벵거와 박주영의 '잘못된 만남'

Posted by Soccerplus
2012. 5. 26. 08:00 해외파 이야기/박주영

저는 평소에 재정적으로 여유가 있는 편이 아닙니다. 항상 하루하루 몇백원이라도 아끼려 빠듯하게 노력을 하고, 한번 부모님과 함께 장을 보러가는 날이면 필요한 것을 죄다 긁어모아오는 편이죠. 그런 경우에는 생각보다 더 많은 물건들을 사게 되기 일쑤입니다. 기회는 이때다라는 생각속에 꼭 필요한 물건이 아닌 다른 물건도 막 사게 됩니다. 막상 사고와서는 집에서 쓸모가 없기에 그냥 놔두는 물건이 한 두개가 아닙니다.

올 시즌에도 저의 이러한 비정상적인 쇼핑습관과 비슷한 일이 축구계에서 벌어졌습니다. 바로 아스날의 벵거감독이 지난 여름이적시장이 닫히기 전 펼쳤던 선수영입이 바로 그것이었습니다. 시즌 개막후 충격적인 경기력을 보여주었습니다. 특히 맨유에게는 무려 8:2로 패배하는 수치스러운 결과를 냈습니다.

당황한 아스날 보드진과 벵거는 이례적인 영입을 감행합니다. 세스크 파브레가스와 나스리가 팀을 나가면서 어느정도의 여유자금이 생겼고, 굵직굵직한 영입을 하지 않은채 시즌을 시작하려 했습니다만, 새로운 선수들의 영입이 불가피해졌습니다. 벵거에게 많은 선수선택의 권한이 쥐어졌고, 5명의 선수들을 이적시장 종료직전3일동안 영입을 했습니다. 페어 메르테사커, 미켈 아르테타, 안드레 산투스, 요시 베나윤, 박주영이 바로 그 주인공입니다. 메르테사커와 아르테타는 아스날에서 없어서는 안될 활약을 했고, 베나윤도 나쁘지 않은 공격옵션으로, 산투스는 부상으로 많은 경기를 뛰지 못했기에 평가를 하기에는 조금 그런면이 있습니다. 

3일동안 5명의 영입이 이어졌습니다. 벵거의 역사상 있어보지 못했던 영입이었고, 수비, 미드필더, 공격에 걸친 대대적인 영입이었습니다. 매해마다 최고의 선수를 영입하기보다는 자신의 축구철학에 맞는 소수의 선수를 영입하던 벵거에게 이례적인 기회가 주어진 것입니다. 그리고 정신없이 선수들을 영입하면서, 왠지 좋아보이는 한 선수를 영입하고 맙니다. 이것 저것 부족한 포지션을 매워나가다가 공격수 박주영을 싼값에 살 수 있다는 것을 알고서는 '한번 사볼까'의 마음으로 선수를 데려온 것입니다. 충동구매였고, 이 충동적인 영입은 팀에 아무런 보탬이 되지 못했고, 선수에게도 재앙과도 같은 결과를 낳았습니다.

애초부터 박주영에 대한 면밀한 검토를 하고, 미래의 플랜을 짜고 그 청사진에 박주영을 놓고 데려왔다기보다는, 어찌어찌 될지모르는 반 페르시의 혹시모를 부상을 대비해, 그리고 아프리카 네이션스컵을 대비해 데려왔습니다.

박주영역시도 그렇게 될줄 알았다면, 아스날행을 주저했을지도 모릅니다. 그 어떤 선수가 벤치에도 못앉는 역할을 위해 이미 진행되고 있던 협상테이블을 걷어차면서 아스날행을 택했을까요. 벵거감독의 전화도 있었고, 그 이적과정 또한 드라마틱했습니다. 하지만, 그가 생각했던 아스날 생활은 조금 달랐습니다.

아직도 조금 아쉽습니다. 올 시즌은 박주영의 선수커리어에 있어서 가장 운이 없는 시즌이 되지 않을까 생각이 됩니다. 취업 비자를 받는 과정에서 아스날의 스쿼드에 가장 늦게 합류를 했고, 아스날은 새로 합류한 선수를 테스트할 겨를이 없을정도로 빡빡한 순위경쟁을 펼쳤습니다. 반 페르시는 아스날 합류이후 가장 완벽한 시즌을 보냈고, 부상또한 없었습니다. 아스날에서 없어서는 안될 선수가 되었고, 그가 있고 없고의 차이는 너무나 컸습니다. 4-3-3의 아스날에서 공격의 최전방꼭지점의 자리는 반페르시말고는 다른 선수가 설수 없는 자리었습니다.

박주영은 칼링컵에서나 기회를 받을 수 있었습니다. 첫경기에서 상당히 불만족스러운 경기력을 보여주었고, 두번째 경기에서도 마찬가지였지만 세번째 경기에서 비로소 빛을 발했습니다. 볼튼과의 경기에서 아스날 첫골을 넣었고, 샤막과의 제2공격수 경쟁에서도 앞서는 모습이었습니다. 하지만 골을 넣은 다음주 마르세유와의 경기에서 박주영은 침묵했습니다. 그 경기에서 벵거감독이 무언가 확신을 내린 것으로 보입니다. 센터포워드의 자리는 반페르시만이 소화가 가능하다라는 느낌을 받았다고 추측합니다. 물론 반페르시가 박주영과 교체되어 나왔지만 마르세유전은 끝까지 졸전이었습니다. 맨시티와의 칼링컵다음경기에서는 박주영이 결정적인 슛을 날렸지만, 키퍼의 선방에 막히면서 불운을 탓하게 되었습니다. 그이후 2경기에 더 나왔습니다만, 시즌 대부분을 뛰지 못한 이청용선수보다 리그 출장시간이 더 적었습니다.

물론 박주영선수의 실력을 탓할수도 있습니다. 애초부터 서브명단에 드는 것이 목표였을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벵거감독은 올시즌 18경기에 출장해 단 1골밖에 넣지 못했던 샤막을 더 선호했습니다. 훈련과정에서 박주영이 샤막보다 좋지 못한 모습을 보였을 수도 있습니다. 박주영이 반 페르시를 제치고 주전공격수가 될 것이라고 예상하지도 않았습니다. 하지만, 벵거감독은 제대로 살펴보지도 않은 선수를 데려와 1년을 완전히 버리도록 만들었습니다.

1년동안 경기에 뛴 기록이 거의 없는 박주영은 다음 소속팀을 찾는데에도 힘이 들게 생겼습니다. 반대로 큰 주급을 주고 데려온 박주영을 아스날은 쉽게 내보내지도 못하게 생겼습니다. 이미 큰 주급을 받고 있고, 그 수준이 '빅클럽급'이었기에 다른 중소구단이 넘보기에는 상당히 부담스러운 선수가 박주영입니다. 싼 맛으로 데려와 큰 효율을 노리기에는 박주영의 주급이 부담스럽습니다. 감독과 선수 그리고 구단까지 모두에게 득될 것이 없는 이적이었습니다. 당연히 올시즌 손에 꼽힐 최악의 이적이고, 박주영은 최악의 이적선수입니다. 동시에 벵거도 그에 마땅한 비판을 받아야 합니다.

최근 박주영선수는 축구인생에서 가장 힘든 시기를 보내고 있습니다. 그의 병역문제가 큰 이유가 된다고 생각합니다. 글쎄요, 아스날이 아닌 다른 클럽에서 좋은 활약을 펼쳤다면 박주영선수의 지금은 조금 상황이 달라질수도 있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박주영선수의 실력만큼은 아스널급은 아니더라도 빅클럽에서 경쟁해볼 기량이라는 것을 확신하기 때문입니다. 다음 시즌 좋은 팀을 만나 좋은 활약을 보여주기를 바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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