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인전이 남긴 10가지 교훈
방금전 한국과 스페인의 친선경기가 끝났습니다. 결과는 스페인의 4:1승리였고, 우리나라는 전반전까지는 의욕있는 플레이를 보여주었지만 후반전에는 실망스러운 모습을 보여주면서 완패를 하고 말았습니다. 애초부터 결과는 중요하지 않은 경기였기에, 이제 우리는 오늘 본 모의고사를 토대로 우리나라의 전력을 다시한번 분석을 해볼 필요가 있습니다. 오늘 경기가 남긴 여러가지 교훈들을 짚어보도록 하겠습니다.
1. 수비라인, 재점검 필요하다.
오늘 수비라인으로는 이정수와 조용형의 센터백, 우측에 최효진, 좌측에 박주호선수가 선발로 나왔습니다. 이 네명의 선수들은 종료할때까지 쭉 뛰었습니다. 오늘 경기에서 우리나라는 스페인에게 뒷공간을 여러차례 허용했습니다. 첫번째 골도 수비수들의 미스였고, 후반전에 다비드 실바의 패스에 여러차례 농락당하는 모습이 나왔죠. 오늘의 워스트는 조용형이었습니다. 오래간만에 대표팀의 부름을 받았지만, 조용형선수는 실망스런 모습을 보여주었습니다. 최효진선수도 상당히 실망스러웠는데, 우측면에서 계속된 공간을 허용하면서 상대팀이 쉽게 공격을 하도록 내버려두었습니다. 최효진 선수는 최강희감독부임이후, 3경기를 모두 선발로 나왔습니다. 지난 쿠웨이트전에서도 상당히 불안한 모습이었는데, 다른 대체선수가 필요하지 않나라는 생각이 드는 경기력이었습니다.
2. 수비수-미드필더라인의 호흡, 많이 부족하다
오늘 경기에서는 구자철과 김두현선수가 이 네명의 수비수의 위에 위치했습니다. 두 선수다 수비형미드필더라기보다는 중앙미드필더, 혹은 공격형성향이 강한 선수들이죠. 두 선수모두 아래로 내려가 패스를 평소보다 많이 받아주려고 노력하려는 모습을 보여주긴 했습니다만, 이는 상당히 부분적인 측면에 그쳤습니다. 그렇게 되니 수비수가 줄 곳이 없고 전방의 공격수에게 직접 롱패스를 하는 패턴이 잦았습니다. 이는 라모스-알비올의 철벽수비에 가로막혀 아무런 효과가 없었습니다. 전문적인 수비형 미드필더, 혹은 처진 위치에서 빌드업을 해줄 미드필더의 존재가 필요했던 경기였습니다.
3. 남태희와 조용형
우리나라 대표팀에는 중동클럽에서 뛰는 선수가 2명이 있습니다. 측면의 남태희 선수와 수비의 조용형선수였죠. K리그 자원들이 모두 선발라인업에서 결장한 오늘 경기에서 이 두 선수는 선발로 기회를 부여받았습니다. 하지만 두 선수의 경기력은 우리팀에서 워스트였다고 생각합니다. 수비라인에서 조용형선수는 결정적인 핸드링 파울을 범하면서 경기를 순식간에 바꿔버렸고, 계속해서 불안한 볼처리와 집중력이 흐트러지는 모습으로 경기내내 위기를 자초했습니다. 남태희는 올림픽대표팀에서는 정말 좋은 모습이었습니다만, 국가대표팀레벨은 아직 아니다라는 생각을 들게 만들었습니다. 계속해서 드리블을 시도했지만 한차례도 성공을 하지 못했고, 그렇게 되자 자신감이 떨어지면서 후반교체될때까지 그에게 공이오면 자동으로 소유권을 내어주는 현상을 빚기도 했습니다.
4. 자신감의 문제
오늘 우리가 상대한 스페인 대표팀은 비록 1.5군이라고는 하지만 라모스, 다비드 실바, 토레스, 마타, 카시야스, 페페 레이나, 아르벨로아와 같은 세계적인 선수들이 피치위에 모습을 드러냈죠. 선수들은 평소보다 너무 무기력하고 자신감없는 모습을 보여주었습니다. 전반전부터 한 두번 공을 빼앗기자 선수들의 플레이는 소극적으로 변했죠. 지동원, 남태희와 같은 어린선수들이 패기있는 모습을 보여주지 못했습니다. 후반전에도 상대방이 조금 템포를 늦추며 여러차례 기회를 만들 수 있는 시점이 있었음에도, 선수들은 패스미스를 연발하며 경기를 조금더 긍정적으로 만들지 못했습니다. 반면 손흥민, 구자철과 같은 선수들은 기죽지 않는 모습으로 팀에 활기를 불어넣었다고 생각합니다.
5. 손흥민과 지동원, 그리고 이동국
손흥민과 지동원은 우리나라의 미래를 책임질 공격수입니다. 그리고 두 선수모두 긍정적인 평가를 내리기는 부족한 경기를 펼쳤습니다. 하지만 두 선수의 차이는 확연했습니다. 바로 앞서 언급한 자신감의 차이였죠. 지동원은 경기내내 불안한 볼처리와 힘없는 플레이로 일관하면서 한차례의 슛팅도 가져오지 못했고, 그가 공을 잡으면 주변 선수들에게 짧은 패스로 내어주는 역할밖에 소화를 하지 못했습니다. 하지만 손흥민 선수는 자신있게 드리블을 치고 나가거나 문전스루패스를 시도하면서 경기를 바꾸려 노력했습니다. 전반 20분 손흥민의 왼발슛은 비록 골대를 벗어났지만 원사이드경기의 흐름을 바꿔놓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이것이 소속팀에서 출장기회를 부여받는 선수와 그렇지 못한 선수의 차이가 아닐까 생각을 합니다. 후반 교체된 이동국선수는 그와는 별개로 자신의 존재감을 뽐냈습니다.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스트라이커답게 선수들의 연계에도 활발했고, 후반전 유일한 유효슛팅을 기록하기도 했습니다.
6. 김두현과 염기훈, 경찰청라인
김두현과 염기훈 선수는 현재 경찰청에 소속되 2군리그를 뛰고 있습니다. 그렇기에 두 선수의 폼에 항상 물음표가 따라다녔죠. 오늘 경기를 통해 그 의문부호는 어느정도 해소가 되었다고 생각합니다. 김두현선수는 44분에 넣은 골도 골이지만, 수비자원이 부족했던 미드필드에서 상대방의 볼을 인터셉트하고 공격을 시작해주는 역할을 어느정도 잘 소화를 했습니다. 90분내내 풀타임을 뛰면서, 실전감각을 계속해서 불어넣어주었던 최강희 감독의 머릿속에는 그가 중앙옵션으로 들어가 있는 듯 보입니다. 염기훈 선수는 시작하자마자 20분정도는 최악의 폼을 보여주었습니다만 이내 자신의 능력을 보여주었습니다. 특유의 왼발크로스는 살아있었고, 주눅이 들지않고 드리블을 치고 나가면서 전반전 우리나라에 힘이 되었습니다.
7. 박주호와 김진현, 새로운 얼굴들의 활약
대표팀에서 6경기의 경험이 있지만 사실상 이렇게 주전급으로 대우를 받은 것은 처음이었던 박주호의 활약은 경기전부터 큰 관심거리였습니다. 오늘 경기에서 박주호선수의 활약은 그 기대를 저버리지 않았다고 생각합니다. 우측이 무너져버리는 바람에 수비 밸런스가 많이 붕괴되는 상황에서도 박주호는 상대팀 수비를 잘 막아내 주었습니다. 다만 공격을 하는 과정에서 패스를 할 타이밍과 드리블을 할 타이밍을 제대로 포착하지 못하는 아쉬움은 남았습니다. 하지만 이대로 성장해준다면 포스트 이영표의 자리는 무난하게 가져오지 않을까라는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김진현선수는 오늘경기에서 A매치 데뷔를 했는데, 4골을 실점했지만 안정적인 모습이었습니다. 세계최강 스페인을 상대로 긴장하지 않고 경기에 임했고, 여러가지 선방을 해내기도 했습니다. 우리나라 골키퍼자원에 좋은 옵션이 될 것이라는 생각을 합니다.
8. 소속팀에서의 활약, 그 무엇보다 중요하다
오늘 경기는 해외파위주로 치뤄졌기에 선수들의 폼이 제각각이었습니다. 매경기 선발출장을 했던 선수도 있었던 반면, 벤치신세를 벗어나지 못했던 선수들도 있었죠. 시즌막판 선발로 출장했던 구자철과 손흥민의 활약은 합격점을 줄 수 있었던 반면, 소속팀에서 힘겨운 시간을 보냈던 지동원은 그렇지 못한 활약을 보여주었습니다. 선수에게도 경기감각이라는 것과 거기서 나오는 심리적인 자신감은 굉장히 중요한 요소기에 소속팀에서의 활약이 그 어느때보다 중요한 것이라는 교훈을 다시한번 각인시키는 경기였습니다.
9. 주전-비주전의 격차, 우려할 일
오늘 경기를 보면서 떠올랐던 선수는 단연 기성용선수였습니다. 중원을 내어주는 경기에서 롱패스가 뛰어난 기성용이 있었다면 어떻게 되었을까라는 생각이 계속해서 들더군요. 거기에 남태희를 보면서 이청용선수가 최고의 모습을 보여주었던 시절도 그리웠습니다. 오늘 경기에서 우리나라는 많은 자원들을 시험했습니다. 측면쪽에 김재성, 김치우도 출장기회를 얻었고 박현범, 김보경과 같은 선수들도 경기에 나왔죠. 애초에 선발로 출장했던 염기훈이나 남태희도 주전자원은 아니었습니다. 오늘 경기에서 여러옵션들중에 주전선수가 부상당했을 때 믿을만한 로테이션자원의 활약이 미비했던 점은, 차후 우리나라가 안고가야할 숙제라고 생각합니다. 번뜩이는 모습을 보여주었던 손흥민과 김보경은 조금 더 기회를 줘야한다는 생각입니다.
10. 카타르전, 승리의 열쇠
8경기의 최종예선을 치뤄야하는 우리나라에게 가장중요한 경기는 단연 카타르 원정경기입니다. 악명높은 카타르와의 경기를 반드시 승리로 이끌어야, 우리나라가 차후 경기를 하는데 유리해집니다. 카타르를 이기고 레바논 홈경기를 이긴다면, 우리나라의 월드컵본선진출가능성은 굉장히 높아집니다. 그리고 그 경기를 쓸어담을 열쇠는 바로 중원이라고 생각합니다. 오늘 경기 결장한 기성용과 좋은 활약을 펼친 구자철은 역시나 우리나라의 키플레이어들임이 증명되었습니다. 공격진이 다소 자리를 못잡고 있는 상황이고, 수비진도 불안한 모습이 없지 않습니다. 역대 최고의 허리라인을 보유한 우리나라의 현재 국가대표팀이 강한 허리의 힘으로 상대를 압박하는 것이 가장 믿을만한 방법임이 아닐까 생각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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