 뮌헨은 3번째 키커까지 모두 성공을 했습니다. 첼시가 모두 넣는다고 하더라도 나머지 키커가 성공을 한다면 우승을 하는 상황이었죠. 하지만 4번째 키커인 올리치가 체흐에게 막히고, 5번째 키커인 슈바인스타이거가 골대를 맞췄습니다. 그리고 마지막 키커 드록바가 노이어를 완벽히 무너뜨리면서 첼시의 사상 첫 우승을 확정지었습니다.
첼시라는 팀을 그렇게 좋아하진 않았었습니다만, 이번 챔피언스리그를 보면서 참 대단한 팀이라고 생각했습니다. 선수들의 투혼과 의지는 경기마다 돋보였고, 노장취급을 받던 드록바의 승부사기질은 참 대단하다고 느껴졌습니다. 결코 축구는 선수들의 스쿼드로만 결정짓는 것이 아니고, 객관적인 전력 그 이상의 무언가가 있다는 것을 느끼게 해준 첼시와 디 마테오 감독이 아니었나 생각합니다.
soccerplus.co.kr 로 더 편하게 저의글을 읽으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