첼시, 왜 디 마테오와의 계약을 꺼리는가

Posted by Soccerplus
2012. 5. 28. 08:00 축구이야기


올 시즌 초중반까지, 잉글랜드에서 가장 실망스러운 클럽은 첼시였습니다. 몇몇은 리버풀을 거론하시는 분들도 계시겠지만, 늘 리그 선두를 다투던 첼시의 성적은 형편없었습니다. 거액을 주고 데려온 안드레 비야스 보아스의 지도력은 실망스러운 것이었고, 단지 피치에서 뿐만이 아니라 첼시의 레전드를 대우하는 모습에서, 그리고 늘 변함이 없었던 전술에서도 비야스 보아스의 감독선임은 실패작이었습니다. 비슷한 인상을 남기는 조세 무리뉴의 향수를 기억하며 데려왔던 로만 구단주지만, 시즌 중반에 경질이라는 어쩔 수 없는 상황까지 이르르고 말았습니다.

비야스 보아스가 떠나던 당시, 첼시의 상황은 최근 10년간 최악의 모습이었습니다. 리그 순위는 최근 몇시즌가운데 가장 떨어져서 챔피언스리그 진출이 가능한 4위라는 순위에 목을 메고 있었고, 챔피언스리그에서는 나폴리에게 1차전 1:3으로 패하면서 탈락이 확실시되었습니다. 리그와 챔피언스리그에서 동반으로 부진했고, 거기에 감독과 선수의 불화, 리빌딩의 실패와 같은 모습이 계속되었습니다. 후임으로 내정된 디 마테오 감독대행역시 잠시의 감독경험이 있습니다만 큰 기대를 하지않는 모습이었습니다. 잘해주면 좋고, 잘하지 못해도 다음 시즌을 기약하자라는 마음이 깔려있었던 상황이었습니다.

그렇게 감독대행의 자리를 맡은 디 마테오를 향한 팬들의 기대역시도 비슷했습니다. 초보 감독 디 마테오가 첼시라는 빅클럽을 잘 이끌어줄 것이라는 기대보다는 일단은 올 시즌을 더 큰 문제없이 끝내는 것이 팬들의 기대였습니다. 하지만 디 마테오는 조용히 기적을 만들어내기 시작했습니다. 챔피언스리그에서 4:1로 나폴리를 역전시키며 결국 바르셀로나, 바이에른 뮌헨을 물리치고 챔피언스리그 우승트로피를 따냈습니다. 리그를 6위로 끝냈지만 첼시는 결국 다음시즌 첼시를 챔스리그에 올려놓았고, 로만 구단주의 오랜 꿈이던 빅이어를 스탬포드 브릿지로 가져왔습니다. 거기에 FA컵우승을 기록하며 올시즌 더블을 달성했습니다.

이 과정을 단지 기적이라는 두글자로 설명하기엔 부족한 것 같습니다. 수비진이 줄부상으로 완전히 무너져있던 상황에서 거둔 갑진 승리였고, 결승전에서는 하미레즈, 메이렐레스, 이바노비치, 존 테리가 빠진 가운데 거둔 승리였습니다. 4강전에서는 끈질기고 인내심있는 수비를 끝까지 보여주면서 세계최강 바르셀로나를 눌렀고, 특히 2차전에서는 존 테리가 퇴장닿아고 마땅한 대체선수없이 드록바를 측면수비로 기용하는 모험을 감행하면서 거둔 승리였습니다. 비야스 보아스 시절 홀대를 받았던 첼시의 영웅들을 다시 전면에 내세우면서 팀을 살려냈고, 토레스를 어느정도 부활시켰으며 하미레스와 같은 새로운 미래를 발견하기도 했습니다.

결승에 진출하고 나서도 디 마테오에게 정식 감독제안을 하지 않을 것이라는 보도가 많이 나왔습니다. 로만 구단주의 머릿속에는 세계적인 클럽을 이끌 엄청난 경험과 능력있는 명성높은 감독들이 있었습니다. 하지만 디 마테오는 챔스리그 우승을 달성했고, 이제는 더 이상 그와의 계약을 꺼리기 힘든 상황이 되었습니다. 그리고 첼시는 디 마테오에게 정식감독제안을 했습니다. 단 1년만의 계약이었습니다. 아직도 그를 믿지 못하겠다는 마음이 깔려있는 계약제안이었고, 디 마테오는 이를 거절했습니다.

지금 이상황에서, 디 마테오말고 다른 감독을 데려오는 것은 생각할 수 없는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첼시를 수년이상 지켰던 선수들에게는 처음 들어올렸던 빅이어를 함께 한 감독이 다음시즌 바로 계약을 하지 않는 다는 것은 선수들의 마음에도 영향을 미칠이야기입니다. 첼시라는 클럽을 이끈 감독들은 모두 최고의 감독이었습니다. 무리뉴, 히딩크, 스콜라리, 안첼로티, 비야스 보아스 등등 당대 최고의 감독, 당대 가장 유망한 감독을 데려왔고, 그들은 단 한번도 첼시의 챔스우승을 데려오지 못했습니다.

디 마테오는 첼시의 주축이라고 할 수 있는, 하지만 홀대를 받았던 존 테리, 프랭크 람파드, 디디에 드록바를 다시 전술의 전면에 내세우면서 팀을 재건했습니다. 팀의 정신력이 놀라보게 좋아졌고, 이 과정에서 선수들의 사기가 상당부분 상승한 모습을 볼 수 있었습니다. 선수들에게 주는 동기부여의 능력또한 대단했습니다. 경기후 인터뷰를 살펴보면 선수들의 사기를 많이 생각하고, 선수들을 많이 생각하는 감독이구나라는 모습을 볼 수 있었습니다. 바르셀로나와의 챔스 4강이 끝난 뒤에도 모든 공을 선수들에게 돌리며 선수단의 동기부여를 극대화 시켰습니다.

다만 이러한 심리적인 부분만을 놓고 다음 감독이 디 마테오가 되어야 한다는 생각을 하는 것은 아닙니다. 첼시가 디 마테오 부임이후 거둔 성적은 13승 5무 3패, 부상병동의 선수진을 데리고, 어수선한 팀분위기를 이끌고, 그리고 사상 유례없는 최악의 대진과 휴식시간이 거의 없었던 일정을 생각해본다면 정말 대단한 성적입니다. 그들이 데려왔던 많은 감독가운데에서도 이정도의 성적을 내기는 쉽지 않을 것입니다. 특히 수비측면에서 전술적 역량이 굉장히 뛰어납니다. 바르샤를 상대로 펼쳤던 극단적 수비전술은 올 시즌 가장 기억에 남는 경기로 남기도 합니다.

다른 감독이 가능한 상황도 아니고, 더 잘해줄수도 없는 상황입니다. 그리고 디 마테오 감독대행은 힘든상황에서 업적을 달성했습니다. 그런 감독에게 제대로된 대우를 해주지 않는 것은, 로만 구단주의 실책이 아닌가 생각이 듭니다. 새로운 희망을 보여준 감독에게 믿음을 주고, 그 믿음에 따르는 선수들을 더욱 더 독려해야하는 상황이 아닌가라는 생각이 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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